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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Oct 30. 2022

하늘에서 보내는 편지.

내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 잘 지내지? 그동안 못 봐서 많이 궁금하네..

내가 떠나고 많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못난 남편이지만 그래도 떠나가니 아쉽고 원망스러운 마음에 한동안 힘들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네.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사람은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이별하니까. 너무 오랫동안 힘들어하지 않길, 너무 오랫동안 슬퍼하질 않길 바래.

언제나 입맛이 까다로워서 내가 해주는 특별식에만 즐겁게 식사를 하곤 했는데 잘 먹고 지내는지 모르겠다. 또 조금이라도 스트레스 받기라도 하는 날엔 잠을 설쳐서 다음날 눈이 빠질 것 같이 아파했는데 잠은 잘 자는지도 궁금하다.

당신이 좋아했던 새우요리 감바스도 못해주고, 고기 중에서는 소고기보다 삼겹살을 좋아해서 내가 에어프라이로 구워주면 맛있게도 먹었던 당신...

늦게 만나서 늘 행복하게 해준다고 약속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많이 다투고 싸웠지. 아니지 속 좁은 내가 당신에게 스트레스도 주고 힘들게 한 것이 더 많았어.

잦은 이직에 매년 힘들어했고, 능력 없는 나 때문에 경제적으로 너무 많은 고통을 줘서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여보... 내 사랑아.... 하늘나라에서 편지를 쓸 수 있게 도움 줘서 다행이야. 그래서 곡 이 말은 하고 싶었어.

너무 미안했어 정말 미안했어. 지나고 나니 미안한 게 너무 많다.

그리고, 너무 보고 싶고, 사랑했고 사랑해.

혹시 다음에 태어날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날 수만 있어서 기억까지 할 수 있다면 다시 찾아갈게 그래서 다시 만날 때는 더 잘해줄게.

돈도 더 많이 벌고 회사도 자주 안 옮기고 늘 기쁜 일만 생기게 노력할게. 그러고 싶다.

이렇게 늦게 깨달은 게 너무 후회된다. 왜 살아있을 때는 몰랐을까.

봄가을이면 린넨소재를 좋아한 당신, 아이스크림은 민트 초코를 좋아한 당신, 겁이 많아서 쫄보인 당신은 늘 내가 걱정이 많았는데.... 부디 당신 곁에 나보다 더 든든한 반려자가 생겼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그러면 나는 이곳에서 너무나 기쁠 것 같아.

부디 다가오는 인연을 억지로 뿌리치지말길 바래.

요즘은 갱년기 때문에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을 텐데 식사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고 조금이라도 아프면 꼭 병원 가서 제때에 진료 잘 받길바래.

사랑하는 우리 여보...

잘 지내고 언제가 마음이 평안해지면 그래서 여행을 가다가 내가 좋아했던 바다를 보게 돼서 내 생각이 난다면 잠시 우리가 같이 백사장에 앉았던 기억으로 웃어줘.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커피는 늘 오전에만 마시고 오후에는 마시지 말고 카페인 때문에 예민해서 잠 못 자니까....

언젠가 시간이 돼서 이곳으로 올 때가 되면 내가 웃으며 반겨줄게 그때까지 나머지 세상구경 잘하고 잘지내길바래....추위잘타니까 늘 따뜻하게 입고 다니고...

고마웠어... 사랑해 영원히.

당신의 남편이 하늘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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