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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Aug 29. 2022

비를 닮은 눈물 10화.

잘못된 판단.

10화. 잘못된 판단.


이미 긍정 회로를 돌리며 자기 자신을 안심시키는 수준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김 사장의 제안에 찬혁은 나름 기대가 컸지만, 내심 불안함도 없지 않았다. 그 이유는 힘든 육체적 노동을 안 하는 것이다. 찬혁에겐 늘 부러움의 대상인 사무직이었기에 그럴 만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 사장이 제안한 급여는 카드 할부금이나 대출 등을 생각할 때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기에 불안감도 컸다.

찬혁은 며칠을 골똘히 생각을 해봤지만 사실 마음은 이미 결정 났음을 찬혁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뭐 김 사장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으면 가능한 부분이니 걱정 안 해도 되겠지... 공장일도 했던 내가 사무직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 6시에 끝나고 9시까지 아르바이트하고 퇴근하면 다음날 9시 출근이니 충분하겠네."

이미 긍정 회로를 돌리며 자기 자신을 안심시키는 수준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은미 또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의견을 보태는 상황이니 찬혁은 더 이상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로 곧바로 김 사장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익산으로 내려와 달라는 내용으로 회신을 받았다. 면접 아닌 면접을 보려는 것이다. 아무리 특채라 하더라도 실무진과 대면을 하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찬혁도 어차피 결정 난 이상 내려간 김에 사무실도 보고 원룸이라도 숙소를 준비해야 했기에 만날 날짜를 약속하였다.

당일이 되었고 두 사람은 마치 여행이라도 가는 것처럼 드라이브를 즐기며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렸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두 번 들려서 간식도 사 먹고익산에 도착하여 은미는 잠시 카페에 기다리게 하고

찬혁은 사무실 직원과 인사도 하고 업무에 관하여얘기를 나누었다. 사실 멀리까지 오게 된 것은 찬혁 입장에서 사무직이 처음이라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의 단점을 분명히 하고 그래도 같이 일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말하자면 나중에 업무가 부진하더라도 책임을 모면하기 위함이었다.그러나 김 사장은

"다들 괜찮다고 하네요... 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같이 하시겠어요? 오래는 아니더라도 업무에 익숙할 때까지 기다려줄 수는 있습니다."

이게 뭔가... 내가 넘긴 공이 다시 나한테 온 게 아닌가.

찬혁은 황당했지만 이미 은미와도 자신에게도 하기로 마음먹은 일이 아니던가...

겸연쩍은 웃음을 내보이며 잠시 고민하는척하던 찬혁이 김 사장에게 나름 당당하게 말한다.

"제게 다시 공이 왔군요.. 하하 그럼 뭐 한번 해보겠습니다."

"아 그래요... 고마워요."

그렇게 악수를 하고 찬혁은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카페에서 기다리던 은미이 게로 향한다.

"뭐래? 어떻게 됐어?"

네 시간가량 긴 시간을 혼자 기다린 은미가 동그란 눈을 뜨고는 물어본다.

"응... 하기로 했어."

찬혁은 출퇴근 시간과 여러 가지 오고 간 이야기와 내용들은 마치 상관에게 보고하듯이 쉬지 않고 얘기한다. 그 말속에는 이미 좋은곳이다 라는 뉘앙스까지 깔려있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은미에게 보고를 마친 찬혁은 한시름 놓았다는 듯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은미에게 말한다.

"늦었다. 약속한 주소로 가서 얼른 방확인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그래 일어나자."

그렇게 둘은 이미 약속한 원룸을 두 군데 둘러보고 두 번째 집으로 결정한 뒤 계약금을 치르고 익산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다음날은 올라오며 전주 한옥마을도 구경하며 기분 좋게 인천으로 올라왔다.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익산으로 내려갈 날이 얼마 안 남았을 무렵 늦은 시간에 김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네 안녕하세요."

"아... 밤늦게 미안해요 찬혁 씨. 전화 괜찮아요?"

찬혁은 이 늦은 시간 전화가 왠지 불안하였다.

"네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아... 다름이 아니라 제가 운영하는 가게의 동업자가 갑작스럽게 경영난으로 요번 달만 영업하고 접자고 얘기를 해서요.... 아...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그리고 직원은 다 내보낸 상태라서 며칠만 직원을 쓸 수도 없고 좀 더 미리 내려올 수는 없을까요?"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그 가게에서 일할 아르바이트를 믿고 결정한 건데 이제 와서 어쩌자는 건가. 게다가 자신의 입장 때문에 사람 구하기 애매하다고 일찍 내려오라고?김 사장도 찬혁의 사정을 알고 있기에 또다시 공을 내게 넘긴 것이었다. 소위 말해서

"이런 상황인데 가능 겠어? 난 미리 말했다"이런 거 아닌가 말이다.

찬혁은 정말 기분이 안 좋았지만 이미 방 계약도 한 상태고 어쩌겠는가...

"아...... 그래요? 어쩔 수 없죠... 일단 일하면서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봐야죠 뭐 그리고 일찍은 곤란합니다 방 계약한 날짜가 있어서요.."

"아.. 네 그래요 알겠습니다. 늦게 전화해서 미안해요. 알겠습니다. 쉬세요."

젠장 자신의 앞가림을 위한 형식적인 사과다.전화를 끊고 씩씩거리는 찬혁을 보며 은미가 놀라서 물어본다."왜? 무슨 일인데?"

"김 사장 말이야... 이제 와서 아르바이트 자리 힘들겠데... 게다가 월 말까지만 운영하는데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나보고 일찍 내려올 수 있냐는데?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나 같으면 미안해서라도 전화 못 하겠다. 참내 사람 이렇게 안 봤는데 이제 자기 직원이라 이건가? 상대방 생각 안 하고 밤늦게 하고 싶은 말다 하고..."화가 잔뜩 난 내 표정을 보더니 은미도 거든다.

"그러게.... 그건 아닌 거 같다. 그 사람 좀 그렇네."

"어휴 어쩌겠어 방 계약도 미리했는데...

일단 일하다가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 알아봐야지 뭐 배달 일이라도 하던지.. 에잇! 욕 나오려고 하네."

기분도 망치고 잘 밤에 혈압 오르는 일이 생기자두 사람은 캔맥주를 기울이며 열을 삭히면서 늦은 저녁시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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