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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공 Dec 09. 2022

신의 힘

내겐 돈이 신이다.

"엄마가 스님께 부탁해서 해몽을 잘해달라고 그러세요."

"꿈이  어땠는데?"

"아버지가 새끼 돼지 3마리를 데리고 집에 들어왔어요."

"돌아가신 조상이 보이면 좋은 꿈인데, 돼지까지~ 좋은 일이 생기려나?"

"대~박~터져라!"

"대박이 모~냐?"

"기적 같은 거야"

"그럼, 신령님이 기적을 내려 주시도록 빌어야지."

"그러니, 스님께 부탁해요."

"알았어,  대박인가 기적인가  물어볼게."

"그것도 그렇지만, 내 사주팔자도 알아봐 주세요."

 "사주팔자는 왜?"

"내가 부자로 살 건지, 어떤 지 알고 싶어."

"스님은 그런 것 본다면 뭐라고 할 건데,.."

"관상이나 손금 보면 내가 잘 산다고 했는데, 스님이 더욱 믿음이 가고 확실해요."

"알았어, 안 그래도 내일 초하루라 절에 간다."

어머니는 둘째 누이가 늘 돈문제로 쩔쩔매고 궁핍하게 사는 게 안쓰러웠다.

누이는 셋쩨 누이보다 3살 많은데 불구하고 아직까지 결혼을 못했다.

연애는 잘해서 사귀는 남자들은 많은데, 결혼할 남자는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돈 많은 남자를 원하지만, 부자는 가난한 처녀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로또나, 대박 나면 결혼할 생각인가 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잘 나가고 싶은 데, 돈이 받쳐주질 않으니, 그 또한 스트레스다.

한 번은 남자 친구를 소개했는데 누이보다 2살 아래로, 키도 크고 외모도 잘생겨 여성들에게 호감형이었다.

그런데 더 이상 진전은 없었고 만나지를 않아서 연유를 물어봤더니, 그 남자는 돈을 더 사랑한다고 했다.

지금은 그 남자와 완전히 결별하고 또 남자 친구를 사귀는 중인데, 새 남자 친구 역시 빈털터리라 과연 누이가 지속적으로 사귀게 될지 의문이다. 언제까지 연애만 계속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집안이 가난해 자기 뜻대로 못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하고 욕심도 많아 남들에 뒤지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학교 동창들이나 친구들 사이에도 늘 리더로 자처하며 나서기도 좋아했다.

그렇기에 남들보다 잘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하고, 부자를 늘 동경하는 것이다.

어쨌든 집안 사정이 넉넉지 못한 형편이 둘째 누이에게는 콤플렉스다.



둘째 누이는 어머니가 말씀한 것에 대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아니잖아!

믿으면 이루리라, 기적이 일어난다고?

그런데 이게 뭐야!

그럼, 장난쳤단 말인가?

아니면 사기꾼인가?"

누이는 이제 어머님이 오랫동안 믿어 왔던 종교마저 비난했다.

"내겐 돈이 확실하고 유일한 신이야!

돈이면 무엇이던 다 할 수 있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가질 거야!

오로지 돈~ 돈~ 돈이야!"

누이는 당첨에 떨어진 로또를 찢어 버리며 어머니도, 스님도 원망했다.

이제는 믿음이 불신으로 변했다.

기다릴 줄 모르는 급한 성격도 한몫을 했다.

어머님은 누이의 원성에 아랑곳없이 조용히 웃기만 하셨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이 있었다.

"욕심이 지나치면 식물을 거두는 것이여."

"식물이 뭐지?"

"숨을 거둔다 말이다."

"식물인간이 된다는 말이데, 죽는다는 말이에요?"

"그래,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언니, 여유돈 있으면 좀 빌려줘!"

"여유돈이 어디 있니, 나도 너희 형부께 빌려 쓰고 있어."

둘째 누이가 첫째 누이에게 돈을 수시로 빌렸는데, 수천만이 넘는다.

큰 누이는 부잣집에 시집가서 돈은 융통되지만, 친정식구 때문에 눈치가 많이 보이고 자존심이 상한다.

"너는 시골 사는 세쩨에게도 돈을 빌렸다며?"

"조금 빌렸는데, 장사가 잘되면 금방 갚을 거야."

"엄마가 돌아가셔서 망정이지, 생전 같으면 가만 안 두셨을 거야."

"내가 영원히 이대로 살 것 같아? 대박 나면 전부 2배로, 아니 수십 배로 돌려줄게."

"제발 막내는 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막내에게는 돈 빌릴 생각 마!"

"시집은 나도 안 갔어, 그리고 왜 일동은 애기 안 하는 거야?"

"........"

"차~암! 이상하다, 남자라서 그러는 거야? 뭐야?"

"남자도 남자지만, 우리 집에서 유일한 희망이야!"

"희망? 좋아하네~ 우린, 도대체 뭐야?"

지난 시절에 일동은 어렵게 공무원 시험 합격해서 집안일을 우선적으로 도왔다.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되자 말자, 대출을 받아 집안 살림에 보탰다.

할 수 있는 대출은 무조건 대출을 해왔기에, 직장에서는 대출왕이라고 했다.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는 큰 누이는 미안해서, 더 이상 남동생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둘째 누이는 끊임없이 돈을 요구하자, 일동은 아내 몰래 보험회사에서 대출해서 주었다.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부부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가정의 행복까지 위협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돈타령이니,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라 할 수 있겠다.



"누나! 이제라도 그만두고 성실한 삶을 사는 게 좋겠어."

"아니야! 난 대박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누나! 확률이 얼마나 되는 줄 알아? 3백만 분의 1이야!"

"그게 어쩄다구?"

"그만큼 힘들다고."

"일동아! 넌, 스님들 많이 알잖아?"

"..........."

"용하다는 스님, 한 번 소개해줘라, 누나 대박 나게 도와달라고 해봐! 응? 은혜 잊지 않을게."

"애당초부터 대박은 없어! 그건, 사기꾼들이나 하는 짓이야!"

"믿으면 기적 같은 게 일어난다며?"

"내가 누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대박 나는 게 아니고, 대박 없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게끔 빌어줄게!"

"필요 없어! 지금 장난치는 거야?

부처님도 사기꾼이네!"

누이는 그렇게 말을 내뱉고는 사라져 버렸다.

누이에게는 오로지 돈이 유일한 신이기에, 신이 많은 인도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인도의 힌두교는 신이 3억 3000만 개나 넘는다고 하니, 누이에게 맞춤식으로 돈이 되는 신을 찾아서 말이다.

그곳에 가면 혹시 누이의 신, 돈에 맞는 신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이가 돈이 자신의 신이라면, 로또는 복음과 같은 경전이요, 신의 은총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며 자본이 제일이라고 외치는 누이의 시대관은 물질이 넘치는 현대사회와 무관치 않음을 인정한다.

작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사희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경 사회를 넘어 산업화 사회로, 산업화 사회를 넘어 금융과 자본이 판치는 사회로, 삶의 속도는 매우 빨라졌고 재화의 양은 넘쳐난다. 이제 사람들은 손에 잡히는 물품을 넘어 디지털 공간에서 생산하는 정보와 영상, 게임 등에서 소비를 이어간다.

어쩌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한 단계라 생각이 든다.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관념이 현실을 지배하고 누이도 이러한 삶을 추구한다.

개인적으로 이득을 챙기는데, 자본주의 폐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주의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 사회적 현실이 누이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그래서 자신만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형제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 문제다.

어쨌든 일동은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했다.

이제는 누이와의 관계를 정립하고, 자신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불도를 배우는 수행자로서 현실에 잡다한 문제에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세속적인 문제와 잡념에 허덕이면, 무슨 명상이며 정진이 되겠는가.

수행자는 물건들에게 지배당하고 살 수는 없다. 절제와 자제의 정신적 의지가 강하게 요구된다.

어쨌든 누이는 누이대로 사는 삶의 방식이 있고, 나로서는 어머니 뱃속에서 피를 나눈 형제로서 조언을 할 뿐이다.



"스님! 환속하는 스님이 아니더라도 출가 후, 부모형제를 찾는 경우가 있습니까?"

"스님도 사람인데, 왜 찾지 않겠어요? 당연한 것이지요."

"그럼, 스님께서는 부모형제를 찾은 일이 있습니까?"

"슬퍼게도 이 세상에는 한 분도 없지요, 다 돌아가셨지요."

"죄송합니다, 스님....."

"아닙니다, 그런데 일동 거사께서는 어떤 연유로....."

"아! 예~ 둘째 누이가 있는데, 집안에서 말썽을 피워 형제들이 난처해하죠."

일동은 스님께, 집안에 일어났던 둘째 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스님은 한참 동안 말없이 듣고 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숲 속에는 대나무, 소나무, 독풀, 잡초 등이 조화롭게 숲을 무성하게 이루고 있어요.

숲은 생생하고 온갖 생명이 넘쳐나죠.

득이 있는 것이 있는 가 하면, 실이 있는 것도 있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나무 같이 꼿꼿한 사람, 잡초 같이 아무렇게나 사는 사람도 있지요.

겨울이 오면 대나무와 소나무만 살아 남고, 숲 속은 그야말로 황량하고 쓸쓸하죠.

말썽 피우는 사람도 세월이 가면 언젠가 사라지고, 그 사람이 있던 자리가 겨울 숲 속 같이 허전하죠.

그래요, 모든 것이 한 때이고, 세월과 함께 묻어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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