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단체 톡방을 만들었다. 매일 얼굴 보고 바로 옆에 앉아서 함께 TV를 보고 있는데 굳이 단체 톡방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만들 필요가 있다.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중요한 가족 행사를 결정하는 문제까지 함께 공유하고 생각한다. 가족이니까.
[공지] 읽씹 금지.
중2 사춘기 아들은 모든 카톡음을 무음으로 설정해 두었다. 가족도 예외는 없단다. 카톡 내용을 언제 읽을지 모른다고 못을 박았다. 초6 딸아이는 폴더 폰을 가지고 다닌다. 집에 있을 때만 공폰으로 카톡을 한다. 역시 언제 읽을지 모른단다. 주로 내가 글을 쓰고 남편이 적절한 이모티콘으로 응답한다. 이모티콘이 없었다면 우리 가족 단체 톡방은 엄청 썰렁했을 것이다. [읽지 않음 2]. 옆에 앉아 있는 아들에게
“야, 왜 카톡 안 읽어?”
“핸드폰 내 방에 있는데?”
“아, 왜 전화기를 안 들고 다녀. 중요한 메시지 오면 어쩌려고.”
“중요하면 전화하겠지.”
그래서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으러 급하게 방으로 뛰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에 웃음이 난다. 전화 건 사람이 나란 걸 알고 지을 표정이 상상이 간다.
“엄마, 쫌!!!”
“중요하면 전화할 거라며. 중요한 일이라서 그래.”
옆에서 TV를 보던 초6 딸아이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오늘 할 일 : 서로에게 고마운 일 7개씩 써오기.]
서운함이든 감사함이든 자꾸 표현을 해야 한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나 감사한 마음을 뭘 말로 하냐고 묻는다. 당연한 것이고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도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말로 확인받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남편이 아내에게 고맙고 아내가 남편에게 고마운 일들이 어디 한 두 개만 있을까? 차고 넘치는 감사한 것들 중 7개만 추려 쓰기도 힘들겠다. 부모 자식 간에 고맙고 감사한 일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그것을 생각해 보지 않고 그냥 넘겨 버릴 수도 있다. 서로에 대한 감사함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다.
세상에 당연한 배려와 친절 그리고 사랑은 없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그것이 부모 자식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받은 사랑과 고마움을 알고 그것을 표현해야 한다. 처음엔 “가족끼리 왜 그래?”라고 부끄러워하겠지만 고맙다는 말을 듣고 나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삶이 즐거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엄마 아빠가 되어줘서 고맙다는 아이들의 첫 번째 대답과 엄마 아빠의 아들 딸이 되어줘서 고맙다는 엄마 아빠의 첫 번째 대답. 코끝이 찡하다. 1번 답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차게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 존재 자체를 가치 있게 해주는 가족들의 감사 목록이 또 한 번 나를 성장시키고 삶을 즐겁게 살게 한다. 유치하고 사소한 장난 같지만 그 안에 서로에 대한 진심이 묻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던 것들을 굳이 꺼내 서로에게 표현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시키고 더욱 사랑하게 한다.
[오늘 할 일 :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편지 쓰기 ]
가족 단체 톡방에 오늘 “띵”하고 올라갈 내용이다. 매일 같은 주제로 글을 쓰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쓰기 싫어도 5줄 이상 써야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짧은 단상을 하며 자신을 들여다 보고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간다.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를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늘 하는 행동들이나 습관은 알 수 있겠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진짜 서로의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자신이 모를 때도 있다.
‘처음의 오글거림을 참고 한 달만 해보자.’ 처음 이 계획을 시작할 때 한 생각이다. 한 달 후 우리 가족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나도 기대된다. 가족 단톡방에 글을 올리면 남편이 먼저 이모티콘을 “띵”하고 보낼 것이다. “오키”라며 방정맞게 춤을 추는 녀석과 함께. 오늘도 아들과 딸은 못 본 척하겠지만 어떻게든 5줄 자신의 생각을 끄적여 놓을 것이다. 딱, 5줄!! 언젠가 그 5줄이 7줄이 되고 10줄이 되고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있길 조심스럽게 욕심내 본다.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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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음 2]
“아들, 전화 왔어~”
사랑은 표현하는 맛이고 감사는 말로 해야 맛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감사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부모로 든든히 서고 싶다.
“사랑해 오빠. 사랑해 아들. 사랑해 딸. 내 남편이 되어줘서 고맙고, 엄마의 아들, 딸이 되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