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행의 목적

집으로 돌아오기위한 여행

by 이작가



정말 즐거웠어요.
제 생애에 있어 큰 사건이었단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집으로 돌아온 일이었어요.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삶은 솜사탕처럼 달달하고 헬륨 가득 들어간 풍선처럼 하늘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한다. 하루하루 그날을 기다리며 달력에 체크를 하며 더디 가는 시간을 잡고 어서어서 움직이라고 하소연하고 싶어 진다.


여행을 위한 아침이 밝아오면 천근만근 떠지지 않던 눈이 시키지 않아도 자리를 잡는다. 먹는 둥 마는 둥 아침을 먹고 미리 싸놓은 짐을 몇 번이고 확인한다. 날씨까지 좋으면 여행의 설렘은 배가 된다. 캐리어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만큼 신나는 소리가 없다.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고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을 나설 때 드디어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한 준비가 완료된다.


비행기를 타든 배를 타든 버스를 타든 직접 운전을 하든 덜컹거리는 이동 수단과 계속해서 내 뒤로 물러서는 배경은 숨겨진 나를 천천히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공동의 평화를 위해 배려라는 이름으로 숨겨왔던 나를 가족의 질서를 위해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모른 척했던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유로운 내가 내 안에서 빠져나온다. 진짜 나를 만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내게 해 주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들어준다.


지금까지 보지 못 한 풍경에 음식에 공기와 꽃과 바람과 하늘을 마주하며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른 나를 채워나간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깊이가 감사함의 깊이가 더 깊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다. 여행은 자신과 더욱 친해지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러면 못 이기는 척하고 나와 더욱 깊이 내적인 나와 대화하면 된다. 내가 보고 들은 것과 마음속에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연결해 매듭지어진다.


새로운 생각을 하고 싶다면 여행을 통해 새로운 환경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정보의 홍수 끝없는 대화의 홍수 대인관계의 홍수 속에서 익사할 것 같다면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여행은 언제나 돈이나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 여행은 단순히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을 바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환경에서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세상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꾸기도 한다.


여행 중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지금껏 보지 못 했던 풍경을 보면서 알던 것과 다른 것들을 경험하면서 가졌을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회오리친다. 지금까지의 나와 새로운 내가 만나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나를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설레는 기적 같은 일이다. 이것은 자신을 묶고 있던 속박에서 벗어나는 용기를 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럼에도 여행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새로운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걷고 생각하고 느끼며 발견한 나를 데리고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여행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길 꿈꾸는 동시에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최고 맛집만 찾아다니며 먹었던 음식들에 지쳐갈 때쯤 집밥이 그리워진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그리워지기도 하고 정리하고 뒤돌아서면 또 난장판을 만들어버리는 아이들의 말썽들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심지어 남편의 코 고는 소리와 숨결까지 그립다. 파랑새를 찾아 온 세상을 여행하지만 결국 파랑새는 집에 있었던 것처럼 자신의 평범한 삶을 찾아 돌아오는 여행은 어쩌면 집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것이 아닐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