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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Dec 29. 2020

[작문연습24] 기후위기

-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거스를 수 없다

 2020년은 세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행하는 원년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변방의 화두로 남아있던 환경문제가 주된 담론으로 부상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기후위기를 이야기한다. 엎친 데 덮친 격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인류를 습격한 이상기후 현상은 환경에 대한 전 지구적 경각심을 촉발시켰다. 이제 기후위기를 대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는 이는 드물다.


 변화는 위기 상황 속 생존에 필수 요건이다. 변화에 빠른 국가가 눈에 띈다. 대체로 힘 좀 쓰는 부국들이다. 국제 정세는 힘의 논리에 지배되기 미련이지만 그럴듯하게 힘을 쓸 명분 또한 중요하다. 환경은 그 명분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공언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찍이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파리협약에서 탈퇴한 바 있다. 그러는 사이 미국 최대 라이벌 중국은 국제 환경 분야에서 미국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환경 정책의 방향타는 북유럽 최고 부국 노르웨이가 쥐고 있는 듯하다. 일찌감치 화석 연료 제로 로드맵을 공개했다. 노르웨이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친환경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러한 추진력의 원천은 단연 석유다. 노르웨이는 북해에서 생산한 막대한 원유로 국가의 부를 쌓아왔다. 세계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노르웨이는 석유를 팔아 누려온 이전 세대의 풍요를 이제 다음 세대로 이전시키고 있다.


 돈 많고 힘 센 국가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동안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황새 따라가는 뱁새 신세가 될 처지다. 선진국에 비해 산업 발전이 늦은 개발도상국들은 상대적으로 석탄과 석유에너지 의존율이 높다. 선진국이 표방하는 기준에 맞춰 환경 정책을 시행할 시 자국 산업이 붕괴될 위험에 놓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향후 무역 시에 환경오염 페널티로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제 사회 내 입지 추락 또한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가 지적한 ‘시다리 차기’의 전형이다. 문제는 사다리를 걷어찰 명분이 정당해 보인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되돌리지 못할 정도로 진행됐다는 전문가 진단도 숱하게 많다. 한국의 처지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있다. 화석 연료 매장량은 제로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지만,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기도 하다. 부국들이 설정한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선 대규모의 산업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2050년 넷제로 목표를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질 것은 자명하다. 반면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한다는 전망은 흐릿하다. 친환경 산업으로 이행한다는 목표만 설정하고 세부 계획은 마련하지 못한 정부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이유다.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거스를 수 없다. 바짝 따라가지 않으면 국제 사회에서 도태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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