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토마토를 다시 키우는 것.

by 이작가

봄이 되자 싱그러운 식물이 키우고 싶어 진다. 예쁜 화분을 들여올까 하다가 갑자기 예쁜데 먹을 수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고추를 심을까 파프리카를 심을까를 고민하다가 토마토를 심어보기로 한다.


화분과 흙 그리고 씨앗을 준비한다. 베란다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 두고 물을 주며 새싹이 나오길 기다린다. 기다림의 시간은 설렘과 지루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지만 이번엔 설렘이 이긴다. 매일 아침 눈을 떠 빈 화분을 확인하던 어느 날 생각지도 않게 '초록'하고 올라온 작은 새싹을 발견한다. 소리 없는 환호성이란 이런 것이구나. 전화기를 들고 요리조리 각도를 달리하며 이 작고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찍는다. 그리고 여기저기 자랑도 한다.


매일매일 조금씩 제 할 일을 하며 자라는 녀석이 기특해 쓰담쓰담도 해준다. 이 녀석들이 내 사랑에 감동을 받았는지 무럭무럭 잘도 자란다. 여름이 짙어지는 어느 날 초록색 열매 몇 개가 눈에 들어온다. 바쁘다고 물 주는 것을 깜빡해도 잦은 회식에 관심을 많이 주지 않았음에도 기특한 녀석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열매까지 맺고 있었던 것이다. 또 그렇게 관심과 무관심을 병행하는 며칠이 지나고 나면 녀석들은 빠알갛게 수줍은 얼굴이 되어 나를 기다린다.


조심스럽게 하나를 따서 입에 넣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이제부터는 정신없이 열매가 맺힌다. 그래서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토마토를 먹는 것 중 최고는 지치고 힘든 저녁 베란다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며 토마토를 안주삼아 맥주 한 잔 하는 것이다. 가지에 달린 토마토를 바로바로 따 먹으며 맥주를 마시는 기분이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베란다 밖의 화려한 조명들에 주는 들지 않고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구마구 솟구쳐 오른다.


그러나 삶은 비정하다. 바쁜 일상이 그렇게도 사랑하던 토마토를 돌보지 못하게 한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하루하루에 침대에 쓰러지듯 잠이 들고 아침이면 유령처럼 직장에 나가는 삶 속에서 조금씩 잊힌다. 잎은 생기를 잃고 뿌리는 더 이상 제 할 일을 하지 못 하게 된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이젠 그 녀석들을 보내줘야 한다.


또다시 토마토를 키울 수 없을 것 같다. 햇빛이 잘 드는 곳을 찾아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새싹이 돋아나길 기다리는 시간을 참아내는 그 시간을 반복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또 봄바람이 살랑 불어 코끝을 간질이며 마음을 훑고 지나가면 다시 씨앗을 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그렇게 허망하게 너를 보내지 않을 것이야 ' 하고 굳은 다짐도 하면서 말이다.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도 토마토를 다시 키우는 것처럼 용기가 필요하다. 씨앗이 나올 때까지 햇빛이 잘 드는 곳을 찾아주고 물을 주며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줄기가 자라고 잎이 늘어나고 열매가 맺힐 때까지 기다리는 수고를 또 해야 한다는 마음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대견하게도 우리는 그 과정을 이겨내고 또 사랑을 시작하려는 마음을 먹는다.


다시 사랑을 꿈꾸는 우리는 대견한 사람들이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기 위해 힘든 과정들을 이겨낸다. 때론 아등바등 참고 견디며 그 과정을 이겨낸다고 해도 다시 시작할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참 대견한 일이다. 토마토 씨앗이 좋은 토양과 햇빛과 적당한 물과 함께 자라 새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 신비롭고 대견해 보이는 것처럼 우리가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결국 사랑을 시작하고 지켜내는 것 또한 대견한 일이다.


지금 그 사랑을 시작하고 있다면 또는 지켜내고 있다면 어쩌면 그 사랑으로 아파하고 있다면 그리고 사랑을 하고 싶다면 당신은 지금 잘하고 있다. 참 대견하다. 토마토를 키우는 것도 사랑을 시작하는 것도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저절로 되는 것은 없으니 노력도 필요하겠지? 실패한 경험이 있으니 다시 시작할 용기도 필요하다. 다 알고도 다시 시작하겠다 마음 먹은 당신은 그래서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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