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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과 가죽의 시

by 이작가

< #바늘과 가죽의 시 >

#구병모 #현대문학

“사라질 것을 알면서 곁에 두겠다는 걸… … 이해하고 싶지 않다.” 146p

“사라질거니까. 닳아 없어지고 죽어가는 것을 아니까. 지금이 아니면 안 돼.” 149p

외롭고 쓸쓸한 신 도깨비가 생각났다. 영원히 죽지 않는 “형벌”을 받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기 옆에서 죽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우리는 기껏해야 100년 정도의 삶을 살 수 있다. 그 삶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고자 운동도 하고 몸에 좋다는 것을 찾아 먹고 한 움큼씩 약도 먹는다. 영원히 죽지 않는 그들에게 있어 우리의 삶은 고작 하루살이의 삶에 불과하지만 그 하루살이 같은 인생에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각자의 서사를 써내려 간다.

손에 쥔 모래가 파도에 쓸려 나가듯 손 쓸 틈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시간과 인연들 속에서 우리는 무의미함 보다는 의미를 찾고 무한하지 않은 사랑을 선택한다.

언젠가 가난한 구둣방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와주기 위해 구두를 만들었고 그들의 고마움의 선물인 인간의 옷을 입으며 인간의 모습을 갖게 된 불멸의 존재들이 수많은 시간들은 보내며 안은 여전히 구두를 만들며 인간과의 연을 맺지 않는 것을 선택하고 또 다른 요정 미아는 그럼에도 끝이 나고야 말 무의미한 관계를 선택한다.

안은 그 연이 끝나고 난 후 겪어내야 할 아픔을 걱정하고 미아는 그 고통을 알면서도 또 사랑을 선택한다.

우리는 완전할 수 없고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의 삶에 더 충실하고 하루살이 같은 인생이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랑을 위해 가족을 위해 인류를 위해 불나방처럼 두려움을 모르고 나아가는 게 아닐까? 사라질 거니까. 닳아 없어질 거니까.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까. 삶을 더 사랑하고 아끼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이 많다. 자, 생각해 보시라. 그리고 지금 당장 그 일을 해보시라. 그리고 하늘을 향해 한껏 웃어 보이면 어떨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며 지금 아니면 안 되는 일을 지금 하시라. 나도 오늘은 그렇게 할 테니.

#위저드베이커리 많이 보셨을 텐데. 그 책을 쓰신 작가님이시다. 바로 이분이.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에 상상력을 만 칠천 숟가락 퍼 담아 시 같기도 소설 같기도 한 책이다. 지금의 삶이 짜증 나고 싫다면 심호흡 한 번 제대로 하고 싶다면 그리고 자신의 영혼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면 let’s go!!

“안은 웬만해서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미아, 너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언젠가 네가 혼자가 되더라도 사실은 처음부터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우리에게는 찰나에 불과한 시간만을 머물렀다가 부러지고 사라질 세상의 모든 것을 붙들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뻗고야 마는 손을, 변함없이 바늘을 쥐는 손만큼이나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170p

결국은 안도 그걸 느끼게 된 거야. 그래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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