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양이 CATOG Oct 30. 2022

여정을 함께하는 동료를 만난다는 것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 했을때 생기는 일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정도의 유연한 감각을 열어놓는, 캐나다의 동료 예술가들, 그리고 그날의 관객들이 나에게 선사했던 소중한 경험 덕분에,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나와 비슷한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예술적 동료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의 활동명은 Vancorvid, 스스로의 음악적 상징 동물을 '새'라고 이야기하는 영국 아일랜드 출신의 뮤지션이다. 토론토에서 처음으로 스트릿 아티스트를 만나는 설렘과 두근거림을 주었던 그곳에서, 그녀는 이 모든 프로젝트의 음악적 시작을 알리는 연주를 했다. 내 그림 앞에서 DJ와 사전 협의 없이 즉흥연주를 벌였던 그녀가 바이올린 연주로 음악적 포문을 여는 순간, 정말 신기하게도, 


'아, 이 사람과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되겠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주류, 비주류를 나누는 관점은 매우 지루하다. 그리고 개양이를 그리는 사람이니까, 두 경계를 왔다갔다 자유롭게 오가며 허물고 싶어한다. 그러나 분명,  기본기는 분명히 중요하다. 그녀의 선율에는 분명 단단한 클래식의 기본기가 자리 잡고 있는 사람이었고 주류, 비주류의 경계를 허물만한 음악적 개방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임이 느껴졌다. 사전 협의 없이 시작된 DJ의 음악적 도전에 대해 

'그래, 어디 한 번 덤벼봐.'

라는 태도로 연주로 응수하는 모습에, 한 마디로 반해버렸다. 

몇 마디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그날 연락처를 주고받고는 한국의 치맥을 가르쳐주겠다며 그녀를 한국 치킨집으로 데려갔다. 한국 치킨에 맥주의 조합은 진리의 조합이라며 그녀에게 소개했고, 치맥의 매력에 빠진 그녀는 아직도 내게


'Let's go for Chimaek sometime.' 

'치맥 먹으러 가자' 

라고 이야기를 한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그날 치킨을 뜯으며 그녀의 음악 세계에 대해 듣는 기회를 포착했고, 그녀의 음악적 여정이 치유 Healing에 방향성을 두고 있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치유와 힐링에 대한 관점 역시 매우 비슷한 점이 많았다. 



 


Healing is fighting
치유는 전투와 같아.



나에게 치유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며 편안하게 감상하는, 그런 고상한 과정이 아니다. 나에게 치유의 과정은 전쟁터에서 싸움을 하는 과정과 같이 치열하고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은 여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이 과정에 동의 하는 사람을 만나다니. 등줄기에 신선한 소름이 돋았다.



 .

.

.


 그녀는 그녀의 집안이 음악가 집안이라고 이야기했다. 아버지가 뮤지컬 음악 감독이고 언니도 바이올리니스트, 집안 자체가 전부 음악가 집안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No way!! you left such a great music environment?'

'아니 이렇게 좋은 음악환경을 두고 왔단 말이야?'


라고 물었다.


"I like myself here. I'm sharp. I am who I am, I am strong. Also, as an artist, I'm looking for my kind of music."

'여기 있는 내 모습이 좋아. 훨씬 날카롭고, '나 자신'일 수 있고, 강인해진 내 모습이 좋아. 그리고 내 음악을 찾고 있어."


 너무나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예술가들은 항상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을 찾아 평생을 여행한다.


 그날의 프로젝트는 마치 한바탕 꿈같은 축제의 현장이었다. 


"Such a trooper!"

"붓을 들고 있는 기병 같아~!"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평소에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이 그다지 익숙지 않은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당당해질 수 있어서 그래도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보통 다행인 일이 아니라고 오늘을 감사했다.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드러냈을 때, 이를 공감해줄 사람을 만났던 귀중한 경험은, 어쩌면 더 이상 부족한 부분을 숨기느라 힘을 다 빼지 않아도 내가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따뜻한, 어쩌면 뜨거운 희망의 경험이었다. 



이전 08화 나는 개양이다I am cato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