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습관 22_2020.07.02
커피 두 잔을 마셨더니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트북을 열었다. 출근길에는 볼륨을 한껏 높여도 성에 차지 않았던 음악 소리가 늦은 밤에는 폭죽이 터지듯 귀로 마음으로 파고든다. 낮에는 감흥 없던 심심한 노랫말이 새벽에는 왜 이리도 마음을 울렁이게 만드는지. 아직 잠들지 않은 누군가에게 메시지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늘은 커피 두 잔만큼 몸도 마음도 힘든 날이었다. 이번 주는 나를 돌볼 틈 없이 너무나도 바빴다. 몸이 바쁘면 마음도 여유가 없어지고 우울도 역시 쉽게 찾아든다. 징징댈 연인도 없고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친구도 없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괜찮다고 되뇌다 보면 정말 괜찮아질 때도 많다.
나는 내가 좋았다가 가끔 싫어졌다가 한다. 요즘엔 그래도 좋았던 날이 많다. 나는 내가 사랑스럽고 또 가끔 재수 없고 또 가끔 짠하다. 나는 나 같은 사람을 만나면 금방 사랑에 빠질 거 같다. 지독하게 좋아하다가 못 쓰겠네 나가떨어질 것 같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나를 잊었을까. 괜히 억울하다.
내일은 금요일이고 내일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몸이 좋지 않아서 내일은 점심으로 죽을 먹어야겠다. 커피는 그래도 아이스로 먹어야지. 내가 좋아하는 팔찌를 하고 향수를 뿌리고 가야겠다. 출근길에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들으며 전투력을 불태워야지. 그리고 좀 더 깊이 잠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