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삶의 양식
전 세계 박쥐는 약 1000여 종에 이른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부터 도심지까지 서식 환경 또한 다양하다. 사람보다 높은 체온 덕에 어지간한 바이러스에는 끄떡도 없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약 150종의 바이러스를 갖고 살아가는 박쥐도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박쥐는 인간들 사이에 전염병이 확산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박쥐와 접촉한 사람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스, 에볼라, 메르스가 이렇게 퍼져나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박쥐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박쥐는 최가 없다. 계속해서 넓어지는 인간의 활동 반경이 박쥐의 서식지를 침범해 터진 사단들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판데믹(Pandemic)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더 빠르게 다른 종의 서식지를 빼앗고 감당하지 못할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세계화 열풍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한 세기 전이었으면 국지적 현상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오늘날 현실화된 이동의 자유는 코로나19를 세계적 참사로 확장시켰다. 수천만이 전염병에 신음하고 있으나 바이러스 확산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결국 코로나19 위기는 인간의 끝없는 확장 욕구가 야기한 인재인 샘이다.
인재를 수습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각국은 대처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서구의 자타공인 선진국들이 맥을 못 쓰는 와중에 아시아 국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유주의 전통이 오래된 서구의 국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개인의 자유를 쉽게 침해하기 때문에 집단 방역에 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도시 봉쇄령을 내리고 외출을 금지한 국가들이 다른 국가에 비해 개인의 자유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고 말할 수 없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을 새로운 세상 속으로 던졌다.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삶의 양식이 필요하다. 몇몇 국가들은 방역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빠르게 적립했다. 반면 어떤 국가들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그 차이가 방역의 성패를 갈랐다. 마스크는 사회적 합의의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한 요소다. 전염병 확산 저지에 마스크의 효용은 분명하다. 마스크 착용 여부를 두고 장기간 정치적 갈등을 겪은 국가들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더 많은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
전염병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인간의 팽창 욕구를 억제하거나, 짧아지는 판데믹 주기에 대항해 계속해서 백신을 생산하면 된다. 당장 실행하는 어렵다면 답은 마스크다. 새로운 삶의 양식은 새로운 예절을 의미한다. 새로운 예절의 시작은 마스크 착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