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양이 CATOG May 11. 2022

K 장녀 선언

'너는 장녀니까'라는 편견에 맞서기.

K 장녀라는 말이 돈다. 

누군가를 돌보아야 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고,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시해야 한다. 그럴 때 누군가 수고로움을 알아주고 감사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돌아오는 말은


' 너는 장녀니까.' 

'당연히 해야 하니까.' 

'더 잘해' 


등의 말이다.


그동안 너무 차분히 가만히 있었나 보다. 한 번 아프고 나니까 인생 팔 춘기가 찾아온 것만 같다.


'나 너무 서운해~!'

'나 이제 이거 안 할 거야!!'

'고맙다고 이야기하게 그렇게 힘들어?'

'나도 우리 딸 최고다. 너무 고맙다 이런 말 듣고 싶어!'

'내가 이만큼 했잖아. 빨리 고맙다고 얘기해!!'


엎드려 절 받기로 고맙다는 말을 받아낸다.


'갑자기 왜 찡찡거리고 애기 짓 해?'

라고 말하면

'나도 애기 짓 하고 싶어~! 누군 태어날 때부터 어른인 줄 아나? '

'나도 내 인생 살 거야!!!'


'떠 운해 떠 운해~!'

일직 졸업한 혀 짧은 소리도 마구마구 뱉어낸다. 


심지어 내가 무슨 말이 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던 것 같은데, 머릿속에 떠오른 말들을 속 시원하게 뱉어내고 나니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어버이날 덜 챙겨줘서 서운하다고 얘기하시는 아빠에게 점심을 사드렸다.

정말 좋아하신다. 좋아하시는 걸 보니 또 내 기분은 좋다. 


그래.. 서운한 건 서운한 거고. 챙기는 건 챙기는 거고.


'너무 행복해~~고마워~~' 

나에게 중요한 감사와 행복의 표현을 받아냈다.


앞으로 내가 기분 좋게 챙길 정도만 챙길 거다.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꼭 말해야겠다. 내가 힘들면 나만 챙겨야겠다. 고맙다는 말은 꼭 받아내야겠다. 가끔은 그냥 받아보기도 해야겠다. 너무 착한 딸 되기는 그만 멈춰야겠다. 


그리고 꼭 한 번 더, 어른이날 선물 받고 싶다고 이야기해야겠다.


 행복해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차선, 최선, 최고의 선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