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딸에 대하여> 키워드#성소수자#엄마#가족#연대
그러므로 이제 나는 저기 반대편에 모여 선 사람들처럼 말할 수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 애들에게 보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조용히 침묵하라고 명령하고, 죽은 듯 지내거나 죽어 버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편에 내가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애들에게 대한 완벽한 이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서 있어야 할까.
선정이유 : 동성애자 딸을 가진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소설의 성격을 더 정확하게 말하면 딸과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가 가진 걱정과 기대로 살아가는 딸들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세대와의 갈등을 넘어서 타인과의 연대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 수 있다.
읽기 난이도 : 하
키워드 : 성소수자, 엄마, 가족, 연대
1. 내가 성소수자라면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공개할 것인가? 이해받을 수 없을지라도 부모에게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알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딸은 하필이면 왜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요. 다른 부모들은 평생 생각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그런 문제를 던져 주고 어디 이걸 한번 넘어서 보라는 식으로 날 다그치고 닦달하는 걸까요. 왜 저를 낳아 준 나를 이토록 슬프게 만드는 걸까요. 내 딸은 왜 이토록 가혹한 걸까요. 내 배로 낳은 자식을 나는 왜 부끄러워하는 걸까요. 나는 그 애의 엄마라는 걸 부끄러워하는 내가 싫어요. 그 애는 왜 나로 하여금 그애를 부정하게 하고 나조차 부정하게 하고 내가 살아온 시간 모두를 부정하게 만드는 걸까요.]
2. 나는 노동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은퇴 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끝이 없는 노동. 아무도 날 이런 고된 노동에서 구해 줄 수 없구나 하는 깨달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러니까 내가 염려하는 건 언제나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는 동안엔 끝나지 않는 이런 막막함을 견뎌 내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어쩌면 이건 늙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 시대의 문제일지도 모르지. 이 시대. 지금의 세대. 생각은 자연스럽게 딸애에게로 옮겨 간다.]
3. 딸과 어머니의 관계는 호전될까? 이후 두 사람(혹은 세 사람)의 관계는 달라질 것인가?
[난 그만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럴 수만 있다면. 딸애의 삶을 내 삶으로부터 멀리 던져 버리고. 딸애의 삶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져서. 아무 상관 없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지지와 격려, 응원 같은 좋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4. 부모님 세대와 우리 세대의 ‘결혼’은 어떻게 다른가?
- 부모님이 결혼으로 압박을 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는 그 애는 왜 결혼을 하지 않는 걸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엄마가 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 그런 의미 있고 대견한 일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걸까.]
5.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을 받아들이거나 수용한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6. 나라면 병원과의 갈등에서 젠을 돌보기위해 싸울 수 있는가? 다른 강사를 위해 시위에 참여할 수 있는가? 우리가 타인의 일에 대해 관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므로 이제 나는 저기 반대편에 모여 선 사람들처럼 말할 수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 애들에게 보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조용히 침묵하라고 명령하고, 죽은 듯 지내거나 죽어 버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편에 내가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애들에게 대한 완벽한 이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서 있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