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 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 히브리서 4:12
설거지를 마친 미미는 침대에 누워 잠시 쉬기로 한다.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고, 침대가 흔들리는 진동에 집중한다.
작은 진동은 점점 커져서 그녀 안에 든 것을 흔들기 시작한다.
물컵에 가득 담긴 물을 흔들어 가라앉은 찌꺼기들이 위로 올라오듯, 그렇게 기억과 감정이 올라온다.
기억 속의 미미는 작은 예배당 안, 목사님의 강대상 앞에 꿇어앉아있다.
꿇어앉은 미미는 침대 위의 미미보다 볼이 통통하고 머리카락이 짧다.
묶지 않은 단발머리가 어지럽게 흘러내려 땀과 눈물로 젖은 미미의 뺨에 달라붙는다.
조명은 꺼져서 칠흑같이 어둡다. 찬양 반주는 작고 작은 예배당 안을 너무 크게 울린다.그 소리로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기라도 할 것처럼.
목사님은 나란히 꿇어앉은 신자들에게 돌아가며 안수기도를 해주신다.
목사님이 안수기도를 마칠 때마다 무릎을 꿇은 신자들이 하나씩 바닥에 쓰러진다.
미미의 왼쪽 귀는 어려서부터 망가져 있었는지, 큰 소리를 들으면 통증이 심했다.
그러나 미미의 자리는 하필 스피커 옆.
크게 웽웽대는 찬양 반주에 고막이 찢길 것 같지만 미미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다.
미미는 죄인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어느 날 선 검보다 예리하게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고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시기 때문이다.
이 기억을 계속 떠올려도 될까?
아프다. 다른 생각을 하고 싶다.
미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른 이미지를 붙잡는다. 아까 먹은 셀러리의 짙은 초록. 샤인머스캣의 밝고 투명한 연두색의 단면. 세제가 만든 하얗게 보글거리는 거품의 감촉.
흔들리던 침대가 어느덧 잠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