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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공 Aug 27. 2024

해무(海霧)

스님, 어디에 계십니까

"스님이 없어졌어!"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죠?"

"공양주보살이 말했어, 스님이 연락이 안 되고 행방이 묘연하대."

"어떤 스님,  당신이 가는 절이야?"

"그래, 은사 스님이지."

"언제부터 그랬어?"

"몰라, 나도 절에 안 간 지 꽤 되어서......"

"그 절에 보살님은 뭐라고 하는데......."

"그 보살은 공양주에다 총무이기에, 조계종 본사에도 확인해 보았대."

"그럼, 스님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 가봐."

"그렇지, 말도 없이 사라진 거지."

"좀 기다려 봐, 연락이 오겠지."

"그래, 별수 없이 기다려야지."

정공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지만 기다림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문제이기에, 절에 가서 공양주 보살과 논의를 해보기로 했다

보살은 아가씨부터 절에 와서 30여 년 넘게 공양주 보살로, 절과 스님들을 호지해오며 여태

독신으로 살아오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스님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다려보기에는 너무 급박스러운 상황이다.

허~참! 스님이 없어지다니, 궁금증을 넘어 의문투성이였다.

정공은 머릿속도 복잡하고 마음도 산란스러운지, 연신 혼자 중얼거렸다. 

은사스님도 많지만, 이번에 스님은 남다르게 다가온 스님이라 더욱 애가 탔다.

"일단은 찾아가서 공양주 보살과 관련 사람들을 만나보자,

해답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안녕하세요."

"네~에, 어서 오세요."

정공은 공양주 보살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네며 스님 근황에 대해 물었다.

"아직까지 소식이 없으시죠?"

"그렇습니다, 좋은 소식이라도 오기를 기다렸건만........"

보살이 말끝을 흐리며 그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쭉 늘어놓았다.

조계종 본사에 연락을 취하고 곧 스님 실종신고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경찰이 바로 스님 행방 추적에 나섰다.

그러는 어느 날, 스님이 제주도행 배를 승선하였다는 마지막 행선지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는 스님이 없어진 것이다. 제주행 배를 승선을 했는데, 하선을 할 때는 없었다.

"제주도는 무슨 이유로 가셨나요?"

"모르지요, 스님이 워낙 활동이 많으신 분이라........"

"항상, 이야기를 하지 않나요? 보살님께는 말씀해야지요."

"공식적 외출이나 방문하는 곳은 말씀을 하세요."

"예를 들면, 조계종 본사 방문이나 사찰 행사 관련 등~ 그런 것이겠네요."

"그렇지요, 꼭 공식적 행사가 아니라도 개인적인 일도 이야기를 곧 잘하십니다."

"그럼, 이번 경우는 전혀 말씀을 안 하시고 돌발적 행동을 하셨네요?"

"그렇죠, 잠깐 어디에 다녀온다는 이야기도 없었지요."

보살은 그동안 스님 실종에 관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뛰어다닌 이야기도 했다.

실종신고 후, 마지막으로 없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조계종 본사 스님들과 보살 등 관련 많은 사람들도 현지로 갔었다.

지역주민들과 수색 인력 간에 대화도 들었다.

"스님도 자살하나요?"

"그런 말씀을 하면 안 되지요, 아직은 수색 중이고~ 열반에 들었을 가능성도 있고......"

"그건 그렇고, 스님이 뛰어내린 것을 본 사람이 있대요?"

"몰라요, 아직 봤다는 사람은 없어요."

"그럼, 어떻게 스님이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단정하나요?"

"경찰이 분석한 CCTV에서 장면이 노출되었다나............"

"어떤 억울함이 있었나?"

"현실과 이상을 착각한 게 아냐, 왜 스님들은 고매하고 이상적이며 철학적이잖아......."

"나 자신도 모르고 남의 속은 더 모르는데, 하물며 스님의 실상을 어찌 알겠어요?"

주변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동안, 스님들과 공양주보살도 탐색과 추적도 했었다.


공양주보살은 처음으로 바다를 찾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바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에 무엇을 찾으려는 것일까.

보물을 찾는 것일까, 아니면 더 아름다운 보석을 찾는 걸까.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찾으려고 저렇게 하루종일 탐색하는 걸까.

날씨가 어두워지자, 수색팀들도 바다와 나와서 각자 갈 곳을 찾아갔다.

"아니, 누가 바다에 뛰어든 것을 본 사람이 있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네.........."

수색팀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의문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건데, 이 아름다운 바다에 왜 몸을 던졌을까?"

"그 스님은 자신이 이백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갑자기 이백은 왜?"

"달을 너무 좋아하다가 강에 비친 달을 따러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잖아."

"스님은 그런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야!"

"그럼, 어떤........"

"오히려 용맹스럽다고나 할까, 불의와 악에는 못 참지......"

조계종 스님 한 분이 스님을 잘 아는 듯이 말했다.

"혹시, 어떤 분쟁에 휘말려서 극단적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나?"

또 스님 한 분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내가 말한 용맹성은 그 스님이 행자시절에 용맹스러운 큰 스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말이야."

"오~오~라! 스님 말씀이 그런 뜻이었네요, 죄송해요. 그런데 그 큰 스님은 어떤 분이었나요?"

"한마디로 한국 근현대 불교를 개창한 대선사 경허선사를 닮았다고나 할까요."

"그 정도로 파격적인 행동가였어요?

"대처승과 비구승 대립으로~ 조계종이 둘로 쪼개지는 것을 지켜보다 못해, 탄식하며 할복을 하셨지......"

"할복이라고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어쨌든 큰 스님은 돌발적인 그런 면이 경허조사를 연상케 하지."

정공은 스님 실종 근처 해역에서 다녀온 공양주보살에게 많은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누가 본 사람이 없다고 했잖아요?"

"제주도로 향하는 배에 달려 있는 CCTV에 스님 행동이 녹화가 되었다고 했어요."

"그 장면하나로 어떻게 전부를 말할 수 있겠어요?"

"어쨌거나~ 지금은 그게 전부이고, 그것을 토대로 수색 진행이 되고 있어요."

"왜, 뛰어들었을까......."

정공은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거사님! 혹시 스님께서 바다관련해서 특별히 들었던 이야기가 있는 지요?"

"갑자기 바다는 왜........."

"스님은 바다를 비유하는 법문을 자주 하셨지요?"

"그건 경전을 쉽게 해석하려고 그랬죠."

순간, 정공은 스님이 자주 바다를 언급한 것을 회상했다.

"해인(海印) 삼매가 나를 반기는구나~ 용수보살도 바다로 갔었지, 나도 가야 해!"

화엄경 강의하면서 용수보살 약찬게를 거론하며 말했다.

의상대사가 중국에 갈 때, 의상대사를 사모한 낭자가 용이되어 무사히 바다를 건너게 해 준

이야기도 수시로 했었다.

그리고 스님이 강의시간에 이순신 장군을 자주 거론하셨다.

영원한 장군이라고~계급장 없는 백의종군이라고.......

"내가 스님이 되지 않았으면, 바다를 지키는 해군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확실히 바다를 좋아하는 뿐만 아니라, 이 모두가 바다와 무관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바다로 뛰어들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시는 지요."

"아~예! 바다는 스님이 무척이나 좋아했죠."

"그래서요?"

"그냥 좋아하는 것이지, 바다로 뛰어들 정도는 아닌 거 같아요."

"그건~ 모르죠, 스님 마음을........"



 <법화경>에서도 부처님께서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설법을 한다고 했다.

그만큼 모래알처럼 많은 중생이고, 특징과 성품이 천차만별이라는 뜻이다.

정공은, 스님들도 천차만별이고 사찰도 무량무진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정공이 실제로 겪은 스님들 취향이 제각각이었다.

H스님은 바다를 좋아해서인지, 그 절에 가면 입구부터 해수관음상이 중생들을 반기게 하고~

E스님은 여행을 좋아해서인지, 성지순례와 해외여행을 다니며 고승이 다녀간 길 따라 수만리로 다니고~

M스님은 돈을 좋아해서인지, 악착같이 돈을 모아 본사를 살찌우7억이 넘어섰고~

J스님은 소나무를 좋아해서인지, 고령에도 불구하고 청송같이 기개가 펄펄 넘치고~

Y스님은 꽃을 좋아해서인지, 화엄경을 꽃에 비유하며 매화가 피면, 진달래가 피고~

감자꽃이 피면, 갖가지 꽃과 열매, 나무까지 시를 지어 게송으로 절기를 알리곤 했다.

어떤 스님은 그림을 잘 그리고, 어떤 스님은 노래를 잘하고, 어떤 스님은 음식을 잘하고..........

스님이 평소 승가의 수행생활과 대중 사찰의 살림도 말씀하셨다.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어 사찰과 스님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컸다.

스님들도 속세 중생과 같이, 제각각 특기와 성품에 따라 행동한다고 했다.

승가의 수행생활은 수행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한다.

속을 들여다보면, 세속적인 사바세계 못지않게 복잡하고 힘든 게 많다.

산문의 질서, 여러 층의 지휘계통, 수많은 직책, 일상생활처럼 행하는 갖가지 의례의식 등이다.

본사는 대개 수많은 말사(末寺) 들을 통솔하는데, 조사들의 은혜로 방대한 산림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위로는 여러 개의 암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 암자들은 본사와 구별하기 위하여 대웅전을 세우지 않고 화신불 혹은 보살상만 모신다.

산내 암자는 조용한 도량이 아니라고 한다.

정치적 힘을 과시하는 님이나 수단 좋은 스님들도 머문다고 했다.

대중사찰도 마찬가지로 권력이나 기타 처세를 잘하는 스님들이 사찰경제를 번창시킨다.

어쨌든 순수하고 묵묵히 수행만 하는 옛날의 스님상은 변해도 많이 변했다.

시대에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정공은 이러한 기분도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시대는 엄청나게 변하고 다양해지며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이다.

적자생존이라고 시대를 잘 따라가고 잘 적응을 해야만 살아남을 것이다.


정공은 절을 나오면서 갑자기 심한 고독감에 휩싸였다.

"스님! 도대체 어디에 계십니까.........."

머릿속은 온통 스님 생각뿐이었다.

"도대체 왜~왜~왜............."

스님은 인생에 용광로와 같은 분이었다.

그렇게 뜨겁도록 열정과 지혜의 불을 활활 태우셨던 분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스님과의 인연이 다한 것일까?

스님께서 세상만사 인생살이 관계에 대해 설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관계에서 불편함이 생기면 인연이 다한 것이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내가 편하려 하면 상대가 불편하고

내가 불편하면 상대가 편한 법이다."

무연선교, 즉 인연 없는 좋은 방편을 선택하신 것 같다.

욕심, 야망, 분노, 사랑, 집착 등 세속 인연이 발생하지 않고 자유와 지혜의 삶으로

영원히 법성의 세계로 가신 것이다.

정공은 도저히 그냥 집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다.

마치 마음이 블랙홀로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사지는 걸을 기력조차 없이 힘이 빠져 무언가 지푸라기라도 잡을 듯이, 현실에 끈을 잡고 싶었다.

그래서 늘 마음이 허전하고 뒤숭숭할 때 잘 가는 주막에 가려고 했다.

예전에 습관처럼, 고독한 순간에  위로해 주는 유일한 친구가 술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해가 중천이고 문을 연 술집이 없을 것 같았다.

편의점에 들러 소주 1병과 소시지 2개를 샀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무작정 가까운 바다로 가자고 했다.

택시 카세트에서 한 때 인기가수였던 K 노래가 흘러나왔다.

"파도여~ 슬퍼마라~ 파도여~ 춤을 추어라~ 끝없는 몸부림에........"

순간, 정공은 스님과 함께 차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고속도로로 달렸던 추억이 떠올랐다.

스님은 평소 평범한 우리들과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자주 하며 소탈한 인품, 그 자체였다.

홍콩의 L 가수를 좋아했고, 그녀의 불우한 인생을 안타까워하며 노래를 불렀었다.

또한 국내 H 가수의 밤안개도 가끔 불렀다.

"밤안개가~ 가득히~ 밤~안개가~ 밤이 새도록.............."

"스님! 노래 잘하시네요, 혹시 스님 되시기 전에 가수였어요?"

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옛날 생각이 나서 한 번 불러봤다고 하며 겸손해하셨다.

택시는 기장으로 가는 해변도로로 달리고 있었다.

"기사님! 저기 세워주세요."

바다가 한눈에 쏙 들어오는 한적한 해변가였다.

소주 한 병을 다 마시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걸었다.

"스~님~ 스~님~ 스~님.............."

바다를 바라보며 외치고 또 외쳤다. 그러나 들려오는 건 파도소리뿐이었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닦을 생각도 없었다.

갈매기들만 무심하게 끼룩끼룩하며 바다 위를 시위하듯 솟아올랐다.


정공은 집으로 돌아와, 차분한 마음으로 서재에 들어갔다.

그리고 스님께 평소 들은 법문과 설법을 정리해 놓은 철을 꺼내어 펼쳐 보았다.

녹취록에서 스님 말씀을 다시 하나하나 새겨 보면서, 스님을 그렸다.

스님은 보살이 되기를 원했다.

그것도 십지보살 환희지에서 법운지까지 모두 통달한 보살을.........

평소 법문을 하시며 염불에 관하여 강조했다.

스님은 마음이 슬프거나 우울할 때, 더욱더 염불 삼매경에 빠져보라고 권했다.

요즘같이 혼탁한 세상에 건강한 영혼을 지키고 성장시켜야 진정한 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살아온 과정이 고통이었고 힘들고 불행이기에 더욱 생에 집착을 가진다고 한다.

오로지 나를 만족시키고, 순간을 놓치지 말고 염불 삼매경에 빠져 보라고.......

또한 <법성게> '생사열반상공화'(生死涅槃相共和)를 설하며,


"생사는 생사윤회의 준말이다~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윤회를 끊지 못한다~

불교는 윤회를 끊는 것이 목적이다~

윤회를 끊고 고요한 정신세계, 즉 우주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것을 열반이라고 한다~

지금 여기서 깨달아 영원히 마음이 고요해진

사람의 정신세계가 바로 열반이다~

공의 세계인 근원에 도착한 것이다~

이 세계는 이렇게 근원과 물질계가 동시에 있는 곳이다.

'생사와 열반은 언제나 하나이다.' 이 말은 <반야심경>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과 같은 말이다."


눈을 지그시 감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법당 안에 가득히, 마치 해무처럼 피어올랐다.


"~ 늙고 죽음도,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고

고집멸도도 없으며

지혜도, 얻음도 없느니라

얻을 것이 없는 까닭에

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서

뒤바뀐 헛된 생각을 멀리 떠나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며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최상의 깨달음을 얻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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