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쫒을 준비
'저 분,평창 올림픽 나가는 쇼트트랙 선수래'
스포츠 재활센터에서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라고 소문이 났다. 그만큼 프로 운동선수들과 함께 혹독한 훈련을 했지만 중요한 건 나는 프로 운동선수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나를 운동선수로 착각하고 재활 도중에 태클을 거는 일이 발생했는데, 그때 나는 재활 중이던 무릎을 또 다쳤고, 다른 병원을 또 전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심리상담을 받게 되었다.
그 심리상담 선생님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 그림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내 그림을 보여줬다.
"저 개와 고양이가 물고 있는 공은 무엇인가요?"
뜻밖에도 심리상담 선생님은 개와 고양이보다 공에 대해 더 호기심을 보였다.
"글쎄요..? 제게 공의 의미는 시간에 따라 바뀌었는데요. 처음에는 사회에서 던져준 자극이었는데, 지금은 희망이에요."
"축구선수, 농구 선수, 야구선수 운동선수들에게 공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그들에게 공은 어떤 의미인가요?"
"꿈! 목숨 걸고 이루고 싶은 꿈이에요.!! 운동선수들이 운동할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며 운동하는 것은, 꿈과 목표에 집중해서 현재 상황을 잘 운용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개인지 고양이인 지보다 저 개양이가 물고 있는 공, 꿈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화가는 그림을 따라 산다고 했던가? 개와 고양이의 공을 그렸는데, 그러고보니, 배구, 축구, 야구, 농구, 배트민턴 등등 온갖 공놀이 하는 선수들과 재활을 하고 있었다.
상담 시간을 통해 개와 고양이의 공은 '꿈'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맞이하였고, 나는 수많은 공들... 즉, 꿈들을 목격했다.
재활센터에서 각기 다른 구기 종목 선수들이 재활하는 모습이 나에게 신선한 풍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공놀이를 하고 있지만, 각자의 꿈을 위해 공을 다루는 모습은 그들이 흘리는 수많은 땀과 눉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계속 앞으로 나갈 수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의 정체성 또한 꿈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확립되지 않을까? 꿈을 따라가다 어느 순간 데뷔해서 멋진 정체성을 찾아가는 프로 운동선수들처럼 말이다.
정체성, 그리고 그것을 찾아가게 이끄는 꿈은 정지되어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정체성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보다 찾아가는 과정에 몰입해 보자.
제시지현, 개의 꿈(The dream of a dog), 50.5cm x 40cm, 2018, acrylic on canvas
제시지현, 고양이의 꿈(The dream of a cat), 50.5m x 40cm, 2018, acrylic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