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베팅 1>에서 이어집니다
한적한 공원에 여섯 명이 모였다. 치우는 마 박사와 고 선생에게 돈 가방을 건넸다.
“아니, 웬 돈을 이렇게 많이?”
“약속한 금액의 두 배입니다.”
그는 창고에게도 말했다.
“부인의 통장에 두 배를 입금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앞으로는 경마장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치우야, 다친 배는 괜찮아?”
“살짝 긁혔는데, 뭘.”
“그때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던데?”
“요즘 물감 풍선은 탄력성이 좋거든.”
“너 연기해도 되겠더라. 이미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따 놓은 당상이던데?”
“치우 형, 조만간 할리우드에서 캐스팅 제의가 올지도 몰라요.”
하하하. 세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한 여자가 생활고에 지친 표정으로 직업소개소에서 나왔다. 그녀 앞에 마 박사가 서 있었다.
“이 못난 아비를 용서해 줘. 처음으로 너와 네 엄마에게 얼굴을 들게 되었구나.”
그는 딸에게 돈 가방을 건넸고, 이어 아내가 있는 요양원에 가서 평생 요양비를 지불했다.
창고는 급히 쉼터로 향했다. 그와 아내는 통장을 펼쳐보고 입금된 금액에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은 무언가를 약속하듯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고 선생은 이제 어머니에게 제대로 된 가게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머니를 빨리 만나고 싶어 시장으로 갔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집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대문에 근조등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상주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에게 낯익은 보따리를 내밀었다. 어머니가 밤새 다듬은 나물을 담았던 바로 그 보따리였다. 선생님이 말했다.
“보따리를 풀어 보거라.”
그 안에는 어머니의 손때 묻은 돈다발이 있었다.
선생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충격적인 말을 했다.
“어머니는 입고 먹는 것을 아끼며 열심히 모은 돈이야. 그리고 돌아온 네가 힘들면 쓰라고 남긴 돈이지. 오직 너 하나만을 기다리며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20년 넘게 기다리셨단다. 너에게 풍족함을 주지 못해 늘 미안해하셨지. 가끔 나는 어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드렸고, 그래서 마지막 말을 부탁하셨던 것 같아.
이제 너에게 알려주고 싶은 사실이 있어. 너를 낳은 친어머니는 미성년자라서 너를 키울 수 없어 이 집 문 앞에 버리고 갔단다. 그런 너를 발견한 어머니는 늦게 얻은 자식이라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몰라. 그리고 어린 너를 혼자 두지 않기 위해 항상 공사판에 데리고 다니셨지.
어느 날, 무너지는 철근 아래에서 놀고 있는 너를 보고 어머니가 뛰어들었고, 아버지가 어머니와 너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셨단다. 그 사고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한쪽 다리를 잃으셨어. 그러니 너는 아버지의 목숨과 어머니의 다리로 살아난 운 좋은 아이란다. 혼자 남고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에게 주위 사람들은 너를 보육원에 보내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너를 자신보다 더 소중히 여겼기에 결코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 그 후 어머니는 의족을 착용하고 절뚝거리며 나물을 팔아 너를 키우셨단다.”
그 순간 고 선생은 ‘차라리 병신인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어’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떠올렸다.
“선생님, 저는 정말 나쁜 자식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관을 붙잡고 대성통곡했다.
어떤 눈물은 참회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무겁다.
선생님이 고 선생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한번 흐르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고 부모란다.”
모든 돈을 잃은 금문성은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었다. 그때 지나가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보다시피 나도 거지가 됐으니 빨리 투자한 돈을 줘야겠어.”
그녀의 닦달에 금문성은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사실 민 여사의 돈을 회수해서 내 돈과 함께 맛데기에 베팅했어. 그리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둘 다 똑같이 오링됐잖아. 그래서 주고 싶어도 줄 돈이 없네.”
“그게 무슨 소리야!”
이때 지나와 금문성이 맛데기에서 자신들의 돈을 모두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한 여사와 전주들이 들이닥쳤다.그들은 즉시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마땅한 대처 방법이 없었다. 순간, 여자들에게 머리채를 잡힌 지나의 비명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다음 날, 어깨가 전화를 받고 급히 금문성의 방으로 들어와 보고했다.
“전에 우리 채무자라면서 며칠 전에 도 실장에게 5억을 갚았다고 하는데, 그 돈을 받았냐고 물어보네요?” 전화를 건 사람은 음성을 변조한 민수였다.
금문성은 이 말에 놀라 즉시 치우에게 연락했다.
“마지막 맛데기 전날 돈을 받아 냈어요. 근데 제가 지방에 있었고 사장님과도 통화가 안 되어 조 실장에게 보냈습니다. 송금한 영수증을 보내드릴게요.”
‘카톡! 카톡!’
곧이어 메신저로 영수증이 도착했다. 송금인은 치우이고 수령인은 분명 세두였다. 입금 날짜를 보니 맛데기 전날 오후 시간대가 확실했다.
금문성은 세두가 그런 큰돈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고 의아해 했지만, 그제서야 그 5억원이 자신의 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맛데기장에서 이놈이 나를 완전히 개무시했어. 그뿐이야? 치우는 칼침을 맞으면서까지 나를 보호했는데, 그자식은 실실 웃으며 구경만 하고 있었어. 그러더니 심지어 내 피 같은 돈을 슈킹해? 빨리 조세두를 잡아와!”
뚜껑 열린 금문성이 어깨들에게 지시했다.
잠시 후, 세두가 사무실로 끌려왔다. 명백한 증거 앞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고, 5억을 갚을 방법도 없었다.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오르자 세두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 금문성이 한마디를 던졌다.
“묻어 버려!”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질질 끌려가며 애원하는 세두의 목소리가 처량했다.
“아, 잠깐. 원금은 못 돌려받더라도 이자는 받아야 하니, 쓸 만한 장기는 추출하고.”
“네!”
어깨들이 구덩이를 파느라 진땀을 흘렸다. 옆에는 온몸이 피투성이인 세두가 묶여 있었다.
“야, 인마. 너 감히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형님, 죄송합니다. 큰 형님의 명령이라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한 어깨는 그의 등을 발로 밀어 구덩이로 처넣었다. 그와 동시에 삽질 소리가 들리며 세두의 비명이 야산에 메아리쳤다.
치우의 설계에 따라 그는 복수의 1순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