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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모양일까

공모전 기한이 오늘까지라고?

by Dahl Lee달리

어제는 7/30, 여름휴가의 마지막 날이었다. 각 잡고 남해까지 떠난 여행에서,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 반.


2025년을 시작할 때, 올해는 꼭 글쓰기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내게 다가오는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 있으면 붙잡겠다고.

많이 읽고 많이 쓰겠다고.


시인님과 시 합평 수업을 하고, 봄에 있었던 소설 공모전에 도전, 탈락했다. 아버지께 수필 3개를 내서 피드백을 받고 또 받았다. 내가 약하다고 느끼는 분야인 시를 꾸준히 썼고 읽었다. 개인정보를 중시하는 편이라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글쓰기는 늘 피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찬물 더운물 가릴 수 없다고 생각해서 브런치에도 도전했다.


그리고... 7월 말까지(!) 기한인, 응모해 보고 싶은 공모전이 있어서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수필 2개를 제출해야 하는데 데드라인 한참 전에 미리 1개를 대충 써놨다. 분량이 원고지 15매 내외였는데 그것을 한참 넘게 써버려서 손을 많이 대야 하는 상태로 그냥 한참을 처박아놨다. (왜냐하면 11월까지 매주 토요일에 추나 세미나를 듣고 시험공부도 해야 해서, 그것에 무게를 잔뜩 싣고 있었다.) 여름휴가에서 돌아오면 그다음 날 밤을 새워서라도 제대로 고쳐서 제출하리라, 대충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착을 거의 앞두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모전 공고를 다시 한번 읽어봤다. 마감 기한이 7월 31일이 아니라 30일 까지라고? 한 시간 반 남은 거야? 우와... 도대체 나는 왜 이모양일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pc를 켜고 순식간에 글을 쳐냈다. 다른 한 편은 심지어 30페이지 분량의 전에 써놓았던 수필. 거의 반을 잘라내고 대충 폰트와 글씨크기를 맞추어 이메일로 전송한 시각은 12시 57분. 허허허... 3분 남기고 보냈으니 장하다고 할까?


피곤하기도 하고 시간이 얼마 없어서 꼼꼼하게 읽고 수정하지 못해서 분명 오탈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오늘 아침에야 다시 읽었다. 역시나 몇 군데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날짜나 돈, 시간에 철저하지 못한 나. 스케쥴러 비스름한 게 있긴 하지만 두꺼운 5주년 일기장으로, '감정 기록용'에 가깝기에, 전혀 제 용도를 못하고 있다. 전에는 이런 일들을 적어놓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기억하고 있어도 잘 작동했었는데, 소위 '어른'이 되어 해야될 일, 돌보아야 하는 사람이 많아지며 여기저기 구멍이 생긴다.


본과 3학년 때인가, 4학년 때인가 의료법규 시간에 "금치산자"라는 용어를 배웠었다. 찾아보니 법이 바뀌어 현재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용어 같은데, 그 당시는 참 충격적인 새로 배운 용어로 내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렸다. 스스로 멍청한 짓을 할 때마다 속으로 "이 금치산자 같은 인간!"이라고 자신을 다그쳤다.


금치산자란?

개정 전 민법에 의할 때 금치산자란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어 자기 행위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능력(의사능력)이 없는 자로서 본인 · 배우자 · 4촌 이내의 친족 · 후견인 ·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으로부터 금치산의 선고를 받은 자를 의미하였다. 정도가 약한 정신병자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나 일단 선고를 받으면 치유되더라도 선고를 취소받을 때까지는 아직 금치산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금치산자 [禁治産者, an incompetent] (법률용어사전, 2023. 01. 15., 이병태)

정신에 문제가 있어서 자기 행위의 결과가 어떨지 합리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자로, 타인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현재는 "피성년후견인"이란 개념으로 대체된 것 같다.


아무튼 어제의 공모전은 그렇게 3분 앞두고 불완전한 상태로 응모했다.


이제 또 새로운 공모전을 찾아 사부작사부작 새로운 글을 써봐야겠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감정기록용 일기장이 아닌 제대로 된 스케쥴러를 하나 장만하는 것도 필요할 듯싶다. 피성년후견인에 가까운 멍청한 자아를 돌보는 현명한 성년후견인 자아를 새로 고안해 내는 것도 방법이겠다. 어쩌겠어. 나날이 나사가 빠져가는 나를 돌보며 돌아보며 어떻게든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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