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공 Mar 01. 2024

본심(本心)

고통으로 살 것인가~ 즐겁게 살 것인가, 선택은 자신이다.

"잔은 차야 되고 님은 품어야 내님이지, 어떻게 스킨십이라도 했어?"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

"그럼?"

"그냥 나이 들면서 서로 외로움을 달래지."

"어떻게 외로움을 맹탕으로 달래는 거야, 무모한 도전일지라도 한 번 시도나 해보지."

"아니래도........."

친구가 성적으로 집요한 물음을 해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60을 넘어선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이상했다.

성욕이든 돈이든 메뚜기 한 철, 이 또한 금세 지나가리라~ 이렇게 생각하며 친구에게 좋게 말했다.

"그런 야릇한 생각은 하지 말고 정신 차려~ 나이가 들면 건강과 절제 등 같은 이야기를 해야지."

"바람 든 친구 이야기를 해줄까."

"바람난 친구는 들어도,  바람 든 것은 또 뭐야?"

"바람이 지나가거나 그치는 게 아니고, 중병으로  계속 문제가 되는 것을 말하지."

"그런 사람을 친구로 사귀고 있어?"

"친구라기보다  나의 팬이지,  팬서비스 차원에서  가끔씩 만나."

"그러다 물들면 어쩌지?"

"내가 중심을 잘 잡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어떤 게 문제가 되었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보다  진짜 재미난 얘기를 해줄까?"

"뭔데?"

"그 친구가 애인과 모텔을 수시로 가는데, 모텔이 장삿속으로 10번 이용하면 1회는 공짜래."

"불륜을 부추겨 이익을 챙기는 악질 업자네."

"그래서 그 친구는 애인이랑 줄기차게 가고, 공짜도 몇 차례 받았어."

"아니, 그 나이에 제대로 되기는 돼?"

"요즘 좋은 약 많이 있잖아, 그것을 복용하는 모양이야."

"그 친구 애인은 몇 살이야?"

"친구보다 2살 연상이야."

"맙소사!"

정공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그 친구 부인은 없어?"

"당연히 있지, 그것도 10살 연하랑 살고 있어."

충격이었다. 그렇게 젊은 부인을 놔두고......

"그 친구 부부사이에  문제가 있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부인이 자주 집을 비우는 모양이야."

"그럼, 부인이 바람난 거야?"

"그럴 수도 있겠지, 그 부부만이 알지~ 누가 알겠어?"

"불륜은 짧을수록, 천륜은 길수록 좋다고 하던데~ 가정으로 돌아가야지......"

"장작불이야! 엄청 세게 붙었는데, 쉽사리 끌 수가 없지."

"내가  아는 사람이야?"

"석동이란 친구인데~ 과거, 직장에서 한 번쯤은 봤을 거야."

"석동이라......."

정공은 직장생활 시절을 회고하며, 그 친구를 생각했다.

노철은 정공과 같은 직장에서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사이였다.

이 친구는 늘 여직원에 관심이 많았고, 실제로 수작을 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정공은 호프집에서 노철 부인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왠 젊은 남자와 웃으며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정공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혹시 노철이 아는 사람인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행들과 호프집을 나올 때 까지도, 두 사람은 웃으며 대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정공의 일행들도 노철 부인을 알기에, 노철에게 한 번쯤 확인해 봐야 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정공은 시일이 좀 지나, 노철이 한가할 때, 넌지시 호프집에서 있었던 얘기를 했다.

이야기를 한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묵묵부답이었고 반응이 전혀 없었다.

모르는 사람인지, 아는 사람인지 신경을 써지 않는 눈치였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친한 친구사이라도 개인 자존심 문제라고 존중해 주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친구가 긴급뉴스라고 정공에게 전해왔다.

"유유상종이라고 확실히 끼리끼리 잘 놀고있어."

"누가 그래?"

"누구긴~ 노철이와 석동이지."

"무슨 일인데......"

"여자를 밝히는 게, 어쩌면 그리 닮았는지."

"그래서 유유상종이라고 했어?"

"그래, 노철은 벌써 소문이 나서 부서이동을 고려중이야."

"직장에서 전출 간다는 말이야?"

"그런 모양이더라....."

"그런데, 석동은 왜?"

"그 녀석은 여자 꼬신다고 춤 배워, 카바레로 열심히 다니고 있지."

"그럼, 제비족이야."

"제비족이든 족제비든,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어쨌든 가관이야, 병도 심각한 병이지,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병....."

직장에 소문난 일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한다.

그런데 정공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묘한 생각이 들었다.

노철의 부인이 노철의 그런 행동을 알고 젊은 남자를 만나는 것 같았다.

바꾸어 말하면 '홧김에 서방질한다'라고, 그런 식이었다.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둘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노철은 부인과 헤어지고, 지금 현재 혼자서 살고 있다.

반면에 석동은 젊은 부인이  있어도 상관없이 춤바람 나서 여자들을 농락하는 짓을 여태까지 하고 있다.

예전에는 둘 다, 직장에서 조롱거리였는데, 노철은 혼자서 외롭게 살다 보니 동정과 연민(憐愍)을 받는다.

정공이 당직근무를 서고 노철의 집에 쉬고 있을 때, 노철이 한 말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라! 아내를 혼자 자게 놔두어선 안된다."라고 했었다.

진작, 자신은 아내와 헤어지기까지 무수히 외도를 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부부가 헤어지는 수순을 이미 밟고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지금은 혼자서 살고 있지만, 잘 살아가고 있다.

물론 잘 살아가는 것이, 노철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자편력으로 문제가 되었기에, 친구들 사이에  입방아가 자주 오르내렸다.

석동이란 친구 이야기는 대충, 이렇게 전개되었다.

부부가 처음 만날 때에는 첫눈에 반해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아왔었다.

문제의 발단은 부인이 취미생활에 빠져들면서 동호회 모임으로 차박을 수시로 하게 되면서부터다.

점차적으로 사랑이 식어가면서 티격태격하며 싸우고, 결국 각방을 았다.

그 친구는 외박이 잦은 부인에게 따지거나 이유도 묻지 않았다.

오히려 부인 행위가 자신의 불륜에 원인제공으로 생각하며, 자신은 당당히 불륜을 저질렀다.

그 부부는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결혼을 했지만, 사랑은 그때까지였을 뿐이었다.

결국 한쪽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배신행위를 하면서 사랑은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부부가 지켜할 서로의 도리, 의리,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렸었다.

어쨌든 나쁜 쪽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아직 이혼을 하지 않았고, 그런 어정쩡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도덕적인 면에서 보면 그게 나쁠 수도 있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꼭 바르게 살아가지는 않지."

"맞아, 친구 부인도 취미생활이 좋다 보니~ 그럴 수 있을 수도 있는데, 이상한 발상을 하면서  확인도  하지 않고, 매도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도 있잖아."

"문제는 다른 점과 차이점을 극복하는 게, 아니겠어?"

"무엇이 다르고, 차이가 난다는 거야?"

"개성, 유전적 특징, 나이, 환경, 경험 등 등.... 뭐~ 이런 게 아니겠어?"

"좋은 쪽으로 생각하네, 친구는........"

"인생무상이잖니, 불쌍해! 탐욕에서 못 벗어나니~ ㅠㅠㅠ."

"음욕이 꼭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진 않는데~ 친구는 어떻게 생각해?"

"동물적인 본능에서 보면, 지극히 정상적이라 볼 수가 있지."

"그럼 인간적인 측면에서 보면, 나쁘다는 거야?"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세상눈치가 좋게는 안 본다는 거야."

"그럼, 도대체 뭐가 나쁘고 좋다는 거야~ 분명한 의견을 말해봐."

"원래, 본심에는 선과 악이 없는 거야, 업에 따라 선이 되고 악이 되는 거지."

"한결같은 부처님 말씀이네......"

"탐욕에서 그렇다는 거지."

"그렇다면 탐욕은 도저히 구제불능이야?"

"문제는 평상심을 유지하는 거지."

"평상심?"

"저 바다에 무수한 갈매기들을 보라고~수많은 무리가 떼를 지어 먹이를 다투고, 동요와 혼란 속에서도

다시 평화와 안정을 취하지."

".............."

"어쩌면, 우리 인간들도 동물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 있어."

언젠가 바다에 갔을 때 일이다.

스님이 나타나자, 해변가에 물고기 떼들이 모여들어 화제가 되었다.

신기한 광경에 사람들이 궁금해하자, 스님이 연유를 설명해 주었다.

스님이 처음에는 해변가에 몇몇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었다고 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자꾸 모여들어 나중엔 어마어마한 떼가 되었다고 한다.

스님의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이, 나중에는 스님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웃었다.

정공은 그때, 그 스님을 보며 느끼는 바가 컸다.

스님에게서, 이렇게 생명을 이끄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평상심에서 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절에 가서 스님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비단 사람들뿐만 아나리, 개와 고양이들도 스님을 잘 따른다.

산중에 토끼나 산새 같은 야생동물들도 산사에 찾아와, 스님이 주는 먹이를 잘 받아먹는다.

동물들이 더 잘 안다. 자신들을 해치지 않는 사람이라 믿는다.

일상이 안정되고 평화롭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한 행동은 즐거운 일상이 된다.

스님이 동물들에게 먹이 주는 일상이 즐거움과 행복이 되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평상심은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주며, 요익(饒益)한 것이다.

그 친구들도 이러한 평상심으로 다시 새롭게 일상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했다. 괴로운 인생을 낙으로 바꾸어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치피 탐욕이 인생살이에서 끊기 힘든 것이라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다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어야 하고, 자신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자기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고 행복하다면, 그것 역시 그들의 삶이다.

고결한 연꽃도 흙탕물속에서 피어나기에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다.

어떻게 사느냐는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괴롭게 살 것인가 즐겁게 살 것인가~ 선택, 또한 자신이다.

 정공은 바람난 친구들에게 자비로운 부처님 말씀을 전해 주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 아쉬움이란, 친구들이 겪는 혼탁악세(混濁惡世)에 방편을 구하는 부처님 법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법구비유경>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이다.


비구들이여, 사람의 선업을 짓는 사람이 있고 악업을 짓는 사람이 있다.

선업을 짓고 사는 사람은 향을 던 종이가 향내를 풍기는 것처럼

그 사람의 마음에서 향기가 나오고

악업을 짓고 사는 사람은 그 사람의 마음에서 악취가 나오게 된다.

향기를 풍기는 사람의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대개 어떤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마음이 본래는 깨끗하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일으키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을 가까이하면 도의 뜻이 높아지고

우매한 이를 벗하면 재앙이 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종이가 향을 쌓기 때문에 향내가 나고

새끼는 생선을 꿰었기 때문에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아서

차츰 물들어 친해지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이전 05화 자서전(自敍傳)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