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에 기반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야채를 항상 구비하고 있는데, 냉동 야채도 그중 한 가지다. 오이나 토마토, 잎채소같이 같이 식감이 중요한 것들은 생으로 먹지만 다른 야채들은 그냥 편하게 냉동 야채를 이용하는 편이다.
냉동 야채 믹스를 사면 그 안에는 브로콜리, 당근, 호박 등등의 야채가 섞여있다. 보통은 그걸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계란이랑 우유와 먹는 것이 나의 세 끼 식사 중 한 끼이다. 내가 제일 맛있어하는 야채는 하얀색 브로콜리, 일명 콜리플라워이다. 그런데 이런, 야채 믹스 한봉지를 사면 콜리플라워는 조금만 들어있다. 식감도 좋고 맛도 있어서 없어지는 게 아쉬울 만큼 좋아하는데. 왜 이놈의 야채 믹스에는 콜리플라워는 이렇게 조금, 브로콜리는 이렇게 많이 든 것일까.
그런데도 한 번도 콜리플라워만 살 생각은 안 해봤다. 보통은 좋아하는 걸 실컷 먹고 싶어 하지 않나. 사실은 브로콜리는 먹고 싶지 않았어. 콜리플라워만 먹고 싶었어. 그럼에도 상황을 바꿔보려는 노력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냥 습관대로, 주어지는 대로 묵묵히 먹었을 뿐.
자기 자신을 아끼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렇다.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하고, 좋은 것을 많이 해줘야 되는데. 안다. 알면서도, 반복적인 자기 학대와 내면의 소리 무시하기가 오랜 습관으로 자리 잡혀 있다. 고치려고 노력해도 습관이란 건 몸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라 발견하기도, 떼어내기도 쉽지 않다.
오늘 아침엔 콜리플라워 1kg를 주문했다. 한동안은 질릴 때까지 콜리플라워를 먹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