내가 머무는 곳에는 고요해야 해.
세상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요해야 해.
무덤가 보다 더, 그 위에 내려앉은 짙은 어둠보다 더 고요해야 해.
그러다 엉겁결에 길 잃은 새가 후드득 하고 지나가거나 눈치 없는 바람이 앙상한 나뭇가지를
흔드는 난감함조차 없어야 해. 땅속에서 쉬고 있는 자들의 썩어감도 멈출 정도로 말이지.
그래, 그렇게 시간이 멈춘 듯 그런 곳에서 난 살아가야 숨이 트일 것 같아.
그 정도로 난 인간이 발산하는 소음이 그들의 번잡스러움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
이토록 시끄러운 세상에서 어떻게 미쳐버리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적어도 미친 듯이 살아갈 용기조차 없다면 차라리 스스로 소멸하는 것이 현명하다.
인간은 서로 의지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까? 정말 그렇다고 믿는 건 아니겠지.
도대체 누가 누굴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인가.
그것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온전히 혼자가 되지 않는 이상 절대로 가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들의 망상일 뿐이다.
그래서 그 고요 속에서 그 잠잠함이 자신을 잠식하게 두어야 해.
그러면 모든 것은 명확해질 수밖에 없어. 황망할 정도로 그동안 어떤 말도 안 되는 온갖 것들이 나를 기망하고 물들이고 있었는지 알 수 있지. 그렇게 되면 결국 웅장하고 포근한 고요함이 간절해지지.
온 세상이 사멸한 듯 한 완벽한 고요함을. 그래서 고요해야 해.
내가 머무는 곳에는 고요해야 해.
세상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요해야 해.
무덤가 보다 더. 그 위에 내려앉은 짙은 어둠보다 더 고요해야 해.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