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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성

모성애로 다가온 여인

by 위공

"제니카! 명광 스님이 성지 순례했던 곳으로 가보지 않겠어요?"

"어디죠?"

"인도, 스리랑카, 중국, 미얀마, 태국 등 주로 다녀셨어요"

"동공께서는 어디로 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중국부터 가고 싶어요."

"옛날부터 선사들께서도 유학을 가셨고, 명광 스님도 늘 말씀하셨던 곳이라..."

"그래요, 그럼 중국부터 가시죠."

"자장율사께서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문수보살은 지혜의 보살이지요?"

"제니카도 많이 아시는군요."

"호호호! 동공께서 자세히 알려주셨잖아요."

"여하튼 경허스님, 한암 스님께서도 오대산을 찾아셨다고 그래요."

"그럼, 오대산으로 가시죠."

"네~에! 오대산으로 가고, 다음 행선지는 동남아 지역으로 가겠어요."

"동남아는 어떤 곳이죠?"

"캄보디아는 찬란한 불교 역사를 지닌 앙코르와트 세계적 문화유산이 있어요."

"그리고요?"

"동남아 불교의 진수를 볼 수 있어요. 부처님의 말씀을 원리원칙대로 고수해오고 있어요.

스리랑카, 미얀마, 캄보디아에서는 국교나 다름없으며 라오스와 태국에서 상좌부가 지배적 종교이죠."

"상좌부?"

"부처의 계율을 원칙대로 고수하는 불교입니다. 원론적으로 진정한 불교이지요."

"어쨌든 동공께서 순서를 정하시는 대로 가시죠."

동공은 제니카에게 불교 전통과 변화 등 현재까지 이어온 역사를 자세히 설명하며 중국 오대산으로 향했다.

중국 오대산은 동공에게 특별한 것은 스승인 명광 스님이 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광 스님이 그립기도 하고 그 발자취도 찾고 싶었다.

제니카는 제니카대로 동공의 세계를 알고 싶었다.

불교도 궁금하고, 동양사상도 알고 싶지만, 동공에 향한 감성적인 자신의 마음을 어느 정도 표현하고 싶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자꾸 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동공 또한 자신에게 그런 마음이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달빛이 밝고 너무 고와요."

제니카는 감탄 연발이다.

지구가 아름다운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밤에 달이 훤하게 비춰주는 오대산은 그야말로 황홀하다.

"그래요, 하늘이 눈을 뜬 것 같군요."

제니카가 비행선을 착륙시키고 비행선 헤치를 열었다.

"지금 우리는 달빛 소풍을 가는 거예요."

"제니카! 우선 의자를 젖히고 누워서 하늘을 봐요."

"네~에! 아! 정말 좋군요."

"이백이 달빛에 취해, 미인에 취해, 물론 술도 취해 시를 한 수 지었죠."

"어떤 시죠?"

"이백이 천하 절세미인 양귀비를 노래했던 시죠"

옛날 선비들은 미인을 볼 때, 달빛 아래 어슴푸레하게 보아야 자태가 더 곱다고 했다.

달빛 아래의 제니카는 양귀비보다 더 아름다웠다.

동공은 제니카에게 이백의 시, '청평 조'를 들려줬다.


"구름은 옷 같고 모란꽃은 얼굴을 닮았어라

춘풍은 난간 스치고 이슬 맺힌 요염한 꽃이여

군옥산 꼭대기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필시 달 밝은 요대에서 만났으리라


나뭇가지에 꽃이슬이 향기롭게 맺혀 있네

무산의 구름 비가 애 절타 어이하리

한나라 궁중 그 누가 닮았으랴

가련한 조비연이 새 단장하고 나타났구나


모란꽃과 경국 미인 서로 반기니

임금님 시종 싱글벙글 바라보노라

봄바람이 끝없는 한을 풀어 주니

미인은 심향 정 북쪽 난간에 가만 기대네."


"정말 멋지고 풍류가 있는 시인이네요."

"그렇죠? 이 시가 천하의 절세미인 양귀비에게 들려줬죠."

"양귀비라면?"

"중국의 4대 미인중 한 명이죠."

"고대 중국에 그런 미인들이 많았나 보죠?"

"서양에 클레오파트라 미인과 같은 이치죠."

"저는 동양의 미인은 잘 몰라요."

"제니카는 클레오파트라를 쏙 빼닮았어요."

"호호호! 그런 엄청난 미인에게 저를 맞추다니..."

"아니에요! 로크 별에 갔을 때, 난 클레오파트라가 왔는 줄 알았어요."

"호호호! 제가 그렇게 생겼나요?"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순간, 동공은 슬며시 제니카의 손을 꼭 잡았다.

제니카도 동공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뗬다.

한참 동안 서로가 사랑스러운 눈빛을 교류하면서 살포시 안았다.

그리고 동공은 제니카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뜨거운 입술과 가쁜 호흡과 함께, 두 사람은 이내 한 몸이 되었다.

"제니카!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요."

훤하게 비추던 달도 수줍은 듯, 구름 사이로 들어가 버렸다.


"제니카! 제니카는 제 어머니를 연상케 해요."

"어머니가 클레오파트라처럼 생겼어요?"

"어머니는 전형적인 동양인이고 조선 여인이죠."

"그럼, 저와 어떤 것이 비슷하나요?"

"어머니 같이 편안하고 너무 사랑스럽죠."

"동공의 어머니는 어떤 분인지 말씀해주세요."

"어머니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고생 없이 자라났죠."

"그 점은 저와 비슷하군요."

"우유빛깔 고운 피부와 까만 머릿결은 동양 미인의 대표적 외모이죠."

"어머니가 미인이셨군요."

"미인도 미인이지만, 제니카처럼 지혜와 열정도 대단했어요."

동공은 어머니가 아버지를 만나, 자식을 낳고 기르며 고생이 많았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제가 평소 느끼는 대로 불러볼게요."


"바다와 같은 넉넉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주신 어머니.

모진 삶의 소용돌이가 남긴 상처를 아물 때까지 묵묵히 살아오셨던 어머니.

자식들 먹여주고 안아주고 그리워해 주며 끊임없이 보살펴 준 어머니.

가족들 모두에게 사랑의 신이고, 자비의 신이 되어주신 어머니.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은 영원히 잊지 않을 거예요."


"저는 동공의 어머니처럼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못되요."

"아니에요, 제가 느끼는 제니카는 정말 멋지고 대단한 사람인 걸요."

"동공! 저는 아직 고생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아요. 그래서 어머니 같이 못해요."

"아니, 제 이야기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과 같은 제니카에 대한 제 느낌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니카에게 느낀 봉사, 헌신, 연민, 모성 같은 것 역시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진정으로 그 은혜로운 제니카의 마음이 깊다는 것을 알리려 했어요."

"그것도 그렇지만, 우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우리가 추진하는 공적인 일을 먼저 하도록 하죠."

동공은 비몽사몽 헤매다, 비로소 꿈에서 깨어난 듯 현실을 직시했다.

그리고 스님이 늘 강조하신 여인에 대한 계율을 떠올렸다.

이성에 대한 쾌락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늙은이는 어머니, 나이 많은 이는 누님, 나이 적은 이는 동생, 어린이는 딸로 생각하여 그를 예로써 공경하라고 하셨다.

제니카도 지구로 올 때, 아빠가 당부한 말이 생각났다.

먼 길을 갈려면 한 눈을 팔아서는 안된다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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