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가는 길

처가살이인가, 더부살이인가

by 위공

성우는 군대 제대한 후, 카센터에 알바로 나가며 기술을 배워 장차 카센터를 차리는 꿈을 꾸며 열심히 다녔다. 카센터에 경리가 성우에게 호감을 가졌는데, 커피도 타 주고, 땀을 닦아라고 손수건도 챙겨주며 다정다감했다. 성우는 자연스럽게 경리 지숙이를 좋아하게 된다.

지숙은 포항 근처 바닷가에서 자라나, 오빠 따라 부산으로 와서 자취방에서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지국은 지숙 보다 2살 많은 오빠로, 성우와 군대 동기였다. 성우, 지국, 지숙은 카센터에서 함께 일하고, 일이 끝나면 세 명이서 포장마차에서 한잔씩 하고 헤어지는 일상이 많았다.

지국은 성우와 단둘이 있을 때, 성우에게 물었다. " 성우야! 우리 동생 괜찮제?"라고 말하자, 성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좋네~"라고 짧게 말했다. 그러자, 지국은 " 남자가 프러포즈를 해야지!"라고 하자, " 그럴까?" 하며 무안스러운지 말끝을 흐렸다. 나이가 30대에 들었으나, 벌어 놓은 돈도 없고 장가를 가기에는 어렵다고 늘 생각을 했었다. 현실도 현실이지만, 지숙을 좋아하는 감정 고백도 아직도 못하고 있으니, 답답했다. 그래서 지국은 다그치듯, " 맨날 시간이 되면 이야기한다고 해놓고선, 배고파서 미루고, 술 취했다고 미루고, 도대체 언제 이야기할 거고?"라고 말했다. 성우는 또 다음에 시간 내어서 이야기한다고 했다.

지국은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어, 그다음 날 성우와 지숙을 포장마차에 불러 중요한 애기가 있다고 했다. 물론, 그전에 성우에게 꼭 이야기를 하라고 했고, 지숙에게도 성우가 할 애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카센터에 깜빡 두고 온 물건이 있다고, 슬며시 빠졌다.

성우는 둘이서 있는 게 부담스러운지 자꾸 포장마차 밖으로 내다보았다. 성우가 말이 없자, 누군가는 말을 해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 지숙은 적극적으로 다가서며 성우의 손을 잡았다. " 오빠야! 나 좋아해? "라고 말을 건네며 얼굴이 다소 빨개졌다. 수줍기도 하고, 술도 오르는 듯했다. "엄마야~오빠야 손이 불덩이네~ 와 이렇넝교?"라고 다시 되물어도, 성우는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약해서 사랑의 고백을 못하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지국은 성우의 집안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무엇보다 동생 지숙이도 곧 30대에 접어들기에 빨리 결혼을 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다만,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래서 성우에게 일단, 우리 부모님을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먼저, 동생에게 부모님에게 성우를 좋아하고 결혼한다고 승낙을 받으라고 했다.

지숙은 부모님께 성우 이야기를 하며 좋은 사람이고, 다만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오누이 둘이서 여태까지 같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집안이 가난하지만, 사람이 착하고 성실하다고 덧 붙였다. 지숙 부모님은 지숙이 나이가 혼기가 지나, 마냥 늦출 수가 없기에 일단 총각을 보자고 했다.


성우는 지숙과 함께 지숙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포항에 왔다. 먼저 어른들께 드릴 선물을 구하러 죽도시장에 들렀다. 시장에 들어서자, 입구부터 홍게, 대게, 문어, 활어 등 각종 해산물이 상가 옆으로 즐비하게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비릿하고 짠 내음이 콧속으로 확 들어왔다. 질펀한 바닥에는 대왕문어가 수족관을 넘어 나와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매고, 주인이 다시 잡아 망태기에 잡아넣고 수족관에 던졌다.

지숙 부모님과 가족들은 구룡포에서 어민생활을 했었다고 한다. 청어가 많이 잡히던 시절에는 과메기 만드는 일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바닷가에서 보냈었다. 지금은 부모님도 연로하시고, 자식들이 도시에 나갔기에 텃밭에서 소일을 하고 있었다.

오는 날도 노부부가 밭에 나가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지숙이가 먼저 밭에 있는 엄마를 보고는 "엄마! 나왔어!"라고 불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다가 딸이 부르는 소리에, 호미를 내려놓고 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영감! 지숙이가 왔네~ 내가 먼저 내려갈 테니 대충 정리하고 와요~"라고 말하며 지숙에게로 갔다.

지숙이와 함께 집으로 들어서며, 성우의 손을 꼭 잡고 빨리 방으로 들어오라고 잡아당겼다. "총각 손이 여자 손처럼 쪼그맣고 곱네~"라고 하며 성우를 쳐다보는 어른은 70 초반이지만 고생을 많이 했는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손은 거칠며 투박했다. 따뜻한 촉감을 느끼며 백발이 성성한 모습을 보고, 힘들게 살아온 지나온 세월이 스케치되었다. 성우는 순간,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문득 났다. 살아 계시면, 비슷한 연령으로 더욱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성우는 지숙과 결혼하지만, 카센터에서 벌이는 수입으로는 결혼생활의 살림살이에는 벅찼다.

신혼집은 당감동 골짜기 산동네 단칸방인데, 버스 종점에서 집까지 올라 가면 30분 정도 걸렸다. 여름에는 땀이 온몸을 적셨다. 신혼집은 처가에서 마련해 준 것이다. 그리고 처가로부터 쌀, 양념, 부식 등 얻어먹는 살림이 계속되었다. 어쨌든, 처가살이라 할 정도로 처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렇지만, 수시로 처가에 가서 처가 집안일을 우선적으로 도왔다. 처갓집 일은 성우에게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항상 최우선 순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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