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트리

다정하고 부지런한 여자가 되고 싶어요

by Dahl Lee달리

춘분이 하루 지난 날 저녁 거리를 걷다

누군가 길에 내다놓은

말라비틀어진 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목질을 눌러보고 껍질을 긁어 본다

아직 단단한 피부 밑으로

안쪽은 초록이 축축하다


너를 여기 내다놓은 사람은 알까

네 안의 봄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바람이 아직 이렇게나 찬데


그의 이름은 해피트리

누군가의 싸구려 행복이었다가

다다르지 못한 봄의 길목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


나무를 밀어낸 손을 생각한다

차고 흰 손의 주인

어딘가 나를 닮은 메마르고 못된 여자


물만 줘도 행복해하는 너를

이렇게 마르게 한

악한 게으름을


그날

내가 문 밖에서 얼게 둔 그의 그림자도

저 나무를 닮았을까


그날

내 손도 그렇게

차고 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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