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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Aug 29. 2022

비를 닮은 눈물 11화.

고통의 시작.

11화 고통의 시작.


이젠 되돌릴 수는 없었다. 다시금 실망하는 은미의 모습을 차마 볼 수는 없었다.



찬혁은 익산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는 은미와 작별 인사를 나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찬혁은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조금도 알지 못하였다.

아니, 조금은 뭔가 잘못돼가고 있음을 알고도 강행한 것도 있었다. 그 이유는 경차 한가득 살림도구와 옷가지 등을 준비할 때 혹시라도 일이 틀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그곳에서 원래 하던 공장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기에 작업복도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면만을 생각하여 은미에게도 큰소리를 쳤기 때문에 그냥 빈손으로는 못 올라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5월 초...

비록 합의이혼을 약속하고 시한부 부부인 셈이지만 왠지 마음 한편에서는 망설이는 자신이 조금은 이상하기도 했다.그렇다... 찬혁은 그날 보증금 백만 원을 날리더라도 내려가지 말았어야 했다. 정말 그랬어야 했다.

 "이제 출발할게..."

찬혁의 인사말에 은미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한다.

"그래 운전 조심하고 조심히 가..."

"응 도착하면 전화할게..."

"응..."

그렇게 인천을 떠나고 4시간여를 걸려서 익산에 도착을 하였다. 그리고 방 청소를 하고 이삿짐을 정리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정리를 하고 집 주변을 둘러보는 도중 이상하게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리고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제 혼자구나... 근데 왜 우울하지? 왜 슬프지?"

예전에 혼자 살 때와는 다른 이상한 기분에 찬혁 자신도 당황하여 길거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 늘 볼 수 있는 평범한 자동차들의 주행 모습, 모두가 평범한 것들 속에서 찬혁을 알고 찬혁이 아는 것들은 어디에도 없었다.마치 무인도에 홀로 남은듯하였고 많은 사람들 중에 찬혁만이 투명 인간이 된듯하였다.그렁그렁하게 눈물이 맺힌 눈으로 은미에게 문자를 보낸다.

"자기야 이메일 주소 좀 보내줘."

"도착했어? 근데 왜?"

"그냥 할 이 있어서... 새삼스럽게... 그냥 전화로 하지."

"부탁이야..."

평소에 하지 않은 행동이었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메일 주소가 도착하고 찬혁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이메일을 보낸다.



참 많이도 난 널 떠나는구나. 서로 보석 같은 추억도 많지만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아픈 기억도 많이 만들었네. 그렇게 살아온 건 참 마음 아픈 일이야.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서로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말자.건강하고...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

그동안 고마웠어...

내 아픈 손가락 은미야 안녕...


메일을 보낸 찬혁도 메일을 받은 은미도 그날 밤엔 한동안 말없이 울고 말았다.

그렇게 시린 가슴과 먹먹함을 간직한 채 출근을 했다.

불안한 상황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하는 김 사장의 사무실은 여직원 세명만이 근무하는 작은 사무실이었고 경비 절감 차원으로 1인당의 업무 배정은 평균 네가지 이상으로 기존의 직원들도 힘겹게 간신히 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

게다가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라고 말한 김 사장의 약속은 무의미해진 상황으로 찬혁은 하루하루가 처음 맞닥뜨리는 업무와 그 업무량에 회의감이 하루하루 늘어났다. 그 와중에 찬혁을 더 괴롭힌 것은 모자란 급여를 충당할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져봐도 인천이나 서울처럼 인구 밀집도가 높은 곳이 아니었기에 주말이나 퇴근 후할만한 아르바이트 자리는 구하기 힘들었다.그러다가 생각을 해낸 게 새벽 아르바이트였다.

녹즙 배달을 시작한 찬혁은 새벽 1시에 일어나서 아침 6시까지 배달을 하고 차 안에서 2시간가량 새우잠을 잔 뒤 아침도 못 먹고 9시까지 출근하여 오후 6시에 퇴근 후 두어 시간 동안 씻고 밥 먹고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들고는 다시 새벽 1시기상을 반복 하였다.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한 상황과는 다르게 새벽 배달은 사고 날뻔한 일까지 생기고, 수면 부족으로 하루 종일 멍한 채로 지내다 보니 점점 업무도 소홀해지고 체력도 약해져갔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찬혁의 의지는 점점 약해져갔다. 이때부터 찬혁은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내려오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늦었다. 이젠 되돌릴 수는 없었다. 다시금 실망하는 은미의 모습을 차마 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혼하자고 말하고 합의 이혼 계약서까지 준비한 찬혁이 아니던가. 지금까지 모든 나의 행동이 이제 찬혁의 발목을 잡고 목까지 조르고 있었다.

"은미야 미안해 .... 이제야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알 것 같아."

찬혁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고 소리 내어 울고 싶었지만 입만 벌리고 있을 뿐, 소리는 도저히 나오지를 않고 있었다.

그렇게 어두운 원룸 안 한편에 찬혁은 주저앉아 서럽게 서럽게 끅 끅 대다가 옆으로 쓰러져서 방바닥과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한참을 후려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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