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아지트

by 이작가

오늘 아침 200번째 글을 올리기 위해 글을 썼다. 글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패드가 멈춰버렸다. 이것저것 해봐도 같은 화면이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다. 할 수 없이 전원을 껐다. 그리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시 전원을 켰다. 다시 브런치 아이콘을 클릭한다.


제발 제발 제발.


브런치 홈 화면이 반갑게 인사한다. 순간 등에서는 식은땀이 머릿속은 하얗고 가슴은 답답하고 입에서는 나도 모르는 육두문자가 삐죽삐죽 흘러나온다. 어쩐지 막힘 없이 술술 써진다 했다. 순간적으로 올라온 화를 식히기 위해 심호흡을 한다. 쉽게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한국사 수업이 있다. 정신을 차리고 텀블러에 커피를 진하게 준비해 간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어떻게든 멘탈을 잡아야 한다.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 나니 기분이 좀 좋아졌다. 수업 끝나고 사천 짜장라면에 맥주 한 잔 마셨더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자,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행복을 찾아 떠나 볼까?


기분이 좋아지고 치유와 위로가 되고 안정을 취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나는 "행복 아지트"라고 부른다. 바로 공간이 만들어주는 행복이다.


어렸을 때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려고 애쓴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박스를 쌓아 올려 만들기도 하고, 책상 밑 좁고 어두운 곳에 보자기로 문을 달아 만들기도 하고, 이불장 속 비좁은 곳을 아지트로 만들기도 한다. " 그 좁은 데서 뭘 하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라고 혀를 차시는 부모님은 모른다. 그곳에서 뭔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엄마의 양수 속처럼 포근하고 조용하고 깜깜한 그곳에 있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곧 신기하고 멋진 상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행복 지수를 표로 나타낸다면 아지트 안에서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유영하는 아이들 행복 지수는 그래프를 뚫고 나갈 것이다.


어른이 된 우리는

당신의 행복 아지트는 어디 인가요?


남편과 내 책상을 나란히 나란히 놓았다. 구석을 좋아하는 나를 배려해 나에게 안쪽을 양보해 줬다. 우리는 큰 불을 잘 켜지 않는다. 각자 책상 앞에 있는 스탠드를 켜거나 간접등을 켠다. 어두운 주변에서 노랗게 빛나는 내 책상의 감성이 좋다. 집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여기서 보낸다. 책들로 둘러싸인 서재가 있지만 좁고 노랗게 빛나는 내 아지트가 좋다.


이곳에 앉아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차를 마시고, 명상을 한다. 각종 계획을 세우며 희망에 차올랐다가 맘대로 되지 않아 속상해하기도 한다. 화가 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행복의 스위치가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곳, "행복 아지트"다.


아이가 어렸을 땐 내 계획대로 착착 일이 진행될 것 같았다. '우리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뭔가 다른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의 생각과 강요는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특히 아이들이 사춘기라면.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책을 읽게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신나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잘 보이는 곳에 책을 슬며시 놓아둔다. 하지만 아이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내 행복 아지트에 앉아서 고민하고 있던 중 "아하"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에게도 아지트를 만들어 주기로 한다. 동네에 있는 스터디 카페를 아이와 함께 다녔다. 아이가 가장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좁은 칸막이가 아닌 오픈된 테이블이 있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입장하면 시원한 아이스티를 준다. 아이는 "공부 아지트"를 찾았다. 방학을 맞은 아이는 아침에도 오후에도 밤늦게도 그곳을 찾는다. 공부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지트를 찾은 것은 확실하다.


자신만의 아지트를 갖는 것은 더 쉽고 빠르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한다. 운동을 좋아하면 "운동 아지트", 글쓰기를 좋아하면 "글쓰기 아지트", 산책 좋아하면 "산책 아지트" 커피를 좋아하면 "카페 아지트".

아지트는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려줄 것이다.


연기처럼 사라진 글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나지만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를 들으며 춤을 추고 고래고래 따라 부르니 기분이 좋아진다. 속도 없이 웃음이 나고 주책없이 신이 난다. B급 감성이 폭발했다. 내 아지트에서만 할 수 있는 B급 감성 놀이다. 행복 아지트는 오랜만에 발바닥에 땀이 난다. 참 아찔한 하루였지만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며 이겨낸다. '글이야, 또 쓰면 되지.'

행복은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찾아내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길을 잃고 잘 자고 있는지 행복한 게 맞는지 고민하지만 정답은 없다. 행복할 때는 충분히 그것을 즐기면 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빨리 그곳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행복의 스위치가 습관처럼 켜지는 곳, 행복 아지트가 있다면 삶을 조금 더 즐겁게 살아낼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한 뼘쯤은 더 행복할 수 있다.


#삶은즐거워야한다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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