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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피해 걷는 아이들에게 부쳐

이제야 시인과 합평 수업 과제-봄.

by Dahl Lee달리

아지랑이 피어나듯 뱃속에 가라앉은 먼지들이

일렁이며 날아 오르기 시작하는 계절


세상 모든 비극은 자격 없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사람들 대부분은

세상의 우물을 어릴 때부터 들여다본 사람의 얼굴


비로소 꽃망울 터지는 순간에 때맞춰

날아오르는 물컵 박자가 뒤틀린 훈계 찢어버리는 고함 비틀거림 누군가의 흐느낌 아이들의 비명 같은 울음소리


속삭이듯 이야기하고 선듯이 잠을 자고 자주 체하며 자란

거기 나랑 눈을 맞춘 당신도 봄이 지긋지긋한가요


그래서 아이들은

찬데로 한데로만 다니는걸까


부모를 닮은 자기 배꼽이 봄기운에 부풀어 오를까봐

고개를 숙여 우물같은 배꼽을 자주 들여다본다


모든 것이 비로소 괜찮아 질 것 같은 계절

아이들이 몸 속에 우물을 품고 걷는다


느리고 주저하는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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