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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Lee달리

좋아하는 사람의 귀를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적당히 시원한 귀를 조물거리다 보면 금세 잠이 온다


외로울수록 수다쟁이가 되고

떠들수록 더 외로워진다

우리는 모두 외로운 아이들


진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입을 닫고 귀를 연다

내 설익은 목소리에 네가 가리지 않도록


평생 사무치게 외로워서

세상 제일가는 수다쟁이셨던 할머니

내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셨지

꼭 할머니 귀를 만져야만 잠이 왔었는데


외로운 내가

할머니의 시원하고 쪼글한 귀에 검지손가락을 대고

옆에 누워 가만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거기는 어떤 곳이야

살만한 곳이야

나는 여전히 엉망이야

거기에선 모든 것이 정돈이 되나

마지막에는 얼마나 아팠어

그곳에도 그리움이 있나

내가 죽으면 우리는

정말로

다시 만나게 되나


좋아하는 사람의 귀를 만질 수 없어서

나는 계속 잠을 잘 수가 없어

당신처럼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아빠가 오늘 할머니 새로운 사진을 찾으셨다고 보내주셨다.

아빠도 할머니가 많이 그리우신가 보다.

전북대 병원인거보면 상갓집인가본데 다들 표정이 밝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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