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냥커플
나는 언제나 이 여자를 갖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언제나 배려하고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예쁜 마음씨를 갖고 있다. 세상에서 받은 상처로 강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아기처럼 해맑고 순수하다.
내 삶에 희망을 준 이 여자 앞에서 나는 언제나 초라해 보였다. 그래서 그녀가 이따금씩 “오빠 근데 보통 남녀사이에 이렇게 단둘이 안노는 거 알아? 우리가 이상한 거야” 또는 “오빠 우리는 친구 맞지?”라고 물을 때면 바보같이 내 맘을 숨기기에 바빴다. 혹시나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것을 들키면 그녀를 영영 못 볼까 그것이 너무도 두려웠던 까닭이다.
“오빠 혹시 나 좋아해? “
5초간 나는 침묵했다. 머릿속에서는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과 용기를 내 고백하고 싶은 마음이 뒤섞여 적절한 때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긴 침묵에 이미 내 마음을 들켰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지만 정적이 소심한 나 대신 대답해 주길 한편으로 원했다.
“아니”
거짓말이 고요함을 깨고 나는 무너졌다.
“그러면 오빠 선을 잘 지켜줘 우리 관계가 안 망가지도록”
그녀가 말했고 내 마음은 산산조각 났다.
역시 이런 여자가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할 리가 있을까.
몇 분의 통화를 하는 동안 내 심정은 비참함의 극치였다. 용기도 내보지 못한 채 내가 그녀 앞에 선을 긋다니. 내 마음을 한 번도 내비치지 못한 게 한스러웠다. “나 있잖아. 네가 거짓말 싫어하는 거 알지만 너한테 거짓말한 적이 딱 한번 있어. 근데 도저히 말을 못 하겠어. 그래도 언젠가 꼭 얘기해 줄게 미안해”
솔직하면서도 비겁한 대답을 떨어트렸다.
”오빠 사실 나 그거 뭔지 알 것 같아. 나 눈치 되게 빠르거든 “
그녀가 말하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 마음을 들켰구나 싶은 후련함이 들었지만 이제 정말 끝인 줄로만 알았다.순간 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 전화기를 붙들고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정말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다 끝났으니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 거친 숨소리와 서러움에 터지는 신음으로라도 전해주고 싶었다.
그때 그녀는 깜짝 놀라며 내게 말했다
“오빠 왜 울어? 울지 마. 괜찮아. 우리 같이 생각해 보자.“
생각과 전혀 다른 대답에 울음이 멈췄다.
“사실 나도 오빠한테 호감이 있어”
나는 갑작스러운 행운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니.
부끄러움조차 사라질 정도로 설렘이 내 몸속으로 퍼져나갔다.
“고마워”
내 짧은 대답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
바보처럼 울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꿈만 같은 순간에 젖어 침대위를 뒹굴며 정말인지 계속 물었다.
그러고는 그녀가 내 삶을 또 한 번 흔들었다.
”우리 만나볼래? “
그렇게 그 새벽에 서로가 심었던 씨앗들은 자라나 우리는 연인으로 하나가 되었다.
내 첫사랑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지금은 그녀가 내 곁에 없다.
그녀의 부모님이 종교적인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고
마음이 아이처럼 여린 그녀는 나와 두 번 이별했다.
두 번의 교제기간은 합쳐서 한 달 반 정도지만 1년 2개월간 지구 반대편에서 영상통화를 하며 연인처럼 지냈었다. 후에 그녀는 자신이 나의 연인이 될 수 없는데 나를 사랑하는 것이 내게 상처가 된다고 생각해서 나를 완전히 떠났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나를 떠날 때마다 숨을 쉬지도 못한 채 어여쁜 얼굴을 눈물로 덮던 그녀의 모습을 아직 잊지 못한다. 그녀는 고양이를 닮았고 나는 강아지를 닮아서 냥이와 멍이라고 서로를 불렀다.
그녀가 떠난 지 3달이 지났지만 나는 앞으로도 그녀가 날 사랑할 것을 알고 있다.
나 또한 같은 마음으로 그녀를 몇 년이고 기다릴 것이다.
나를 닮은 강아지 인형을 안고 언제까지나 힘겹게 잠을 청할 그녀를 위해 나는 매일 하늘로 기도를 올린다.
내 첫사랑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