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인생을 바꾼다.

by 이작가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어쩌면 단순히 책을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든 들고만 있다가 냄비 받침을 하든 언제나 책 한 권은 꼭 챙긴다. 부적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종교는 기독교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 공부를 잘한다고들 하지만 항상 예외는 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도 공부를 다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몸소 실천해 보여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학원을 운영하면서도 독서는 빼놓을 수 없는 생활의 일부였다. 하지만 언제나 시간이 부족했다. 학원 수업이 늦게 끝나면 피곤해서 일찍 자야 했고 아침에 아이들이 등교하고 나면 늦게까지 수업을 한다는 핑계로 쉬어야 한다는 것을 정당화하며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핸드폰으로 쓸데없는 검색을 했다. 그러다 핸드폰을 놓쳐 얼굴에 떨어뜨려 다치기도 했다. 독서를 좋아하긴 했지만 시간과 피곤함을 방패 삼아 겨우겨우 내용을 잊지 않고 끌어갈 정도로만 읽었다.


밤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루틴을 만들며 조금씩 시간을 확보하자 책을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는 것의 행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프란츠 카프카는 “책은 도끼다.”라고 말했다. 얼어붙었던 마음속의 얼음을 깨고 굳어져 버린 내 사고의 틀과 딱딱해진 내 감수성을 그리고 이제는 친구처럼 달고 다니는 마비된 이성을 깨부수는 기특한 연장 같은 것이 독서였다.


독서를 통해 평안하고 안정된 삶을 뒤돌아 보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걸아가야 할 순간을 맞이한다. 독서는 나를 늘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고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게 한다. 평생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만나게 하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경험하게 한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사고를 하며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성공했는지를 볼 수 있게 한다. 내가 살아온 삶을 다른 누군가의 삶을 통해 돌아보며 반성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한다.


늦은 밤은 책을 읽기 좋은 시간이다. 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다가 새로운 꿈을 꾸기도 하고 목표를 세우기도 한다. 책 속의 주인공이 플푸트 연주를 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여 플푸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소리도 나지 않고 한 달 동안 플푸트를 끼우지도 못 하고 ‘투투투’ 연습만 했다. 하지만 꾸준히 연습해서 부족한 실력이지만 1년 만에 공연도 했다. 실수투성이의 공연이었지만 멋진 드레스를 입고 높은 구두를 신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연주하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만약 책 읽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된다면 처음부터 두껍고 어려운 책 보다 그림이 있는 에세이를 읽어도 좋겠다. 평소에 좋아했던 빨강머리 앤 이야기나 라이언 이야기, 둘리 이야기처럼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짧지만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그렇게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뿌듯함과 자신감으로 독서에 대한 거리감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밤에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동네 서점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네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는 서점에 들러 서점 구경도 하고 관심이 있던 분야의 책을 골라보면 독서에 대한 흥미가 생길 수 있다. 누군가와 데이트 코스를 중고 서점으로 잡아도 좋을 것 같다. 근처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중고 서점에 들러 표지가 예쁜 책이나 그림이 멋진 책 또는 유명한 작가가 쓴 책 등 자신만의 기준으로 저렴하기까지 한 중고책을 골라 서로에게 선물하고 커피숍에 가서 구입한 책들을 펼쳐보며 그것을 읽을 밤 시간의 즐거움을 상상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도 저도 싫다면 커피를 마시거나 맥주 한 캔 하면서 오디오북을 들어도 좋을 것 같다. 처음 오디오북에 가입하면 한 달은 무료로 들을 수 있다. 평소에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한 달 동안 체험해 보고 계속할지 결정하면 된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책을 읽는다는 것 또한 짜릿한 기분이다. 하지만 늦은 밤 시간에 오디오북은 잠을 잘 자게 하는 ASMR이 될 수도 있느니 조심해야 한다.


독서를 한다고 하면 무조건 처음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꼭 그 책을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읽다가 지루하거나 읽고 싶지 않으면 과감히 다음으로 넘어가도 된다. 꾸준히 읽으며 독서를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책을 꼭 다 읽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밤 시간을 즐겁게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욕심을 갖고 자신을 몰아붙이기 시작하면 끝까지 완주하기 힘들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완주해서 끝내는 경기가 아니다. 천천히 걷다가 지치면 앉아서 바람도 느끼고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하늘도 한 번 올려다보며 쉬었다가 다시 또 일어나 사드락 사드락 걷는 산책이라고 생각하자. 밤 시간은 나에게 풍요롭고 여유로운 시간이지 쫓기는 시간이 아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며 책을 읽는 시간,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 조금이지만 내일로 미루지 않고 책을 읽는 시간, 나를 뒤돌아 보며 책을 읽는 시간, 자신이 조금은 멋진 것 같다고 느끼며 책을 읽는 시간들의 행복을 몸은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좋은 기억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느리지만 천천히 그렇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책을 통해 날마다 성장할 수 있는 거룩하고 평화로운 밤 독서의 힘이다.


책을 읽고 리뷰를 써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한 권, 두 권. 꾸준히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자 팔로워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 리뷰를 읽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칭찬에 약한 나는 더 공방 받고 칭찬받기 위해 더 잘 읽고 더 열심히 리뷰를 썼다. 지금은 인스타를 통해 친구도 생겼고 독서 모임도 두 개나 하고 있다. 이렇게 밤 시간을 즐겁게 보내면서 내 삶을 달라졌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긍정적이 되었다. 밤 시간에 책을 읽었고 책은 도끼가 되어 지금까지의 게으르고 안일했던 삶을 깨버렸다. 책을 읽고 올빼미의 삶은 달라졌다. 독서하는 올빼미는 누구도 말릴 수 없다.


긴 하루 끝에 즐거운 책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오늘을 더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