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몰락

뿌린 대로 거두리라.

by 위공

박종대 씨가 죽었다. 향년 80세로 노환으로 별세했다.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잣집이길래, 동네 한 복판에 천막(빈소)을 치고 문상객을 맞이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문상오는 사람은 한적했고, 친지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성자와 성우는 문상을 가서, 성자는 상가 집안일을 도왔고, 성우는 상주들에게 예를 표하며, 특히 순덕이를 위로했다. " 잘 살고 있어? "라고 그동안 안부를 물었다. " 이혼했어! " 무덤덤하게 순덕이가 내뱉었다.

성우는 정말 순덕이가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부잣집 딸이고 부잣집으로 시집갔기에 잘 살 줄 알았다.

순덕이가 딸 둘을 낳고 이혼했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아들 하나 못 낳는 병신이라며 늘 구박을 했고, 남편도 술만 먹으면 수시로 손찌검을 하며 욕설과 함께 폭행에 시달려 견디지 못하고 그냥 나와 버렸었다.

그 당시에는 누이 성자를 비롯해서 여자들은 그야말로 인간대접을 받기는커녕, 밥만 축내는 식충이 취급을 받았기에 식솔을 덜기 위해 하루빨리 시집을 보냈었다.

특히, 성우는 누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 생전에 아들만 공부를 시키고, 어린 나이에 공장에 취직하여 돈을 벌어야 했던 누이 성자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자며 공장에서 힘든 일을 해서 벌인 돈으로 성우가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줬기에 늘 가슴이 쓰라렸다. 그 당시 동네 처자들은 대부분 국민학교까지 보내는 것도 감지덕지다. 부잣집 딸 순덕이도 국민학교까지, 그게 전부였다.

어쨌든 순덕이의 말을 듣고 좀 침울했다.

하룻밤을 지새우고 그다음 날이었다. 왁자지껄 고함소리와 함께 상갓집에 소란 소동이 일어났다. 박종대 씨의 아들 딸이라며 문상 온 사람들이었다. 세 명이서 갑자기 들이닥쳐, 자기 아버지 문상 왔다며 상주들과 인사도 없이 영정 앞에서 " 아버지! 연락도 없이 돌아가셨어요? "라고 통곡을 했다. 상주들과 친지, 그리고 이웃 동네 사람들도 한결같이 어안이 벙벙했다.

성우는 순덕이에게 물었다. " 저기 온 세 사람이 누구야?", " 몰라! 아버지 자식들이라고 하네~ "라고 짧게 말했다. 참으로 황당하고 기가 찰 노릇이었다. 어째서 여태까지 숨어 있다가, 아버지가 죽으니 자식이라고 나타났을까? 성우는 떠들썩한 초상집에서 나오며 곰곰이 생각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들었는 적도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자식이라고 나타났는데, 과연 사실일까? 사실이라도 그렇다. 왜 여태까지 숨기고 살았을까? 그 당시 초량 댁까지 다니면서 부인이 더 있다고 온갖 소문이 떠돌았지만, 그동안 까맣게 잊고 몰랐던 자식이 세명이나 뒀다니, 정말 믿기 어려웠다.

고 박종대 씨의 집안 가족사항은 첫째 부인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영길이, 둘째 부인의 아들 영재, 셋째 부인의 딸 순덕이, 넷째 부인(초량 댁)의 딸은 큰엄마 앞으로 호적까지 올려져 있다.

그리고 70여 평 되는 이층 집 양옥에서 같이 살고 있었고, 초량 댁만 수시로 들락날락했기에 동네 사람들이 잘 알 수 있었다.

박종대 씨가 생전에는 그런대로 문제가 없어 보였다. 박종대 씨가 죽자, 벌써부터 부인네들끼리 자기 재산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서로 삿대질과 쌍욕을 하며, 심지어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는 촌극까지 벌였다.

유산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갑자기 나타난 세명의 자식까지 재산상속 및 분할 요구할 것으로 불을 보듯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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