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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Aug 30. 2022

비를 닮은 눈물 14화.

고통 (죄와 벌)

14화. 고통 (죄와 벌)


더욱 참기 힘든 것은 은미를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찬혁은 익산으로 내려와서 면접 본 회사에 입사하였다. 회사의 근무환경이나 작업강도, 작업량은 찬혁의 굳은 다짐에 비하여 아주 강한 수준이었다.주 6일 근무에 주야 2교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여름이면 40도를 육박하는 현장 온도, 게다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천 톤이 넘어가는 대형 사출기에서 나오는 대형 제품을 사상(플라스틱 제품이 초기 생산될 때 제품 테두리의 울퉁불퉁한 이물질 등을 칼이나 니퍼로 다듬는 작업) 하기란 상상을 초월하는 작업이었다.더욱이 양팔을 벌려서도 모자란 크기의 제품을 사상하려면 거의 끌어안다시피 잡고 해야 하는데 설비에서 막 나온 제품은 열기가 남아있기에 실제 체감온도는 40도가 넘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제품을 1분 안쪽으로 연속 작업을 12시간을 선채로 쉬지 않고 해야 한다.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은 각각 30분이며그외에 따로 쉬는 시간은 없다.

반나절만에 오른손 마디마다 손가락에는 물집이 생겼고 이를 악물고 버텨보지만 작은 물집은 악력에 의해 옆으로 번져가며 고통을 더했으며,발가락은 발톱마다 피멍이 들었고 허리통증과 다리는 퉁퉁부었다.

설상가상으로 커터칼날을 손가락으로 지지하여 작업을 하다 보니 오른쪽 검지와 중지에 찌릿한 고통과 더불어 마비 증상이 생겨버렸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지만 별다른 치료가 없었으며 가급적 손가락을 사용하지 말라는 의사로부터 주의 겸 당부를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찬혁은 퇴근 후 물집이 잡혀 고통스럽고 감각이 없어진 손가락과 소금에 절여진 것 같은 천근만근인 몸을 씻어내며 서러움에 오열을 한다. 적어도 살면서 생활이나 자신의 위치가 상승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점점 떨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더욱 참기 힘든 것은 은미를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같은 나라에 살면 뭐 하겠는가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 생이별인데 말이다. 찬혁은 이 모든 게 자신의 죄이며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였다. 하루도 길게 느껴지기에 "한 시간만 버티자."라고 생각하며 작업 중에도 눈물을 삼키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인간이 막다른 상황에 오면 신의 존재를 찾기 마련이던가... 고통이 극심해지자 찬혁은 하나님을 찾기 시작했으며 매일 주기도문과 일상기도로 마음을 다독였다. 자신의 죄를 깨닫고 벌을 받으며, 살아온 세월을 되짚어서 참회하라고 이 자리에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 찬혁은 수시로 그렇게 작업 도중 기도로 매달렸다.  

"주여 도와주시옵소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한번 만 도와주세요. 다시 인천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신다면 다른 것은 몰라도 반드시 주일예배와 십일조는 지키며 주님 안에서 살겠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렸사옵니다. 아멘!"찬혁은 이렇게 서원기도 까지 하기에 이르렸다.

손가락 마비 증세는 풀리지 않았으며 그로 인하여 작업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은미도 

많이 걱정을 하였다.

"고생이 많아서 어떻게 해... 올라오라고 하고 싶지만 어쩌겠어..."

은미는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벌써 50대 중반으로 접어든 현실 때문에 인천으로 올라온다 해도 당장에 두 팔을 벌리고 맞아줄 회사가 있으리란 보장이 없기에 힘들더라도 받아주는 회사에서 버티는 수밖에 없음을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알아... 다 내 잘못인데... 버텨야지... 그런데 너무 보고 싶다."말끝을 흘리며 찬혁은 또다시 울먹인다.

"왜 울어... 내 맘도 안 좋게... 지난 일 생각하지 말아... 당장 힘든데 뭐 하러 지난 일까지 

생각하고 그래."

안타까운 마음으로 은미가 말을 하자 찬혁이 마지못해서 대답한다.

"알았어..."

평일은 문자로, 주말에만 전화로 짧게 통화하는 것은 찬혁의 부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매일 통화를 하고 싶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서러움이 북받쳐서 힘들기 때문이다. 찬혁은 그렇게 듣고 싶었던 목소리를 듣고서는 냄비에 물을 올린다. 라면을 끓여서 끼니를 때우기 위함이다. 평일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로 해결하지만 집에서는 라면으로 대충 해결한다. 찬혁은 자신의 벌을 이렇게 식사에도 적용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활어회나 치킨은 먹을 생각도 못 하는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그것을 먹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 상황에 맛있는 음식 자체가 말도 안 될뿐더러 목구멍으로도 못넘길것 같았다. 오히려 하루지만 라면으로 때우는 것이 마음이 편했으며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찬혁의 휴일 식사는 라면 두 봉지 단무지 몇 조각 생수 한 병이 고작이었다.

이제는 돈을 더 아끼기 위하여 기숙사로 들어갈 날만을 기다리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견디고 이겨내며 삭발한 머리를 쓸어내며 그리운 북쪽 하늘만을 바라보는 것이 낙이 돼버린 아주아주 작은 남자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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