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공 Mar 29. 2024

매력(魅力)

원력대로 산다.

"명의를 아들로 하면 세금이 많이 나오겠죠?"

"아니 ~여사님도 건강하시고 아들도 능력이 있잖아요, 굳이 아들에게....."

여사는 최근 구입한 농장을 등기과정에 명의이전도 함께 하려고, 고민하는 중이었다

"어~이! 어서 와, 오늘은 좀 늦네."

"백수가 눈치까지 없으면~ 바쁜 출근시간대는 피해야지, 그게 바쁜 세상에 대한 예의지요."

"어서 오세요."

"요즘 여사님께서는 농장주가 되셨다면서요?"

"안 그래도 등기하고 농장을 본격적으로 일궈야지요."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평수가 좀 되나요?"

"혼자서 하는데~ 작아요, 60여 평 정도 될 거예요."

"혼자서 하기엔 큰데, 얼마나 줬어요?"

"1억 가까이 줬죠."

"땅이 좋은 곳인가 봐요."

"그곳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땅값이 비싼 것 같아요."

"어쨌든 이제 여사 꿈이 이루어졌고 노후가 든든하겠어요."

"점심시간이 되어 가는데 코다리찜 먹으러 가죠."

"코다리 먹고 코 끼이는 게, 아냐?"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안 그래? 친구!"

"알았어! 밥값은 해야지."

"농장에서 여사 도와주고......"

"정말 농장일 도와줄 수 있어요?"

"당근! 누 구일인데~ 그렇지, 친구야!"

"그럼, 도와드려야지."

"두 분 다 오시면 밭에 쌍치 뽑아 삼겹살도 구워 먹고, 그렇게 해요."

"우와아~ 벌써 침이 꼴깍 넘어가네, 맛있겠다."

"두 분 덕분에 정말 행복하고 고맙습니다."

"아니죠,  우리가  더 행복하지요."

"일단 점심 먹으러 가시죠."

정공은 여사와  친구, 이렇게 세 사람이서 점심을 먹기 위해 학교에서 나왔다

밤새 바람이 창문을 두드렸다.

왠지 거센 폭풍우가 몰아칠 것 같다

아직 어슴푸레한 게, 날이 막 새는 시간이 다되어 간다.

갑자기 적막을 깨뜨리는 사이렌을  울리며 응급차 소리가 베란다 창밖에서 들려왔다.

정공은 아직 들깬 잠을 밀치고 거실로 나왔다.

그와 동시에 기계음이 집안을 요란스럽게 올렸다.

"어~어, 여보세요!"

"............"

"여보세요~ 여보........"

"저예요."

"무슨 일이죠? 새벽에......."

"지금 이리로 와줄 수 있겠어요?"

"예~에, 어디로 가면 되지요?"

"학교로 오세요."

"예? 학교로......"

정공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학교에 갔다.

주말휴일이라, 학교는 조용하고 운동하는 사람 몇몇 이서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철봉대 주위 벤치에 앉아 있는 여사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여사는 그전에 뵌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가만히 다가가 여사에게 인기척을 보냈다.

"아직 날씨가  싸늘한 게, 여기에 있으면 감기 걸리겠어요."

"우리 여동생이 죽었어요, 바보같이~ 엄청난 돈을 놔두고........"

".............."

"새벽기도 다녀왔는데, 하느님께 원망했어요.

그렇게 기도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매달렸건만............"

공은 여사에게서, 언젠가 동생이야기를 들었다.

부동산 투자가로 상당한 재력이 있는 동생이라고 했고, 반면에 지독한 구두쇠라 소문이 났다.

농장구입차, 잘 사는 동생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냉정하게 거절당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농장을 샀고, 동생과도 한동안 만나지 못했었다.

농장 사는 일에  매달려 있는 동안 동생의 병이 악화되어 가는 것도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 소식이 왔는데 위급했다는 것이다.

"아니, 무슨 병인데~ 그렇게 갑자기........."

"큰 병원에 가라고 했어요."

"그래서요?"

"가족들 모두 그랬지만  본인이 괜찮다면서......."

"위암은 요즘 충분히 나을 수 있는 병 아니에요?"

"시기를 놓쳤어요,  오로지 돈에만 신경을 썼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걔는 한이 많을 거예요."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지요."

"이제 막 60이에요, 한창 즐기며 살 나이에......."

"이 세상 여행이 끝나고~ 저 세상으로 갈 때를, 아무도 알지 못하지요."

"동생이 돈에 집착한 나머지, 우리와 같이 인생을 오랫동안 즐기지 못한 게 안타까워요."

"돈이 잘살기 위한 수단으로 되어야 하는데, 목적이 되었군요."

정공은 한탄하는 여사를 보며, 자신도 여사와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여사는 인생살이 9단이고, 인생을 그야말로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정말 인생살이 고수에서 나오는 진국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진국 같은 언니 삶의 참맛을 느껴보지 못하고, 언니 곁을 떠나 버렸다고 생각이 들었다.

맑은 영혼의 소유자인 언니는 정신적인 면이 강했고, 동생은 물질적인 것이 전부였다.

피를 나눈 형제가 같은 방향으로 가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어디야?"

"농장 입구에 있는 길 카페야."

"알았어 10분 내로 갈게."

친구는 이내, 길카페에 도착했다.

"여사는?"

"집안 사정이 생겨서 못 나오겠대."

"무슨 일이 일어났어?"

"친동생이 얼마 전에 죽어서 충격이 컸나 봐."

"왜? 나이는......."

"60이 다 되었지, 아마도......"

정공은 근간에 여사와 동생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참으로 여사의 집안이야기는 슬픈 이야기다.

여사 남편도 일찍 죽고, 젊은 나이에 아이들을 키우며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을까 싶다.

그렇지만,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은 당당한 자신감을 빛내고 있다.

그리고 동생 일로, 침울한 나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예견된다.

"인생은 타이밍이야!"

"그래, 모든 인생사가 그렇지."

"자기가 부자가 된 것도 부동산 매매를 적기적소에 잘했기 때문에 그랬고,

그 나이에 애통한 죽음도 치료시기를 놓친 것이~ 그런 게 아니겠어?"

"맞아, 단지 투자를 건강에 하지 못한 게, 비통하고 애통한 거지......."

정공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인과경에 나오는 비슷한 사례가 생각이 났다.

부자가 요절하는 인과의 경우를 비유하는 사례로 들었다.

병치레를 수십 년 하면서도 사건 사고 만나지도 않고 골골거리며 오래 살다가 죽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넘치는 힘, 스태미나가 있고 기백이 있으며 누가 봐도 건강한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자다가 죽는다. 너무나 기가 막히고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 사바세계인 것이다.

이런 경우는 전생에 혼자만 맛있는 것 먹고, 좋은 것만 찾고, 남이야 죽든 말든 나 혼자만 잘살면 그만이다. 살아온 과정이 남의 원망을 너무 많이 듣고 나쁜 염력이 하늘에 민원 제기하듯 쌓이고 쌓였다.

죽고 나면 그 업이 다음 태생에 그대로 적용이 되는 것이다.

아직 쓰지 못한 통장의 거액과 재산은 어찌하란 말인가.

영가가 된 후에도 죽어서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한 마음에 집착이 되어 업이 악순환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과응보에서 보는 견해다.

일수사견(一水四見)이란 말이 있다.

물은 하나인데, 네 가지 견해로 본다는 것이다.

사람이 물을 보면 주로 마시는 물과 쓰는 물로 보인다.

천상 사람들은 물을 보면 아름다운 옥구슬로 보인다.

물고기는 물을 보면 자기가 머무러는 편항한 집으로 느낀다.

익혀온 업력에 따라 다 달리 보이지만 결국 물은 물일 뿐이다.

부자는 재력으로 살고 운동선수는 체력으로 산다.

제각각 사는 원력이 다르다.

인과 과에 미치는 힘이 업이다.

사람마다 각기 타고난 입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사람은 단명하고 어느 사람은 장수한다.

"친구는 여사가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

"매력? 매력이라.........."

"아니, 친구는 여사 한 마디에 올인하잖아~ 농장일도 그렇고......"

"농장일은 여사가 부탁을 하길래, 친구도 도와준다고 했잖아?"

"나는 친구 보고 해주는 거지........"

"혼자서 힘들잖아, 그래서 도와준다고 생각해."

"그래도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점이 어떤 것이냐, 이 말이지."

"특별한 것은 없고, 뭐랄까~ 그냥 끌린다고나 할까........"

"그게 매력이지~ 옆에서 지켜보면 표가 나지."

"매력이라면 매력이고,  아니~ 묘한 인연이라고 생각해."

"인연?"

"그래, 인연이지."

"인연도 가지가지네......."

"여사와 우리가 만난 것이 독서로 만났지."

"그건, 친구가 여사와 처음 만난 이야기고.........."

"어쨌든 독서가 인연이 되었지, 독서삼매경에 빠진 여사의 모습이 매력적이었지."

"맞네~ 매력이 독서였네, 두 사람 취미가 조용하고 은밀한 것이 닮았네~ 고양이처럼........."

"왠~ 고양이?"

"친구는 고양이를 좋아하잖아! 왜, 여사는 싫어해?"

"고양이든 개든 반려동물은 다 좋아해! 여사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좋아할걸."

"두 사람 취향이 천생연분이네........"

"천생연분이 왜, 거기서  나와~ ㅋㅋㅋ."

"친구가 늘 말했잖아, 사람이든 동물이든 만나면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정공은 언젠가 친구에게 인연에 대해서 말한 것을 기억해 냈다.

인연이란 불교를 이해하는 핵심용어이다.

이 인연을 아는 것이 바로 불교를 아는 것이다.

인과응보 면에서 선인에는 반드시 선과, 악인에는 반드시 낙과가 있다.

이런 인연을 이루는 것을 인업(因業)라 하며 이를 줄여서 업(業)이라 한다.

이것을 간단히 말하면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다.

그물눈이 서로 연결되어 그물망을 만드는 게 인연이라고 한다.

매력이 곧 인연으로 이루어지고, 이 인연은 원력으로 작용한다.

이 원력은 업으로, 끊임없이 순환되는 것이다.

매력으로 만났으면, 끝까지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런 연유를 모르는 가운데, 현생에 악업을 쌓게 되면 후생에 악연으로 만난다.

그래서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공은 친구의 말뜻을 헤아리며 잠시, 여사와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독서삼매경에 빠진 여사가 매력으로 보였다.

여사는 마치 삼매승을 연상시켰다.

불교에서 삼매(三昧)라고 하는 말은 산란한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움직이지 않게 한다.

그리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망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여사의 독서삼매경이 불도의 삼매승으로 보였던 것 같다.

매력이든 삼매든, 여사는 그런 인연으로 다가왔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여사는 매력 있는 벗으로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본심(本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