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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Aug 29. 2022

비를 닮은 눈물. 13화.

몸부림

13화 몸부림.


"잘 있어라 인천.... 언제 볼지 모를 그리운 인천 안녕..."



인천으로 올라온 찬혁은 은미에게 김 사장네 회사를 사직하고 익산에 있는 공장에 면접을 보기로 한 사실을 말하고 싶었으나 용기가 안 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안한 마음에 말을 못 하고 있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렇게 눈치만 보고 있던 찬혁은 먼저 합의 이혼 계약서 얘기를 먼저 꺼낸다.

"은 미야... 저기 있잖아..."

"응? 왜?"

"우리 합의 이혼 계약서 말이야..."

예상치 못한 말이 나오자 은미가 놀란 눈으로 멀뚱멀뚱 찬혁을 바라본다.

"그거... 없던 걸로 하자..."

"뭐라고? 무슨 뜻이야..?"

"아니.... 그.... 익산에 내려가서 메일을 보낼 때 느낀 게 많아서...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

은미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약간의 고개를 숙인 채로 거실 바닥을 응시하고 있다. 마치 거실 바닥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그러다 이내 말을 잇는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데?"

찬혁은 쑥스러운듯한 미소와 약간의 보채는듯한 어투로 장황하게 말을 한다.

"혼자 있으면서 느꼈어 가족이란 좋은 날도 힘든 날도 속상한 마음도 드는 건데... 너무 내 기준으로만 생각했어. 당신도 나 못지않게 힘들었을 텐데 내가 너무 성급했어... 게다가 이혼이란 말을 함부로 하다니.. 내가 미쳤었나 봐.... 용서해 줘 부탁이야. 내 손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당신 손으로 계약서를 

찢어주면 안 될까?"

찬혁의 말에 은미는 생각에 잠긴 채로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런 은미에게 찬혁은 계약서를은미의 손에 재촉하듯이 들이민다.

계약서를 받아든 은미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러자 찬혁이 용기를 내어서 먼저 절반을 찢고서는 나머지를 은미에게 들이민다.

"부탁이야 은미야.... 제발."

이제는 놓아달라며 재촉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장난도 아니고 뭐란 말인가. 은미는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두해 지낸 사이도 아니기에 찬혁의 마음도 어느 정도 알 것만 같아서 

손에 쥔 종이를 찢으면서 나무라는 듯이 한마디 한다.

"자기 말이야 너무 웃긴다. 이게 뭐 하자는 거야 그렇게 내속을 후벼팔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하여튼 알겠어 앞으로 당신 행동에 달렸어.... 두고 볼 거야."

"그래그래... 알았어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은미는 양팔로 앉아있던 소파 양쪽을 힘껏 밀면서 일어난다. 그러면서 방금 전의 상황을 잊으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말한다.

"으이그....일어나 점심 먹어..."

"응... 알았어"

그때 찬혁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찬혁은 은미가 주방으로 간 것을 확인한 후 왼손으로 살짝 가린 채로 조용히 얘기한다. 면접 보기로 한 회사에서 일정 문제로 전화가 온 것이다.그러나 이런 상황과 통화 내용 일부가 은미의 귀에 들어갔다. 은미는 눈치를 챘지만 정확한 내용을 몰라서 긴가민가 한다.점심을 먹으면서 찬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직 문제를 얘기했고 은미는 찬혁의 예상대로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대체 몇 번째란 말인가....

그렇게 가시방석 같은 점심 식사 자리가 끝나고 찬혁이 덧붙여서 말을 꺼낸다.그리고 나 가발도 벗으려고 해 매달 이발비로 7만 원씩 나가고 1년이면 수선비로 30만 원... 2년마다 백만 원인데 이제 그 돈도 아끼려고... 모든 잡비를 줄일게."

눈치 보며 말한 찬혁에게 은미는 눈도 안 마주치고 대답한다.

"그건 당신 알아서 해.. 근데 가발 벗는 거 말이야.괜찮겠어?"

서글픔이 가슴속 깊이 올라왔지만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응 어쩔 수 없잖아... 어차피 회사 기숙사 들어가면 자고 일하고만 반복인데 다른 누구한테 잘 보일 일도 없고 외부에 나갈 일도 없어서 괜찮아... 지금 그런 거 따질 형편도 아니고 정신 차려야지..."

여전히 은미는 아무 말도 없다.

다음날 가발을 벗고 머리를 전부 밀어버렸다.머리를 밀 때는 괜찮았는데 집에 오자마자

그래도 안쓰러웠는지 은미의 말한디에 서러움이 폭발했다.

"어머 자기야 괜찮아? 머리 깎으면서 안 울었어?"

찬혁은 뒤돌아서 소리 없이 울었다. 왠지 모를 서러움과 자존감이 무너지는듯하였다.

그런 찬혁에게 은미가 위로를 한다.

"생각보다 나쁘진 않아... 울지 마 나도 마음이 안 좋네."

억지로 눈물을 닦으며 억지로 웃어 보인다.찬혁은 도망치듯 1층으로 내려가서 담배를 피운다.

이제 오늘부로 익산으로 내려가면 언제 볼지 모른다 생각하니 그동안 무심코 지나친 평범한 모습 일상과 사소한 물건 하나도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진다.떠날 채비를 하고 모자를 눌러쓴 찬혁을 보며 은미가 분위기를 바꾸려고 농담처럼 인사말을 건넨다."잘 되려고 내려가는 거잖아... 너무 속상해 말고 울지 말고... 또 알아?로또라도 되면 우리 걱정은 모두 해결되잖아."

사실 누구나 그렇지만 두 사람도 매주 작은 금액이지만 로또를 구입해왔고 내심 기대도 하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항상 꽝이었다. 찬혁은 얼굴을 피하며 대답한다.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였다.

"그래 그렇게 될 거야..."

두 사람의 상황은 사실 50대 중반에 모아둔 돈도 없는 데다가 대출금까지 있는 상태여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항상 있었기에 무모한 생각이지만 로또에 마음을 의지하며 지내고 있었다.그렇게 아쉽고 서러운 이별을 하고는 천근만근의 마음의 짐을 안고서 찬혁은 인천을 떠나 익산으로 향한다.  

"잘 있어라 인천.... 언제 볼지 모를 그리운 인천 안녕..."

그렇게 찬혁은 도착할 동안 차 안에서 오랫동안 눈물을 흘렸다. 찬혁은 자신만 빼고 세상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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