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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양이 CATOG Oct 30. 2022

개양이의 솔직한 독백의 의미

솔직한 성장통의 독백

사실, 개와 고양이는 야생동물의 후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면 고양이는 호랑이의, 개는 늑대의 후손이라고 한다. 어느 날 개와 고양이는 인간을 만나며 인간과의 동행을 시작했고 그들의 야생성은 퇴화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야생의 본성을 잃고 주인인 인간에게 동화되어 그들이 던진 공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혼란이 가득한 개양이일 뿐이었다. 사회와의 과정에서 같은 행동도 어느 집단에서는 칭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질책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채득 한 나는 필요 이상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보다 다른 이에게 질책을 받고 싶지 않은 욕구,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욕구가 너무 간절했었던 듯하다. 그 당시 나에게는 미움받아도 괜찮다는 '용기'가 없었다. 종종 어디로 갈지 모르겠는 길을 잃은 마음의 표현. 개양이는 나의 솔직한 성장통의 흔적이다. 


 그림은 참 솔직하다.

누구에게도 선뜻할 수 없는 은밀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담을 수 있다. 까다롭고 다듬어지지 않은 마음의 초상을 이렇게 제한 없이 담을 수 있는 매체가 있을까 싶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던 판단 하지도 통제하지도 않는 무한한 영역의 캔버스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화폭에 담아내다 보면 그 감정의 실체가 오롯이 드러나곤 한다. 


 누군가에는 칙칙하고 어두워서 피하고 싶은 그림일 수도 있지만, 그 그림을 바깥으로 꺼내놓으며 현재 조금이나마 성장한 내가 글을 함께 덭잎이는 작업은, 스스로 ‘나 힘들었어’라고 독백을 시작하며, 정체불명의 회색 감정에 정확하게 이름표를 달아주며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말로 하기 힘들다면 그림으로 하는 독백은 나를 돌보는 일의 첫걸음마이다.  그리고 누군가 그때의 나와 같은 감정을 겪고 있다면, 힘들다고 티 내는 것도 꺼려지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작은 공감 조각이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나를 사랑하는 일에 너무나도 서툴렀다. 그런 스스로의 성장의 과정을 기록하는 과정은 힘들었던 과정 과정에 쓸모없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고 스스로 등을 토닥이는 일이며, 좌충우돌 우당탕탕 뚝딱거렸던 미숙함의 과정이 조금이나마 쓸모 있어질 것 같은 생각이다. 현재 누군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 글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함께 겪고 있어요.” 


 개의 집단에 홀로 있는 개양이 같기도, 고양이의 집단에 있는 이상한 개양이도 했던, 어떤 집단에 있어도 스스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던 내가, 스스로의 고유성을 인정하기까지의 여정에서, 그 시작을 알리는 첫 독백은 그 자체로 매우 소중하다. 


지금 그 당시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렇게 느낀거야.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으니까."

 

'쓰라린 마음을 느껴도 되는걸까?'라는 반문을 멈추어보자. 

쓰라린 내 마음은 쓰라린 마음대로, 꺼내어 

의심없이,

느리게, 

느슨하게, 

나른하게 

멀찍이

바라보자. 

완벽하지 않아도  내 마음인걸.



Jessie Jihyun Lee, 나는 개인가 고양이인가? 아마도 개양이? 2(Am I a cat or a dog?.. Maybe Catog2), Acrylic on canvas, 73cm x 91cm, 2010


개 vs 고양이, Acrylic on canvas, 50cm x  100cm,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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