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베팅 1>에서 이어집니다
세 사람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치우는 조심스럽게 금문성 옆으로 다가가 울상을 지었다. 그때, 술에 취한 한 사내가 금문성의 머리를 세게 쳐서 지나갔다. 열받은 금문성이 소리쳤다.
“야! 너.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그냥 가면 어떻게 해!”
“누가 쳤어! 별 시답잖은 놈이 시비를 걸고 있네.”
사내는 코웃음을 쳤다. 금문성이 그의 뺨을 후려갈기자, 사내는 몸을 휘청이며 바닥에 쓰러지는 시늉을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형님들! 이 자식이 저를 죽이려고 해요!”
주변의 몇몇 남자들이 금문성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의 호위자들은 이미 밖으로 나가 버린 상태였다. 구경꾼들은 맛데기장에서 퇴장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규칙은 치우가 어깨들을 쫓아내기 위해 만든 법이었다.
금문성은 이 상황에 위축되어 치우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남자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금문성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치우가 그를 몸으로 보호하다가 주먹과 발길질을 당했다. 춘식과 민수도 싸움에 합류했지만, 남자들에게 맞고 말았다. 난투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실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치우의 몸놀림에 사내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지나는 방금 거액을 잃은 것도 잊고 그의 액션에 빠져들었다. 세두는 팔짱을 끼고 관전만 하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허리춤에서 재크나이프를 꺼내 그의 복부를 찔렀다. 그는 피가 철철 흐르는 배를 움켜쥐고 바닥에 꼬꾸라졌다. 순간,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지며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찍듯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 시각, 형사기동대 차량과 의경버스가 맛데기장 빌딩 앞에 급정거했다. 형사들과 의경들이 현관을 지나 신속히 계단을 올라갔다. 웬일인지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았다.
문방이 외쳤다.
“단속 떴다! 경찰이 왔다!”
밖에서 출입문을 부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이곳저곳으로 숨기 시작했다.
금문성과 지나, 세두는 도망치려 했지만, 비상구를 찾지 못해 허둥지둥했다. 그들은 거금을 날린 허탈감에 빠질 겨를도 없었다.
“춘식아, 금 사장님과 민 여사님을 모시고 난간으로 빠져나가.”
“너는?”
“난 아파서 움직일 수 없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빨리 서둘러!”
“저를 따라오세요.”
민수는 옷으로 치우의 배에서 솟구치는 피를 막으며 그의 곁을 지켰다.
춘식은 세 사람을 옥외 계단으로 이어지는 비상구로 안내했다.
“이렇게 뭉쳐서 내려가면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각자 흩어져서 피하는 게 좋겠어요.”
춘식의 제안에 따라 한 층씩 내려갈 때마다 한 사람씩 복도로 사라졌다. 빌딩 10층에 맛데기장을 임대한 것은 현재 작전을 위한 치우의 계획 중 하나였다.
또한,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킨 것도 망을 보던 직원이 시간을 벌기 위해 배전함 스위치를 내린 것이었다. 경찰이 신속하게 행동하여 금문성과 지나, 세두를 체포하면 맛작업은 실패하게 된다. 그들이 경찰조사를 받게 되면 공작의 전모가 드러나므로 절대 잡혀서는 안 된다.
경찰은 치우의 복부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119에 신고하려 했지만, 그 사이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춘식이 다시 맛데기장으로 올라가던 중 형사와 마주쳤다.
“저, 자수하러 왔습니다. 정상참작이 되겠죠?”
형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맛데기장에는 10여 명의 직원이 붙잡혀 있었다. 구급대원이 치우를 들것에 태우고 밖으로 나갔다.
멀리 승합차에서 경찰의 급습을 지켜보던 마 박사와 고 선생, 창고는 미소를 띠었다. 고 선생이 손으로 경찰차와 구급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한민국 경찰과 119는 출동 시간 하나는 정확히 지킨단 말이야.”
창고는 경찰과 구급대원들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며 시동을 걸었다.
이들이 작전 시간에 맞춰 두 곳에 신고를 한 것이다. 차의 뒷좌석에는 돈가방이 가득 쌓여 있었다. 세 사람의 돈은 창구에서 마권과 교환된 직후, 직원들에 의해 비상구 계단을 통해 승합차로 옮겨진 지 오래였다.
경찰서에서 춘식, 민수, 직원들은 형사들에게 조사를 받았다. 그들은 하우스장이나 꽁지가 아닌 단순 도박자들이었기에 간단한 조사만으로 풀려났다. 이 직원들은 도박 전과가 없는 사람들로, 벌금을 내는 조건으로 선처를 받았다. 초범이기에 벌금은 약 100만 원이었다.
도박꾼들은 대개 상습범이지만, 이들은 동종 범죄 전과가 없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마 박사와 고 선생을 도박 개설범으로 지목했지만, 두 사람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아 경찰의 추적이 어려웠다.
치우는 직원들에게 이 역할의 부담감을 털어놓은 후, 위험수당을 제안했다. 지원자들이 몰려들어 몸싸움이 일어날 뻔했다.
그날 저녁, 식당에서 고 선생과 창고, 직원들이 성대한 송별식을 열었다.
“칼에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김 팀장의 연기는 정말 리얼하더라.”
“진짜 칼이 아니었어?”
“예끼, 이 사람아. 그럼 내가 살인미수라는 거잖아.”
한 사내가 스프링 칼을 흔들어 보였다.
“근데 내가 조 과장을 너무 세게 때린 거 아냐? 나중에 화내면 어떡하지?”
여기서 김 팀장은 치우이고, 조 과장은 춘식이다. 민수도 당연히 가명을 사용했다.
직원들은 서로의 연기를 칭찬하며 웃었다. 마치 잔칫집 같은 분위기였다. 창고는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마지막 수당을 나누어 주었다. 결국 이 돈들은 경마장으로 흘러가겠지만…
이때 저녁 9시 뉴스가 방송되었다.
“방금 들어온 속보를 전해드립니다. 경찰이 강남의 한 빌딩에서 은밀하게 운영되던 사설경마 현장을 급습했습니다. 그러나 사설경마의 주범들은 모두 도망치고, 경마에 참여하던 사람들만 붙잡히면서 경찰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곳에서 경마꾼 간의 칼부림으로 한 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보도는 마 박사가 경찰의 도착과 동시에 방송국에 제보한 것이다.
TV 화면에는 경찰서로 연이어 들어가는 사람들 중 춘식과 민수의 얼굴이 보였다. 이어 구급차의 간이침대에 피로 얼룩진 시트를 덮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치우의 모습이 비춰졌다.
금문성과 세두, 지나도 이 뉴스 장면을 각기 다른 장소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을 피신시키고 상처를 입은 그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다.
이 덕분에 치우는 그들에게 의심을 받지 않고 다음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사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거죠?”
구급차에 함께 탑승했던 형사가 물었다.
“전혀요. 그거, 참 이상하네. 겨우 0.5cm 정도 긁혔는데 웬 출혈이 이렇게 심했지?"
“제가 원래 혈액 순환이 잘 되거든요.”
치우가 고개를 갸웃하는 구급 대원에게 대답했다. 사실 경찰이 맛데기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그가 핀으로 상처를 낸 것이다. 물론 금문성과 지나, 세두가 사라진 이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