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베팅 1>에서 이어집니다
D-day, 일요일 오후. 금 사장과 어깨들은 몇 개의 큰 여행 가방을 들고 맛데기장에 들어섰다. 지나도 춘식과 민수를 데리고 나타났다. 두 사람은 대형 가방을 바쁘게 옮겼다. 맛데기에서는 수표를 절대 받지 않는다. 돈을 잃은 사람이 화가 나서 도난이나 분실 신고를 할 수 있으며, 경찰이 그 수표를 추적해 맛데기 운영자를 검거할 수도 있어서였다.
다른 사람들도 돈 가방을 들고 입장했다. 물론 직원들이었다.
세두도 캐리어를 끌고 맛데기장에 들어왔다. 금문성은 그가 자기 옆에 앉을 줄 알았는데 휙 지나 다른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가! 금문성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불쾌한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세두는 노골적으로 지나를 무시했다.
곧이어 스포츠 가방을 어깨에 걸친 치우가 나타났다. 그는 지나와 세두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네고 금문성 옆에 앉았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너희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죽는 줄도 모르고 죽을 거다.’
그는 지나와 세두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서로 아는 체하며 모여 있다가 동시에 거액을 맞추면 맛데기 조직원들에게 의심을 받을 수 있어요. 소스는 경주 전에 문자로 보낼게요.”
그래서 두 사람은 치우의 지시에 따라 모른 척했다.
드디어 소스 경주인 일요일 11경주가 시작되었다. 치우는 10경주가 끝나자 화장실에서 세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소스 마번은 2번과 9번이었다.
‘이제 경주의 끝을 알리는 휘슬 소리만 기다리면 된다!’
치우는 구매표에 복식으로 2번과 9번에 1억 원을 마킹했다. 이어 창구에서 마권과 교환하고 슬쩍 금문성에게 보여주었다. 그제야 금문성도 망설임 없이 창구로 가며 혼잣말을 했다.
“만약 이 돈을 잃으면 말년에 박스를 주우러 다닐 판이네.”
그는 치우의 1억 원을 자신이 준 돈으로 생각했기에 그 출처를 의심하지 않았다.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창고와 직원들은 형식적으로 금액을 확인하느라 바쁜 척했다. 만약 정확히 계산한다면 300억 정도의 돈을 언제 다 셀 수 있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긴박한 다음 작전으로 돌입도 못하고 실패할 것은 뻔한 일이다. 수십 대의 계수기가 기계음을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창고는 그들이 베팅한 금액을 알고 있었다. 어젯밤 치우가 세 사람에게 물어보고 귀띔해 주었기 때문이다.
세두는 마킹을 마친 후,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창구로 향했다. 그의 목과 어깨는 깁스를 한 듯이 거만하게 굳어졌다. 세 사람은 곧 시작될 경주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어 창구에서의 작업은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이때 마 박사가 천천히 금문성에게 다가갔다. 마 박사는 맛데기장에서 '마주', '사채계의 큰손', '건설사 회장' 등으로 불리며 소문이 돌았다. 이 소문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세 사람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직원들이 의도적으로 퍼뜨렸다.
“이거 잘못하면 제가 거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거지까지는 아니겠죠? 노숙자라면 몰라도요.”
“어쩌면 그 노숙자가 빌딩을 살 수도 있겠네요. 하하하.”
마 박사는 익살스러운 신경전을 벌인 후 지나에게로 걸어갔다.
“여사님께서는 양귀비의 미모와 클레오파트라의 재력을 모두 갖추셨네요.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회장님 덕분에 오늘 이후로 제 서열이 바뀔 거예요.”
“당연히 그러셔야죠. 서열 상승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스 마번은 5.2배의 배당률로 마감되었다. 지금까지의 배당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강 양축으로 베팅이 몰렸기 때문이다.
우승 예상마 중 하나는 다른 마방에서 출전한 2번 말이고, 다른 하나는 조교사 마방에서 출전한 5번 말이다. 이 두 마리는 초저배당 1.4배로, 따라서 2-5번이 우승 예상 마번이다.
사실 이 경주는 소스 경주라고 할 수 없다. 만일 이 두 마리를 소스라고 한다면 욕만 실컷 먹는다. 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복식 1.4배에 큰 금액을 베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마방의 강력한 축을 제쳐두고, 치우가 조교사의 말을 제외한 다른 번호를 알려주면 절대 맞출 수 없다. 그렇다고 소스 말 중 한 마리가 너무 뒤쪽으로 들어오면 경주가 끝난 후 의심을 받게 된다.
마 박사와 고 선생은 말의 훈련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정보를 총동원했다. 그 후 심사숙고 끝에 3착과 4착의 말을 찾아냈다. 바로 9번과 12번이다. 그래서 치우는 그들에게 다른 마방의 축인 2번과 3착 가능성이 높은 9번을 알려주었다. 두 양축 중에서도 다른 마방의 말이 조교사의 말보다 1착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2번을 추천했다.
세 사람은 베팅한 마번이 평소보다 높은 5.2배로 마감되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금문성이 504억을 벌어 민 여사에게서 해방되었다는 생각에, 지나는 756억의 재산이 늘어 한 여사를 눌렀다는 감격에, 세두는 기대했던 10억보다 두 배인 21억을 쥐었다는 기쁨에… 이들은 각자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하늘을 찢는 듯한 총성과 함께 게이트가 열리며 말들이 출발했다. 그들은 소스 말을 향해 목청껏 소리쳤다. 치우도 매한가지였다.
다른 마방의 축인 2번 말이 선두로 나섰다. 그 뒤로 조교사의 5번 말이 붙거나 각축을 벌여야 하는데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9번과 12번이 바짝 따르며 2, 3위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상황이 남은 한 바퀴까지 계속되었다.
치우는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처음부터 앞선 2번 말은 뒷말들과의 간격을 더욱 벌리며 결승점을 통과했다. 반 바퀴를 남기고 9번 말이 2위로 달리고 있었고, 조교사의 5번 말은 여전히 네 번째였다.
‘어, 어? 이게 아닌데…?’
이대로라면 그들 모두가 적중한다는 것이 아닌가!
순간, 치우는 머리가 하해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 박사와 고 선생의 낯빛도 백지장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치우도 저들처럼 환호를 외쳐야 하는 시점이다.
‘이럴수록 정신을 놓아서는 안 돼! 옆에 금문성이 있잖아.’
그는 응원하는 척하며 슬며시 뒤로 물러나 마 박사와 고 선생의 자리로 다가갔다. 세 사람은 이미 적중했다는 기쁨에 치우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으악!”
그때 날카로운 비명이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그는 고개를 돌렸고, 그 소리는 지나의 괴성이었다.
결승선 30m를 앞두고 5번 말이 12번 말을 따돌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9번 말을 제치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치우의 팬티는 어느새 축축해져 있었다.
2번과 9번 말은 각각 1착과 3착으로 미적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