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광활한 야생동물 지역이군요."
"우리나라 속담에 '여우도 죽을 때는 고향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는다'라고 했어요.
그만큼, 이곳은 모든 동물에게 고향이고 낙원인 셈이죠"
"동물에게는 이처럼 멋진 고향이 또 어디 있을까요? 그렇죠?"
동공과 제니카는 아프리카 대륙을 순회하고 돌아가며 비행선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니카는 아프리카 대륙 오기 전, 인도양 상공에 이렀을 때, 눈 덮인 거대한 산을 본 기억을 떠올렸다.
천지가 온통 눈으로 하얗게 덮인 에레베스트봉과 이어진 수많은 설산은 한 편의 장엄한 파노라마다.
그때의 깊은 감동의 물결이 뇌리 속에 계속 떠나지 않았다.
"동공! 인도 대륙을 횡단할 때, 거대한 설산을 보았어요."
"아~하! 지구에서 최고 높은 산, 에베레스트~ 지구의 지붕이라고 하죠."
"그 지역은 어떤 곳이죠?"
"네팔이라는 나라에 주봉을 두고 부탄, 인도, 티베트, 중국 등으로 산맥들이 이어나가죠."
"비행선에서 봤을 때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 산에 매혹되어 등산객들이 많이 찾죠, 또한 많은 사람들도 조난당하여 목숨도 잃고...."
동공은 힐러리 경이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뒤를 이었다고 전했다.
산은 아름답지만, 험준하고 날씨도 변화무쌍하여 위험천만한 곳이라고도 했다.
"지구에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 많군요. 아버지도 그랬어요, 다시 한번 오고 싶다고...."
"부친께서 지구를 다녀간 후, 지구인들이 비로소 우주를 바라다보았죠."
"그래요? 그 전에도 우주가 궁금했을 텐데...."
"그냥 막연하게만 생각했죠. 상상력만 무궁무진하게 키웠고, 여하튼 늘 궁금했죠."
"호호호! 동공께서 제일 궁금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난 어릴 적부터 별을 보며 온갖 생각을 다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꿈이 많았나 보죠?"
"네~에! 상당이 많았죠, 다만 인생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우주여행의 꿈이 실현되었어요."
"동공께서는 우주여행을 하면서 제일 궁금한 것이 무엇인가요?"
"전부 다 궁금하지만 신과 생명, 시간과 공간의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가장 궁금했죠."
"어느 정도 알게 되었나요?"
"아~뇨! 아직까지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니, 알지 못한 거죠."
"신은 모르겠고, 생명의 탄생, 시간과 공간의 세계는 지금 겪고 있는 게 사실 그대로인 거죠."
동공은 명광 스님과의 인연으로 신과 생명, 시간과 공간의 세계에 대해 화두를 두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명광 스님과 지내면서 명상, 참선, 기도, 수행 등 불교 관련 모든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동공! 조금 전에 우리나라라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죠?"
"하하하! 코리아입니다."
"그렇군요."
"우리라는 말이 듣기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죠?"
"......."
"우리나라, 우리 땅,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 우리 아들딸들은 물론 우리 강산 모두 다죠."
동공은 우리라는 말은 넉넉하고 믿음직하다고 했다.
참으로 크고 높고 넓은 말이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지만 아름다운 강산이나 바다와 섬에서 크게 가슴을 찡하게 다가오면
더욱 우리라는 단어가 와닿고 넉넉하고 믿음직한 것을 느낀다고 했다.
"서양보다 동공이 속한 동양의 사상이 신비롭군요."
"그래요, 서양인들도 신비한 동양 사상에 궁금한 점이 많죠.
특히, 삶과 죽음의 인식이 새롭고 낯설어요.
동양적 사유를 가장 이해하기 수월한 방법은 불교를 아는 것이죠."
"그러면 동공께서 옛날 절에 다니시고 스님과도 대화를 많이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말해줘요."
"명광 스님과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먼저 할게요."
동공은 절에서 배운 불교 상식과 스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불도의 정신을 말했다.
'먼저 기도와 염원이다.
기도를 하면 이루어진다. 기도는 자신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도가 필요하다.
사람의 삶도 변화한다. 이것은 우주순환의 원리다.
행동적으로 말하면 절을 수백 배에서 수천번까지 간절하게 염원하며 해야 한다.
그리고 명상이나 참선을 어떻게 하느냐. 별게 아니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 그게 선이다.
육체를 끌고 다니는 정신이나 마음, 그것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게 참선이고 명상이다.
불교는 한마디로 공(空)의 사상이다.
공은 무(無)와 같다. 우주의 원리와도 같다.
우주가 비어 있는 듯하지만, 꽉 차 있다.'
"좀 어렵네요, 불교가...."
"그렇죠, 쉽지는 않죠~ 불교는 한마디로 자신이 신이 되는 종교지요."
"네~에? 신이 된다고요?"
"그렇죠, 깨달음의 종교이고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면 그게 신이 되는 길이지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지금까지는 스님이나 수행자들의 이야기고, 우리가 접하는 불교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그래요, 동공께서 저와 함께 나누는 일반적인 이야기로 설명해주세요."
"그러죠, 궁금한 점이 언제라도 생각나면 그때 말씀하세요."
"호호호! 차근차근 말이죠?"
"네~에! 느긋함과 오묘함이 깃든 게 불교 사상이죠."
"동공께서는 불교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문화재 자료를 찾아가게 된 것이, 스님을 만나고 결국 불교에 입문케 되었지요."
"그럼 역사공부와 관련이 있었네요."
"그런 셈이죠, 제니카가 이집트 유적 찾아서 지구에 왔고, 동양 사상까지 접하는 이치와 같다고 할까요."
"무엇이 그리 마음에 이끌렸나요? 특별한 것이라도...."
"마음이라? 그래요, 마음이 움직였죠. 나도 모르게~ 특별한 것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있었죠."
"어떤 것이....."
"법당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숙연하며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죠."
"정신적인 면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말이죠?"
"네~에!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올바른 생활과 마음을 닦다 보면 깨달음의 길이 열리죠."
"깨달음이란 것은 명상이나 참선을 통해서 이루어지나요?"
"물론 그렇게 해도 깨달음도 되겠지만, 일상생활에서도 깨닫고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나아가는 거죠."
"이를테면, 지금 동물들의 위기나, 지구의 위기를 깨닫고 구명운동을 실천하는 것도 해당되겠지요."
"맞습니다, 불교의 근원적 사상이 이타적인 사랑과 자비이니까요."
동공은 불교에 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하면서 유교도 함께, 동양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특히 중국에서 비롯된 유교는 공자가 필요한 학식, 영혼의 평정, 소박한 품위, 조용한 행위, 깊이 있는 인격, 무한한 예의 등을 갖춘 성인으로 현대문명에 공헌한 절대적 위인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은 불교까지 유입하여 한때 번성기를 이루었고, 중국에 전래된 불교를 배우러 우리나라 스님들도 중국에 유학을 갔다고 전했다.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은 불교국가인데 반해, 일부 국가는 기독교, 회교국 가도 있다고 했다.
"제니카! 이해가 좀 되었나요?"
"어렵긴 한데, 어떤 것은 쉽고 그래요."
"우리네 관습이 어렵게 설명해야 자신이 좀 높게 보이려는 면도 없지 않아, 더 이해가 어렵죠."
"절대적 권위, 이런 것들을 말하는 거죠?"
"맞아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많이 볼 수가 있어요."
"그건 제국주의 표상이 아닐까요?"
"물론 그 말도 맞지만, 우리나라도 고리타분한 문법, 고고한 문학적 요소 등을 많이 따지죠."
"언어와 문장은 시대에 맞게 대중성, 보편성을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동공은 불교가 어려운 것은 옛날 고승들이 전하는 부처님 말씀을 너무 고귀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원래 불교는 중도사상이며 양극단으로 치우쳐 있는 잘못된 삶의 방식을 바로 잡는 것에 있다.
현실과 타협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대립과 분별을 떠나서 삶에 집중하라는 뜻이 더 강하다.
그리고 현실에서든 역사 속에서든 우리 자신보다 더 고결한 위인이나 성인들을 무조건 숭배하는 것이 친화적 요인과 생활 속에서 다가서는 종교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눈이 푸른 서양인이 절에 찾아왔어요."
"어떻게요? 불교에 귀의했나요?"
"네~에! 우리 절에서 잠깐 스님과 논의를 하고, 호남에 있는 송광사로 입문했어요."
"개인주의, 자유로운 서양인이 전통과 고대의 틀에 갇힌 동양 사상에 생기를 불어넣었군요."
"그렇죠,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불교가 신비로움에서 생활의 중심으로 가는 거죠."
"아주 고무적이네요."
"제니카는 동양 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방금 말했잖아요, 전통과 고대의 틀에 갇혀 좀 답답하다고...."
"하하하! 자유분방한 제니카에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죠."
"그런 것도 있지만~ 난, 동공의 생활에 관심이 많아요. 불교, 조국, 가족, 가치관......"
제니카는 본격적으로 동공과 함께 스님들 세계, 불교 입문, 동양의 사상을 배우고 싶었다.
동공을 보면서, 동공에게서 뭔가 신선한 기운, 선한 생명의 본질, 사람의 향기를 느꼈다.
우주인과는 차원이 다른, 인간 본연의 순수함이 너무 좋았다.
그 무엇보다 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에 이끌렸다.
동공과 같이 한다면, 어떤 길이라도 영원히 함께 가고 싶다.
공부를 한다고 해도 같이 공부를 할 것이고,
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같이 떠날 것이며,
지구 어느 곳이든, 우주 어떤 곳이든 함께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