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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근원

물질과 정신

by 위공

"제니카! 정말 수고가 많았어요."

"아뇨, 동공께서 더 힘들었죠."

"아직은 제대로 될지 모르겠어요."

"호호호! 여전히 걱정이 많으시네요."

"제니카는 생기발랄한 원천이 어디에서 나와요?"

"제가 그래요? 생기가 넘친다는 게...."

동공은 제니카와 함께, 백두산 천지 신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제니카와 일정을 소화하면서 동공은 통역 및 자문역할만 하고, 대부분 제니카의 주도로 회의가 이루어졌다.

아시아 대도시를 순회하며 활기 있게 업무를 처리해나가는 제니카의 열정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앞선 기술의 우주인이라, 사람 다루는 것도 일사천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부분 우주인들은 건강도 반영구적 관리체계로 되어 있다고 했다.

장기 일부가 손상되면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새 장기로 바꾼다.

DNA 조작으로 노화를 늦추고, 새로운 장기를 더 오랫동안 쓰도록 한다고 했다.

고도로 발달된 신체적 기능과 함께 심리도 과학적으로 발달된 것 같았다.

이러한 우주인들 중에서도 더욱 능력이 탁월하고 모범 우주인 제니카를 만난 것은 최대의 행운이었다.

그러나 우주여행을 하면서, 우주인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다.

왠지, 인간성 상실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사람을 로봇화 되는 시대를 보며, 동공은 무기력해지고 희망과 즐거움이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무존자와 함께, 무존자 별에 갔을 때에도 그곳의 상황을 보며 우울했었다.

의기소침한 나날이 계속되면서, 지구로 귀환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기분이었다.

특히, 제국주의자들의 얘기를 듣고 우려와 걱정이 앞섰다.

폭력과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이 우주 식민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그랬지만, 무시무시한 광선총으로 무장한 인공지능 로봇을 통제하며 임무 수행하는 것도 상당히 마음이 걸렸다.

에너지 검, 광선검, 슈퍼 레이저, 로켓 라이플 등 강력한 무기를 지닌 그들이 언제나 위험요소였다.

그중에서 광선총은 사거리 500km, 광선총의 폭발력은 ICBM 이상 강한 것으로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천지 신도시, 중국 도시에서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마무리하셔야죠."

"네~에! 야생동물들은 거의 완료되었고, 가축 문제는...."

"가축은 식량 차원에서 중요한 이슈이기에,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거예요."

"당장은 해결되지 않겠지만, 그 동물들의 생명도 존중받도록 해야죠."

"그렇죠, 모든 생명은 소중하니까요."

제니카는 가축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 의지가 강했다.

회의에서 대부분 가축 문제에 적극적이지는 않았지만, 동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는 접근했었다.

우리가 동물을 무시하고 함부로 하는 까닭은 이들을 자연의 일부로 보며, 인간이 이성과 문명으로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신비와 두려움, 경이로움과 위협으로 가득 찬 자연 세계에서 문명이라는 환상이 사라지고 나면,

자신들도 자연의 일부이면서 동물들 중에서도 가장 약한 존재일 뿐이다.

인간은 우주적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볼 때 중요하기는커녕 지극히 하찮고 자질구레하기까지 하다.

특히, 이러한 시각은 우주인들이 지구인들 보며 생각하는 보편화된 견해다.

우주인들은 대부분 지구인보다 지구 자체를 특별한 행성이라고 느낀다.

그들은 지구는 사랑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우주인에게 마음의 고요를 허락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하기에 우주사령부와 우주인들은 지구에서의 어떠한 동물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인이 아름다운 지구를 사랑하고 행복하듯이, 지구인도 지구의 모든 동물을 사랑해야 행복할 수 있다.

다만, 제국주의자들이 물질적인 것만 최우선 하는 그릇된 가치관으로 문제를 계속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정신적인 면이 강하고, 이러한 세계가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아시아의 새로운 문명이 희망을 보인다.

실제로 아시아 몇몇 국가의 국민들은 넉넉하지 못한 현실에서도 행복해하는 가치관과 그들의 생활 방식을 보면서 진정한 행복과 진실된 삶을 느낀다.

제국주의자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니카는 희망을 보았다고 했다.

동물이던, 사람이던, 서로 간 평등하고 자유로운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래요? 그럼, 빨리 가요."

제니카는 지구사령부에 가기로 했다.

지구사령부에서 최종회의를 하고 나면, 그 결과를 우주사령부로 통보될 것이라고 했다.

"제니카! 제니카도 또 하나의 지구를 만들어 가는군요."

"그게 무슨 말이죠?"

"제국주의자들은 우주 식민지를 위한 또 다른 지구를 만들고 있잖아요."

"그래서요?"

"제니카는 평화와 사랑으로 또 다른 지구를 만들고 있고, 그게 지금 바로 이 일이니까요."

"그렇게 이쁘게 봐주니 고마워요."

"아니에요, 제니카는 정말 지구의 구원자가 되었어요."

"호호호! 고맙군요."

"언제쯤 이 일이 마무리될 수 있을까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요, 지구가 늘 건강하지는 않거든요."

"그러면 지구가 쇠퇴된다는 말이에요?"

"당장 지금은 아니지만, 우주의 모든 별들은 수명이 다 있지요."

"지구도 곧 수명이 다되어 간다는 말이죠?"

"태양도 언젠가 소멸되면, 지구도 태양의 영향을 받기에 소멸될 거예요."

"남은 세월이라도 동물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사랑하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죠."

"걱정 마세요, 우리 조상님이 동물을 사랑한 진정한 역사가 있어요."

동공은 삼국시대와 조선시대에 사람과 친숙한 개와 고양이를 대표적으로 거론했다.

경주 동경이는 천연기념물로 등재된 우리나라 토종개들 중 가장 오래된 문헌 기록을 소개하며, 삼국사기 신라 고분군에서 유적이 출토되었다는 기록을 함께 말해주었다.

조선시대에 숙종이 길렀던 고양이 금손이 도 소개했다.

임금과 겸상까지 하면서 고기반찬을 주었다고 한다.

숙종이 금손 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숙종이 직접 밥을 먹이고 잠도 같이 잘 만큼 좋아했던 금손이다.

숙종이 죽자 상심한 금순이는 밥을 먹지 않고 굶어 죽었고, 숙종의 묘인 명릉 옆에 묻혔다.

살아서도 숙종과 함께했고 죽어서도 여전히 숙종 곁을 떠나지 않은 것으로 전했다.

"정말, 감동적이네요."

"우리 조상님의 지극한 사랑이죠."

"그래요, 마음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겠어요."


"이제는 동공의 조국, 코리아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요."

"그래요, 제니카가 모르는 부분도 많지요."

"빨리 이야기해봐요~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설명하는 동안, 꼭 질문하세요."

"왜죠?"

"원래 사람은 자기네 풍습과 문화를 자랑하려고 하죠."

"아~하! 그러니 객관성이 떨어진다, 이 말이죠?"

"네~에! 역시 제니카는 척척박사군요."

"호호호! 동공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셨잖아요."

"제니카는 지구 역사와 환경뿐만 아니라, 각 나라도 잘 알고 있지요."

"동공만큼은 모르죠."

"우리 조상들은 옛적부터 평화롭게 살아왔어요."

"동공께서 명상을 하시는 모습과 같겠죠."

"외국에서는 동방에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하죠."

"정말 딱 맞는 말이에요."

"그리고 백의민족이라고 그러죠."

"흰색? 백색은 순수한 의미를 뜻하지요."

"그래요, 신라시대 화랑도나 고려 성균관 유생. 조선 선비정신이 청렴과 기백을 의미하는 것과 같아요."

"동공의 조국은 정신적인면이 강한 것을 느껴요."

"그런 것도 있지만, 우리 조상들은 자연을 사랑하고 평화주의자들이죠."

동공은 자연 세계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순수한 조상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참된 삶, 그 본연의 모습을 조상들에게 찾을 수가 있다고 했다.

제니카는 동공의 웃는 얼굴엔 선한 이미지가 깊게 우려 나오며 왠지 편안했다.

그리고 동공의 이야기를 듣고 동공의 조국도 이해가 많이 되었다.

특히, 도덕교육과 생명 중시 사상은 동물이 멸종되어가는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동공도 딱딱하고 획일적인 우주인의 선입감도 많이 달라졌다.

그것은 제니카를 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제니카의 넘치는 긍정적인 에너지도 그렇지만,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는 분쟁지역 문제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녀는 분명, 동공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어쨌든 동공과 제니카는 서로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교감을 통하여 서로 행복하다.

물질적인 풍요도 아니고 소유도 아닌, 정신적인 교류에서 오는 기쁨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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