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바쁘게 살아왔다.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약속을 잡고, 쉬는 것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작장에 붙어 있었고, 목적 없는 이런저런 일로 늘 ‘바쁘다. 힘들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나름대로 바쁘게 사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친 삶에 취해 갈지자를 그리며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처음에는 바쁘다고 생각한 삶이 좋았다. 조금 더 우월한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 바쁘게 사는 삶이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믿었다. 목적도 없는 바쁨에 자부심을 느끼며 정작 날 위한 일은 방치했다. 마음은 서서히 가뭄에 갈라진 논처럼 쩍쩍 갈라져 잠깐씩 물을 주는 것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마음이 지쳐가자 그 짝꿍인 몸도 지쳐가지 시작했다. 나뭇잎 가득한 냇가의 푸른 나무처럼 생기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쩍쩍 갈라진 땅에 누렇게 변한 잎으로 버티고 있다.
쉬는 것을 불안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할 수 없는 부탁은 미안해하지 않고 정중하게 거절 하기로 했다. 홍보용 풍선 인형처럼 이리저리 펄럭거리며 바쁜척하지 않기로 했다. 바쁘게 사는 것이 삶을 잘 사는 것이라는 자기 위안은 치워버리기로 했다. 갈지자를 그리며 살던 삶을 보듬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삶을 살면 되는 거였다.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세상과 타협하려고 하지도 않고 장황하게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며 거절할 필요도 없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나만의 방식으로 살면 된다. 내 삶은 내꺼다. 시간 낭비하지 않고 진짜 나를 찾아서 내 삶을 사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뭔가를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일을 벌이려고만 했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한 내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버리는 것이었다. 맞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일을 버리는 것이다.
버리기, 비움이 시작했다. 필요 없는 것을 버리며 비움을 실천하자 마음의 여유와 함께 시간의 여유도 생겼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못 했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쌓아둔 책을 읽고 미뤄뒀던 산책을 하고 잠깐 동안 명상을 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채우려고만 했던 삶의 방식을 비우는 삶의 방식으로 바꾸자 가벼워졌다. 하나 둘 비워내고 필요한 짐만 짊어지고 떠나는 삶의 여정은 애플민트 아이스크림 같다. 그 여정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그 상큼함에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