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공 May 31. 2024

소중한 비밀

안다고, 다~ 말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아빠! 아빠 가문백혈병이나 암 등 그런 중병 내력을 가진 사람이 있었어?"

"그건, 갑자기 왜 물어?"

"병원에 정기검진 받는데, 검진문항에 그런 내용이 있더라고...."

"없어!"

정공은 아무 생각 없이 잘라 말했지만, 이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친구 딸이 위중해, 병원 중환자실에 갔을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친구는 자신의 딸이 자신 때문에 그런 병에 결렸다고 했었다.

자신의 과격한 행동이 딸의 어린 시절에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공이 불도를 설명하는 가운데, 친구는 어떤 업보에 의해서 생겨난 불행이라고 했다.

그 업보에 따라 자식과 인연이 되었고, 그 업보에 따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냐고 물었다.

전생에서 금생으로 내생까지 이어지고 무한하게 돌고 도는 업보를 인과경에 비유하며 말했다.

정공은 어떻게 증명할 수도 없고, 단지 불교의 윤회설에 의한 업보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의학적 유전적 사례를 들며,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우리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유전자라는 게, 몇 대에 걸쳐  돌연변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피 한 방울이라도 엄청난 결과를 말한다.

그리고 친구는 무조건 자신의 탓으로만 생각했다.

정공은 친구에게 업장소멸하여 운명을 바꿔야지, 자신을 너무 학대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후천적 요인도 함께, 얘기가 길었다.

문제는 집안 내력이었다.

직계존속은 없다는데 친족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구나 언제든지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요즘은 장애, 비장애 구분이 없는 세상이 되어 간다고 했다.

그 말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언젠가 통계청 자료 보도 의하면 전쟁으로 사상자 발생했는 수보다는 교통사고 사상자가 훨씬 많다고 한다.

그리고 각종 안전사고, 심지어 묻지 마 범행으로 정신병까지 설쳐대는 세상이다.

한마디로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사회 전반적으로 번져나가며 비장애인도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눈으로 보이는 신체적 장애보다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 장애가 더 심각하다고 하겠다.

어쨌든 비명횡사와 무서운 병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가 없는 게, 금생의 한다.

이처럼 인간에게서 일어나는 신묘한 비밀은 현대과학으로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자 숙제이다. 

"여보! 왜, 당신 사촌이 그런 사람이 있잖아."

"누구?"

"명절 때마다 제사 지내러 오는 분......"

"사촌형님집 조카들 말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어."

"어쨌든 뭔가 있는 것은 분명해"

"더 이상 얘기 하지 말자고~ 병도 아니고 유전도 아니야, 있다면 흉터일 뿐이지."

"어떻게 흉터가 가족 중에 혼자가 아니고, 남자 둘에게 똑같이 있어?"

"어떻게 상처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정확히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는 것은 또 하나의 상처를 주는 거야."

아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의사들이 술 담배를 하면, 간암이나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하지."

"그래, 당신도 술을 끊도록 해!"

"의사들은 그렇게 말들 하지만, 아버지는 매일같이 술이었는데, 80 넘게 건강하게 사셨지."

"그래도 맞는 말이야, 술 담배는 중병을 불러오는 게 사실이야."

"의사들도 치명적이라고 하지만, 그게 병이 되었다고 장담은 못하지~

다만 동물에게 임상실험을 해서 증명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거지."

"왜~ 불쌍한 동물에게 그런 잔인한 방법을 하는 거야, 동물학대 아니야?"

"인간을 위해 어느 정도 동물이 이용당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많아."

"서양에서는 소고기가 주식인데, 그래도 인도에서는 소가 사람처럼 대우받고 있잖아."

"인도에서도 원숭이와 코끼리를 훈련시켜서 돈벌이로 이용하는 사람이 있어,

그런데 원숭이와 코끼리에게 술을 절대로 줘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

"원숭이와 코끼리가 술을 먹어?"

"원숭이과 코끼리가 영리하다고 그러네, 그래서 술을 알고 술 먹는 것을 좋아한대~

그런데 원숭이는 술에 취하면 애교로 봐줄 순 있지만, 코끼리는 술 취하면 난폭해진다는 거야."

"상상을 초월하겠네..... "

"그렇지, 주변은 완전 쑥대밭되는 거지."

"원숭이도 영리하지만, 돌고래가 더 영리하다고 하던데......."

"돌고래와  인어공주 이야기 알아?"

"용궁의 세계, 신화 같은 이야기를 말하는 거야?"

"전설이나 동화 속 이야기든, 믿음과 이해가 중요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사람과 동물, 다 똑같다는 말이야~ 정상을 벗어나면....."

정공은 아내가 돌고래 대한 말을 생각하니, 언젠가 바닷가에 갔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바다를 유난히 좋아해서, 가족들과 함께 갔었는데해운대에서 유람선을 탔었다.

한참 동안 푸른 물결을 가르며 시원한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아빠! 저게 뭐야?"

"어디~ 어디야?"

막둥이  손끝을 가리키는  곳에,  큰 물고기 같은 것들이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곧 유람선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여러분들은 행운의 관광객입니다~

손님 여러분 돌고래와 멋진 관광이 되시길 바랍니다."

안내원 말은,  멸종위기까지 가 거의 자취를 감추었는데, 요즘은  간간히 부산 근해에서 수 있다고 한다.

"아빠! 왜 돌고래들이 멸종위기에 몰렸죠?"

"일본 사람이 고래고기를 즐기잖아~ 서양 사람들도 무진장 잡았었고, 지금은 법으로 금지시켰지."

"진짜 잔인한 사람들이야."

막둥이는 몸서리가 치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돌고래는 사람을 좋아하고 따르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왜 돌고래를 학대를 하죠?"

"그러게 말이다, 엄마가 그에 대해서 말 좀 해주지."

"당신이 동물을 더 좋아하는데, 왜 나를............"

"돌고래는 당신이 좋아하잖아~ 돌고래 그림도 잘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의 사랑은 돌고래와 같은 거지."

"호호호! 어쨌든 부녀간 핏줄은 못 속여~ 이것도 집안 내력이야, 유전인지도 모르겠지만........."

"당신 마음과 내 마음이 통하는 거지, 이심전심?"

정공은 아내의 말을 듣고, 업보에 따라 전생에 우리 부부도 고래였는지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불교 윤회설을 빌리자면, 공룡시대 이전부터 거대한 동물들이 멸하면서 인간이 되어 돌아왔다고 한다.

부처님도 석존이전에 수억 년 전에도 있었다고 한다.

<법화경> 여래수량품에서 이와 같은 비유가 있었다.

여래는 본래 생멸이 없음을 알게 하였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명이 매우 장구한 것은 아득히 먼 무수한 겁에서 이미 성불하셨다고 말하고 있다.

부처님이 왕궁에 태자로 태어나 출가하여 면도한 것은 부처님이 중생을 인도하기 위한 허구에서 나온 고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들이여! 너희들은 당연히 여래의 말씀을 믿고 이해해야만 한다."라고 , 이렇게 세 번이나 간곡하게 말씀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만억 년 전부터 석존의 등장시기에 수많은 보살들과 중생들은 의혹을 일으키고 이상한 생각을 했다고 한다.

불교에서 경전이란 부처님이 설하신 것을 대중들에게 전하는 것인데,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팔만대장경이 그것이다. 팔만대장경을 읽어 보지 못한 사람에게 아무리 설명하고 전달해도 믿음과 이해가 어려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믿음과 이해를 강조한 말씀이다. 그것은 증명하기가 어려워 말을 안 했을 뿐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어마어마하게 말씀을 하셨고, 설하신 내용의 경전도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생명의 신비, 무한한 우주의 비밀을 알려고 하는 것은 마치 양파 속에 씨앗을 찾으려는 거와 같다.

벗기고 벗겨도 껍질만 똑같이 나오지, 씨앗이란 것은 없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바다깊이를 어찌 알 것이며, 바닷물의 양은 얼마나 많은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냥 아주 깊고 어마어마한 바닷물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알고 이해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알지만 다 알 수 없고 비밀스러움이 있기에, 신비하고 경이로운 것이다.

우주와 자연, 사람과 동물 등 모두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생명체에 본질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본인 자신도 모른다. 특히, 자신의 특징에 관해서는.....

생명체에 대한 신비는 수만 년 전, 아니 수억 년 전 우주 탄생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진다.

우리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던 것은 문화나 역사, 또는 설에 의해 전래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가 중요한 것이다.

물론 그 역사도 사람이 쓰지만, 얼마나 진실성 있게 쓰느냐가 핵심이다.

또 후세의 사람들은 믿고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설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진실이기에 믿고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은사스님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스님도 그 당시 석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석존이 탁발을 하러 갈 때, 그 심정을 헤아리며 그 마음이 어떠할까 하는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때 왕궁에서는 태자로서 호위호식을 했는데, 수행자 입장에서 밥을 얻어먹기 위해 그곳을 가니, 석존은 만감이 교차하였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즉,  그러한 석존 마음이 스님 마음으로 와닿았던 것이다.

옛날과 지금 생각이 일치하였고 마음도 통하였다.

<화엄경>에 마음이 바다라고 한다. 중생의 바다에서 진리를 찾고 지혜를 완성한다고 했다.

또 마음은 허공이고 무한하다고 하며 바다와 같은 이치라고 설명한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바다와 같이, 마음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 그게 극락이요 열반이다.

정공은 스님 이야기든 아내 이야기든 같은 맥락에서 이해를 했다.

스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바다가 많이 나온다. 물론 비유를 위해서다.

아내도 바다를 좋아한다. 가족과 함께 바다를 자주 찾고 직접 그림을 그린다.

바다는 이처럼 스님과 아내 등 모든 사람들 이야기에 나오는 단골 메뉴다.

실제 체험담이든 전설이든 상관없이 바다는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고래이야기든 용궁이야기든 비밀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것이 거짓이든 진실이든 본인이 느끼고 그렇게 깨달으면 그만이다.

비밀은 감출수록 더 궁금한 것이고 호기심이 더욱 강해진다. 

궁금해서 전부를 알려고 하는 사람, 소중한 비밀을 지키려는 사람도 모두가

하나같이 사실과 진실에 다가서려고 한다.

확실히 봐야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 두 가지가 상존하는 것이다.

과학을 앞세워 말하는 자는 지식은 많아, 지성은 넘칠 수 있어나 감성은 부족하다.

진실을 믿는 자는 자연의 신비로움에도 감탄하며 감격해하는 감성이 무진장하다.

그냥 전설이나 단순한 자연현상에도 감성이 짙게 나오는 것이다.

전자는 기계를 넘어 초과학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현실에 정말 확실한 것이 아니고서는

믿지를 못한다. 바꾸어 말하면 불신이 사실을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 사실에 얽매이다 보면 창조적 사고와 자유스러운 행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가 있다.

사상이나 신념은 시대나 장소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진리와 진실, 지혜는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우주의 신비, 비밀과 같은 것이다.

비밀은 이처럼 미묘하며 불가사의한 일이 되어간다.

진실은 심증으로 느끼는 것이지, 물증이 없다.

마음과 생각에 따라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할 뿐이다.

마음과 생각은 허공과 같다. 허공은 보이질 않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비밀스러운 일은 다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은사스님이 법회 때마다 늘 강조하는 말씀이 있다.

좋은 말, 유연한 말을 남에게 하는 것도 훌륭한 보시라고 한다.

그러면서 딱히 할 말이 없으면 묵언을 하라고 한다.

그것이야 말로 최고의 가치로운 말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유마경>에서 널리 알려진 유마의 한 구절을 소개했었다.


-유마의 '불이법문(不二法門) 유마일묵(維摩一黙)'


석존께서 유마거사가 몸져누웠다고 제자들에게 병문안을 가도록 명한다.

10대 제자들은 사양하고 문수보살이 직접 찾아간다.

"불이(不二) 법문에 들어간다 함은 어떤 뜻입니까?"

문수보살이 따라온 32명의 보살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밝히자, 답했다.

"말하려 해도 말할 수 없고, 알려해도 알 수 없으며, 모든 물음과 답변을 초월합니다."

유마는 눈만 멀뚱 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문수는 재차 물었다.

주위에 정적이 감돌았다. 이때 문수보살의 찬탄이 터져 나왔다.

"정말로 멋지십니다. 문자도 없고 밀도 없다. 이것이야말로 불이 법문에 들어가는 길이지요."





 

작가의 이전글 빈부(貧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