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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an 04. 2021

[작문연습25] 백신

- 한번 사라진 사회적 신뢰를 복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회적 신뢰는 가장 귀한 자원이다. 쉽게 만들지 못하면서도 순식간에 사라질 위험에 직면하는 일이 잦다. 사회적 신뢰가 부족한 경우 다른 자원을 들여 부족분을 대체해야 한다. 예컨대 경제 활동 시 물건을 거래할 때 사회적 신뢰가 없다면 거래 비용이 증가한다. 신뢰의 부족분을 감시와 감독에 쓰는 비용으로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신뢰가 부족할 때 생기는 이 같은 비용은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급증하는 경향이 짙다.


 그 비용은 금전적 비용을 넘어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세계적 규모의 재난 시에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부족해 발생하는 비용은 더욱 값비싸다. 동시다발적 재난 상황은 신뢰받는 정부와 아닌 정부 간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코로나의 위험성에 대한 정부의 진단부터 마스크 착용이라는 가장 효과적인 감영 예방 수단까지 불신당하는 일도 있다. 결국 이들 국가에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 중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코로나 위기가 확산된 지 약 1년이 지났다. 미국은 여전히 마스크 착용 여부로 갈등을 빚고 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보고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며 지지 기반을 다져왔다. 그럴수록 미국민들은 정치적으로 양극화됐다.


 국민이 양분된 사회에서 사회적 신뢰는 빠르게 고갈되기 마련이다. 내 편 아니면 네 편만 존재하는 곳에서 상호 신뢰가 싹 틀 공간은 협소하기만 하다. 가장 부자나라 미국도 사회적 신뢰라는 자원이 고갈되자 맥없이 쓰러졌다. 이런 상황은 프랑스나 영국같이 국제 사회의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던 유럽의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백신 개발 소식은 사회적 신뢰를 다시 시험에 빠뜨리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를 필두로 화이자, 모더나 등 제약 회사는 각국 정부의 예외적 승인 절차에 따라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을 환영하는 이들 반대편에는 백신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예외적 절차는 예외적 결과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백신을 거부하는 이들은 정부의 검증 절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가장 강한 나라 또한 미국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10월 독감 예방 접종 과정에서 한 차례 사회적 신뢰를 소진했기 때문이다. 백신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부주의는 예년보다 낮은 접종률로 이어졌다. 정부는 독감 백신에 이상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그 탓에 접종되지 못한 백신을 전량 폐기해야 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에서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말란 법은 없다. 한번 사라진 사회적 신뢰를 복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정부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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