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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나에 대해서

목표 지향적인 삶에서 비롯되는 부작용

by Dahl Lee달리

오랜 시간 동안 목표 지향적으로 살아왔다. 사실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내 마음속에는 늘 지향해야 하는 푯대가 있고, 그런 목표가 생기면 이외의 것은 잘 돌아보지 않는 편이다.


어려서부터 나는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공부를 하려면 주변정리부터 하고 시작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쓰레기장 가운데에서도 "요이땅"하면 무념무상으로 공부에 임하는 스타일.

에너지 효율적이라고, 이런 성격이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이런 나의 모습이 싫다.

집 식탁이 큰 편인데 늘 한편엔 책과 학용품과 인형 등.... 뭐가 잔뜩 쌓여 있다. 꼴 보기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걸 치우기 위한 1시간을 내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나.

매일 한 시간씩은 꼭 정리정돈에 쓸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금방 허물어져 버리는 의지.

그 시간이면 차라리 책을 읽거나 운동하는 게 낫지 않아?라고 생각해 버리게 된다.

이런 내가 싫다.


또 한 가지는, 요리와 음식에 대해 자꾸 효율을 생각하게 되는 것.

어제 누군가가 쓴 요리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고, 나도 뭐라도 만들어보자 하고 아침부터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간단한 요리지만 그래도 20분 이상 공이 들어갔고, 먹는데 또 시간이 걸리고, 치우는데도 시간이 걸려서 주방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산뜻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항상 음식을 먹고 치우는데 30분 이상 들어가면 짜증이 나다 못해 기분이 다운되기 시작한다.

이것뿐 아니다. 또 있다. 불을 쓰는 요리는 만드는것도, 먹는것도 싫다. 몸에 냄새가 배기 때문이다. 나란 인간, 대체 어떻게 된 인간이냐. 어디가서 말하는것도 부끄럽다.

언제나 김밥이나 샐러드,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음식을 선호하고... 그러다 보니 미식과는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늘 대충 먹고 대충 사는 나.

설거지를 할 때는 하루 중 가장 우울할 때다.

'왜 이런 무의미한 노동에 시간을 써야 하는 거지?'

이런 우울감과 짜증은 내 몸 밖으로 흘러넘쳐 결국엔 나를 지켜보는 사람조차 마음이 불편하게 만든다.

기본적인 의식주에 집중하는 모습이 단정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도, 금방 또 어딘가를 향해 달려 나가 버리는 나.

이런 내가 싫다.


뭐 얼마나 대단한 걸 이루고, 대단한 효율을 가지고 산다고 이렇게 사는 건지.

한심한 나.

이런 내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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