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직도 학업도 포기한 청년들을 뜻하는 신조어
모든 세대는 저마다의 짐이 있다. 할아버지의 한국 전쟁 생존기도 부모님의 IMF 정리해고 칼바람도, 세상살이를 편안하게 지나온 세대는 없다. 다사다난한 세대별 경험담에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 집 밖에서 겪은 시련들이란 사실이다. 이와 반대로 요즘 청년들의 시련은 집안에서 펼쳐진다. 부모가 제공한 아늑한 둥지에서 무슨 시련이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의 시련도 가렵게 볼만한 성격의 것은 아니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청년 실업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10년간 악화일로였던 취업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더욱 처참해졌다. 직격탄을 맞은 건 청년들이다. 지난해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25%를 기록했다. 거듭된 실패는 사람을 열패감에 빠뜨리고, 열패감은 단념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전체 구직자의 38%는 청년들이 채웠다.
이른바 니트(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NEET)족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학업도 구직도 직업훈련도 포기한 청년들이 둥지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다. 니트족의 원조격인 이탈리아의 네네(NeNe)족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등장했다. 구직도 학업도 포기한 청년들을 뜻하는 신조어였다. 경제적 어려움이 청년들을 집안에 가둔 공통점이 있다.
혹자는 청년들에게 도전 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니트족이 이미 치열한 삶에 지친 청년들이라는 사실은 직시하지 못한 처방이다.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 경쟁과 도태의 메커니즘을 반복해온 이들은 도전의 ‘효용’을 체감할 기회가 없었다.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유행어는 이 세대를 관통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동지 밖을 나가기 싫은 청년들이 새로운 둥지를 만들기는 요원하다. 출산율 하락을 우려하는 어른 세대의 목소리는 무력하기만 하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200조가 쓰였다고 하지만 GDP 증진에 도움은 됐을지언정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다. 청년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 정책만 남발한 탓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청년 다수가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단 점이다. 모든 일을 빠르게 해치우던 한국 사회는 청년들의 열패감을 해결하는 일엔 느리기만 하다. 그대로 둥지에 머물러도 좋다는 뜻인지 모른다. 지금 같은 사회 구조가 유지된다면 새로운 둥지는 앞으로도 생기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