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모성애로 다가온 여인

by 위공

영재는 북양에서 돌아와서 1년 만에, 다시 배를 타고 서사모아 해역에서 조업을 하고 있었다.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탔는데, 참치잡이 일도 힘들었다. 그렇지만, 북태평양의 산 같은 그런 파도는 드물었고, 에머럴드 빛깔의 바다는 잔잔했고 따뜻한 해풍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영재는 이제 되도록이면, 고생 안 하고 편안하게 쉬는 날을 고대하며, 지금 이 바다가 너무 곱고 편안해서 바다 위에 눕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사모아 사바이 섬 아사우 항구에 배가 정박하고, 수리에 들어가서 단시일 내에는 출항은 없기에, 선원들 대부분은 선술집으로 향했다. 술집은 고풍스러운 유럽식 건물로 실내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카운터에서 백인 여인이 다가와 영재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좌석으로 안내했다. 영재도 기다렸다는 듯이, 술을 시켰다. 술을 잔에 따라주며 이야기를 걸어왔다.

"한국인? 아니면, 중국인? " 백인 여인이 물었다.

"예! 한국인입니다." 영재는 자신만만하게 답을 했다.

"이름은? " 백인 여인이 물었다.

"영재~ 박! 마담은?" 영재도 물었다.

"헬렌!"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는 모습이 온화하며 순진한 여성으로 보였다.

"헬렌! 벤이 왔어! 일단, 가봐~ 여기는 내가 봐줄게!" 동료인 듯한 여인이 다가오며 말했다.

"고마워! 수잔! 미안해요~ 영재! 아들 벤이 와서 가봐야 돼요. 다음에 봐요!" 헬렌이 영재에게 양해를 구하며 일어섰다. 헬렌이 가자, 수잔이라는 여인이 와서 영재에게 인사를 했다. 아시아계 혼혈인으로 까무잡잡한 피부와 탄력적 몸매로 건강미가 넘쳤다.

영재는 원양어선을 장기간 타다 보니, 외국인 선원들과 손짓, 몸짓 등 보디랭귀지로 영어와 동남어 등으로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통해, 일상적인 대화는 무리가 없었다.

수잔이 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벨몬트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주말마다 와서 텃밭 일, 물 길러 주는 일, 집안일 등 제 엄마를 도와주며 주말을 보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고 했다.

"정말 착한 아들이군요!" 영재가 대견한 듯 말했다.

"그렇죠? 이 마을에 소문이 났어요."

영재는 순간적으로 엄마와 함께 있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엄마는 나보다는 오로지, 아버지밖에 없었지. 그래서 난 늘 외톨이였어.'라고 잠시 회상을 했다.

"벤은 정말 착하네요, 엄마 일을 도와주니~ 그런데 아버지는? "

"아~ 벤이 5살 때 해난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 후로 헬렌이 여기로 와서 정착을 했고, 벤을 여기서 중학교 진학을 했어요."

"벤이 물을 길어다 준다고 들었는데, 이곳에도 물이 귀합니까?" 영재가 대뜸 물었다.

"네~ 물은 지하수나 우물에 의존하죠! 가끔 도시에서 배로 생수도 가지고 오죠."

"원양어선에서 물을 직접 걸러 먹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방법을 모르죠?"

"오~우! 그런 방법이 있어요? "

영재는 배에서 역삼투압 원리로 바닷물을 정수해, 담수로 만들어 먹는 방법이 생각났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존에 관하여 배운 것은 절대 잊을 수가 없었다.

특히, 교도소에서는 더욱 그랬었다. 살기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배웠다.

다만, 교도소에 나오면 전과자를 받아 주지 않기에 배운 기술을 써먹을 수가 없었다.

"아! 헬렌이 오는군요! 헬렌! 벤은?" 수잔이 일어서며 헬렌을 맞이했다.

"응! 집안일을 한창 하고 있어! 아직 있었군요. 영재!" 헬렌이 의자에 앉았다.

"집에 물 길어 주기가 힘든다고 들었어요! 혹시, 도와드릴까요?" 영재가 적극적으로 물었다.

"예! 도울 방법이 있나요? 지금 가실 수 있겠어요?" 헬렌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지금 배수리로 당분간 배 출항이 없습니다. 부인! 지금 당장 가서 보고 방법을 의논해 봅시다."

헬렌 집은 또 다른 섬에 있었다.

배로 20분가량 가서 멈춰 선 곳은 아주 작은 섬 마을이었다.

배에서 내려 해안가로 쭉 따라 걸으며, 영재가 말했다.

"아! 바다가 정말 아름답군요. 섬들도 많고요. 이곳의 바다를 보면, 한국 통영 앞바다와 많이 닮았어요.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라고 그러죠."

"그래요? 고향이 통영이에요?" 헬렌이 물었다.

"아뇨! 부산이에요. 통영은 어머님의 고향이죠. 유년시절에 엄마 따라 간 적이 있어요."

언덕에 올라서니, 조그마한 마을이 보였다. 흰색 건물의 집 울타리 안으로 들어서자, 골든 레트리버가 반갑게 꼬리를 치며 다가왔다.

"킹! 집 잘 지키고 있었어?" 헬렌이 킹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영재! 들어오세요!" 헬렌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집안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흰색 바탕에 까만 점으로 알록달록한 고양이가 헬렌의 다리를 비비며 반긴다.

"오우! 콩이야! 이리 와~" 헬렌은 콩이를 안아 들었다.

영재는 집안이 아늑하며 평화로워, 마치 엄마 고향 집에 온 것 같았다. 그리고 여기서 살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국에는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전과자로 살기에는 얼마나 힘들지 뻔했다. 그래서 자신을 냉소적으로 대하는 한국사회에 불신과 부정적인 요소가 늘 뇌리 속에 박혀 있었다.

영재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한국사회는 권력자와 돈 있는 사람들만이 잘 사는 세상이라고 확신했다.

영재는 늘 웃는 인상과 따뜻이 환대하는 헬렌에게 마음이 몽땅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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