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적지는 어디죠?"
"진짜로 야생동물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대륙이에요."
"동물의 별처럼 동물의 세계라도 되나요?"
"그럼요! 동물들의 천국이죠."
"그래요, 그곳으로 가보죠."
동공과 제니카는 아프리카 대륙으로 향했다.
"지금은 동물수가 많이 줄었지만, 남은 동물들은 자유롭고 말 그대로 자기네들 세상이지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이 보인다.
비행선은 인도양을 거쳐 지중해와 아라비아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 상공에 이르렀다.
"아! 저기에 피라미드가 보여요!"
제니카가 비행선에서 내려다보며 경치를 감상하다, 소리를 질렀다.
아프리카 대륙 북동쪽에 위치한 이집트의 거대한 피라미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고대 이집트 왕이 영원불멸의 희망으로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첫눈에 들어오는 곳이 고대 이집트 문명의 발생지이지요.
그럼 노선을 변경하고, 이집트부터 갈까요?"
동공은 제니카에게 물었다.
"그래요, 아빠가 옛날에 간 적이 있는 곳이에요."
제니카는 아빠 생각이 났다.
로크 별에서 제니카의 부친은 제니카가 아기 때, 지구에 우연히 가게 되었다.
지구에 다녀와서 결과를 우주사령부에 보고하고, 지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성장하는 제니카에게 지구 역사와 함께 들려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구시간으로 수천 년이 지난 뒤, 제니카가 아빠가 왔던 이집트에 온 것에 감격했다.
"동공! 우리 별에서 본 그대로 예요. 그렇죠?"
동공이 로크 별에서 R2지역 지하 유적 방문 때 보았던 벽화와 같았다.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비행선에서도 뚜렷하게 보였다.
"자~이제, 착륙할게요."
비행선은 마침내 이집트 유적지에 착륙했다.
동공은 이집트 문명에 대해 본격적으로 제니카에게 설명하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갔다.
이집트의 문명을 보면 거대하고 웅장한 훌륭한 건축물들을 상기시키지만, 내면에는 흉측스러운 일과 슬픈 역사도 함께 묻어왔다고 한다.
파라오의 탐욕과 야망 때문에 거대한 토목공사에 희생된 백성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집트 남자들은 특히, 전쟁이나 토목공사에서 많이 죽다 보니, 이집트엔 과부들이 많았다고 한다.
과부들은 혼자 살기도 하지만, 더러는 재혼 과정에서 남자를 잘 만나 신분상승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에 무분별한 성행위로 임신해서 사생아를 낳고 아기를 숲 속에 버리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어떤 요부는 애완동물과 관계를 해서 임신을 했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짐승이었다.
그런 괴물을 당장 숲 속에 갔다 버렸으나, 사자가 물고 가 사자들 사이에서 키워졌다.
지능이 높고 용맹스러운 동물이 되었는데, 그 괴물을 스핑크스라고 했다.
스핑크스는 닥치는 대로 사람을 잡아먹고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아, 이집트 사회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이를 보지 못한 이집트 장수, 율리 시저가 결국 스핑크스와 대사 투를 벌여 스핑크스를 죽이게 된다.
그 전설을 담은 유적이 바로 스핑크스상이라고 한다.
슬픈 역사 한 가지 더 이야기를 꺼냈다.
크로이소스를 무릎 꿇린 페르시아 키루스 왕을 이는 아들 캄비세스는 부전자전 격으로 이집트를 정복했다.
포로로 잡은 이집트 왕 프사메니투스를 모욕을 주고, 왕의 딸 이집트 공주들을 노예 복장을 하게 해 물동이를 이고 아버지에게 울부짖는다.
게다가 아들들은 입에 재갈이 물리고 목에 줄이 매어진 상태로 처형장에 끌려갔다.
이 광경을 본 모든 이집트 사람들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슬퍼했다.
그리고 부활을 꿈꾸는 이집트의 왕은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지상의 권력을 영원히 손아귀에 움켜쥐려고 했다.
황금빛 망토를 입고 금잔으로 술을 마시고 은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고 온갖 보석으로 치장한 왕, 그리고 왕의 권력은 시간의 폐허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부활을 꿈꾸는 이집트 왕은 권력의 영원불멸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왕의 탐욕, 또한 이집트 문명이 찬란하게 된 것도 역사에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다.
이런 역사를 이집트는 소중하게 생각하며 유적을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온 것이다.
제니카는 수천 년 전에 밀폐된 피라미드에서도 아버지가 갔기에, 아버지 체취도 바랬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인생무상과 세월의 무심함만 가득히 밀려왔다.
"문명의 충돌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동공은 제니카에게 지구 역사를 줄곧 설명하고 있었다.
"문명은 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문화는 역사에 고스란히 담기죠.
그리고 역사는 기록으로 존재하며 지금까지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죠."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곧 이집트의 프사메니투스 이야기라고 동공은 말했다.
중요한 것은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나온 이야기가 지금까지 계속 재해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0년이 훨씬 넘은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인간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역사는 세월 속에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가 역사라고도 했다.
왕이나 위대한 인물이 역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위대한 시대의 호명으로 위인들이 출현한다고 그랬다.
"역시 동공께선 역사가 해박하시군요."
"역사는 학문적 가치뿐만 아니라 예술적 감동까지 안겨다 주지요."
"예술이라면?"
"역사적 사실과 해석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면, 인간의 모든 행위가 예술 그 자체지요."
동공은 나름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역사관을 늘어놓았다.
역사는 오래된 관습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용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는 가치가 있어야 보존되고 기록되는 것이다.
문화는 인간의 사고를 작동시켜 새롭게 창조해 내고 변화시킨다.
파괴하고 죽이는 행위를 문화로 부를 수는 없다.
역사를 정치와 살육의 삭막한 풍경, 그 잘난 문명이라는 구실로 만들었다면 더욱 아니다.
선과 악이 구분되듯이, 인간성이 선하고 좋은 가치관이 결국 좋은 문화와 바람직한 역사를 만든다.
물론 좋은 것만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지만,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다.
지식이 세상을 바꿔 놓는 힘이 되고, 물질을 연구하는 진리의 힘은 정신을 지배하고, 또한 물질에서 정신을 구출하고, 정신은 역사를 통제하며 관찰하는 이성으로 역사를 만들어 왔다.
따라서 물질의 고집스러운 관성과 정신의 당혹스러운 수수께끼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역사는 성장한다.
인류와 이 세상을 이해하고 통제해서 탈바꿈시키기 위한 씨름은 문화와 문명의 역사를 계속 전진시키고 있다.
제니카는 동공의 역사관에 대해 감명 깊게 들었다.
"동공! 도대체 역사 공부는 얼마나 했길래, 그렇게 잘 아시나요?"
"어릴 적부터 세계사, 지리학 등 관련 서적을 많이 봤을 뿐이에요."
"어쨌든 대단해요."
제니카는 이집트에 대해 미련이 계속 남았다.
아빠가 한때 지구를 방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친근감이 갔다.
"이집트 문명은 아주 발달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최초의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지만, 이집트 문명만큼은 발달되지 못했지요."
"인류사의 중대한 발견과 발명을 해내고 사회변화를 이끌어낸 위인이 이집트 왕들이 맞아요?"
"그렇지요, 그렇지만 권력이 만들어낸 것 중에 나쁜 점은 국민을야만과 암흑의 시대로 만들었어요."
"고대 이집트는 왕의 문화였고, 제국주의자는 권력의 문화, 군대의 문화이지요."
"우리나라도 군사문화로 독재와 국민을 장기간 핍팍으로 몰라갔죠."
동공은 군사문화의 폐해를 계속 나열했다.
군사문화가 국민의 자유를 구속하자, 이에 맞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싸우다 죽는 일이 허다했다.
권력자들은 국민들을 잘살게 하기 위해서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이루어냈다고 한다.
이것은 제국주의자들이 약소국을 침탈하고 근대화를 이루어 냈다는 궤변과 다를 바 없다.
정말 인류가 잘 사는 게 어떤 것이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 묻고 싶었다.
"제니카는 어떻게 생각해요?"
우주시대에 우주인들이 생각하는 문명과 문화는 어떤 것인가를 물었다.
"우주도 별들마다 다르고 차이가 있어요."
"권력자들 가치관이 문제이겠지요."
"그래요, 평화주의자냐 아니면 오로지 권력만 탐하느냐죠."
"인간성과 도덕적 문화를 만들어야 하며 그게 참다운 문명을 이룬 나라겠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심을 얻은 정권은 영광이 되지만, 민심이 뒤엎으려는 권력은 치욕이 된다.
동공과 제니카는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데에 공감을 표시했다.
권력이 쳐놓은 집단 이기주의나 연고주의의 덫을 피하려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 정의하는 기본 가치를 이해하고 학습해야만 하는 것도 의견 일치를 보았다.
"제니카! 서양의 문명은 많이 보았고, 문화도 잘 알고 있겠네요."
"저는 서양이라는 단어보다 동양이 더욱 궁금하네요."
"그래요? 그럼, 동양 문명으로 가보실까요?"
"좋아요!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