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형 올빼미되기.

by 이작가



집업 특성상 나는 3월에 그 해가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는 3월 2일부터 내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이 나를 살게 한다. 겨울 내내 움츠리고 있었던 씨앗들이 뾰족뾰족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 앞을 빼꼼거리듯 내 마음도 3월이 되면 두근거린다. 올해 또 아이들과 어떤 추억을 만들며 수업할 수 있을까 펭수처럼 엣헴엣헴 신이 난다.


방학 동안 밤 시간을 즐겁고 알차고 야무지게 보냈다. 목표한 만큼 책도 읽고, 인스타에 리뷰도 작성하고, 사랑하는 나의 공간 브런치에 글도 올리며 올빼미로서 뿌듯한 시간을 보냈다. 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삶의 태도가 바뀌고 자세가 바뀌었다. 미루기만 했던 내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으로 변화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가 제일 좋아하는 3월이 되었다. 올빼미도 바뀐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한다. 개학을 했다는 것은 아침 기상시간이 달라져야 하고 퇴근 시간 또한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엄마 올빼미는 아침에 죽이든 빵이든 국을 끓이든 볶든 삶든 어떻게든 자식 올빼미를 먹여 학교에 보내야 한다. 스쿨버스에 타야 하는 녀석이 있어 늦잠은 택시비를 부른다. 일찍 일어나는 올빼미로 리셋되어야 한다. 일주일 정도 연습이 필요하다. 1시 30분에 취침을 하고 7시 30분에 일어났다. 연습 기간 동안은 12시에 잠을 자고 6시에 일어난다. 연습 기간은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지기 쉬운 때다. 자는 시간은 빨라졌는데 일어나는 시간은 전과 같다. 길들여진 습관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 올빼미는 언제나 최선을 다 한다. 자괴감에 빠지고 자책감에 시달리며 일주일을 우울하게 보내며 버티면 몸은 또 그 변화에 자신을 맞추기 시작한다. 천하무적 올빼미도 준비 기간은 필요하다.


3월이 시작되면 11시에 잠을 잔다. 물론 고등부 수업이 늦게 끝나거나 시험 기간에는 퇴근이 더 늦어 취침 시간이 늦어진다. 퇴근하고 와서 바로 자면 일만 하는 로봇 같아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 맥주를 한 캔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피곤한 날은 그 시간이 줄어들기도 한다. 시간을 정해 놓는 건 좋지만 그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세운 플랜도 중요하지만 그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내 마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새벽을 즐기는 올빼미가 된다. 설렌다. 새벽은 올빼미의 영역이 아니었다. 엄마 손 잡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의 설렘쯤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두렵기고 하고 설레기도 하고 엄마 뒤에 서서 빼꼼히 교실과 친구들을 둘러보면서 느끼던 감점이 꿈틀거린다. 설렌다. 또다시 한 해를 신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새벽에 어울리는 놀거리를 찾아야 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성경 필사를 하는 것 말고 새벽에 할 수 있는 것들을 궁리한다.


새벽 산책이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남편과 즐겨하는 활동이다. 남편이 출근하기 전 1시간 정도 집 근처 은파 호수를 빙 둘러 걷는다. 회사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를 하다가 조용한 순간이 온다. 각자 그 시간에 몰입해 명상을 하기도 하고 하루를 계획하기도 하고 마음에 두고 있던 생각들을 정리하기도 한다. 이슬 맺힌 나뭇잎을 감사하고 자욱이 내려앉은 물안개에 감사하고 흐르는 땀을 식혀주는 바람에 인사하고 일찍부터 집 짓기에 여념이 없는 부지런둥이 거미와도 인사한다. 온통 즐겁고 감사한 일들로 가득한 아침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즐겁다.


밤 시간에 하던 일을 새벽으로 옮겨와 하는 것뿐인데 느낌이 다르다. 밤에 듣던 음악과 새벽에 듣는 음악이 달라서 새로운 목록이 짜인다. 잔잔한 음악보다는 생기 있는 음악을 듣게 된다. 여전사처럼 당장이라도 나가 무엇과도 싸워 이길 기세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저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와 나를 흥분시킨다.


밤을 사랑하는 올빼미는 환경이 바뀌었다고 상황을 탓하며 주저앉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그 환경의 즐거움을 한껏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으며, 시작한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기도 한다. 새벽을 즐기는 올빼미는 아직도 적응 중이다. 점심이 되면 졸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30분 정도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자며 잠을 보충하기도 한다. 그렇게 적응해가는 올빼미는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환경의 변화를 즐기며 설렘 가득한 새벽형 올빼미가 되어가고 있다. 다시 올 겨울을 기다리며. 새벽형 올빼미의 성장을 기대하시라. 개. 봉. 박. 두.!!


The breeze at dawn has secrets to tell you.
Don’t go back to sleep.
-Rumi-

새벽에 부는 산들바람은 너에게 말해줄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다시 잠들지 말아라.
-루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