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있습니까?"
"아뇨! 없어요,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정공은 빈자리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앉았다. 그리고 책을 꺼내서 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되었는지, 버스는 서서히 출발했다.
"움직이는 차에서 책 보면 눈이 나빠져요."
옆에 앉아 있던 분이 웃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아~아, 그래요?"
정공은 잠시 책을 덮고 옆 사람을 응시했다.
이어서 서로 간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정공은 대체로 경청하는 편이었다.
옆좌석 사람은 근골격계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전공분야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자기 딸도 체육학과 대학교수로 한 때,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를 직접 지도했다고 한다.
차는 중부지방 휴게소에 잠시 정차했다. 버스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내렸다.
커피나 음료수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신선한 바깥공기도 맘껏 들여 마셨다.
10여분이 지나자 사람들은 버스로 다 들어오고 있었다.
"자기 옆자리 짝꿍이 왔는지 잘 봐주세요."총무가 인원점검을 하며 외쳤다.
버스가 출발하자, 짝꿍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지금 경전반에 오셨는데, 몇 년째 다니고 있어요?"
"올해 신입생입니다."
"그렇군요."
"저는 10여 년 넘게 다니고 있어요."
"아, 그래요."
"초급반일 때가 재미있었죠."
짝꿍은 초급반 얘기를 하며 줄곧 재미가 있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초급반과 경전반, 모두 다 패스하셨군요."
"초급반은 그냥 세월이 가니깐~ 그렇고, 경전반은 좀 고뇌를 많이 해야죠."
"고뇌를 끊어야지, 번뇌로 계속 이어가면 안 되잖아요."
"그렇군요, 그~참~ 번뇌가 끊기에 참으로 힘들어요."
"번뇌가 중독되면 원래 끊기가 힘들죠."
"중독이라~ 내가 하는 일이 중독인지도 모르겠네, 중독이라.........."
한참 동안 달리는 버스는 어느새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왔다.
버스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첫 방문지 사찰 소개가 시작되었다.
경치가 너무 좋은 절이었다.
주변 경관이 바위산으로 둘러싸여 이색적이었고 돌부처 및 미륵상이 많았다.
대웅전 법당 및 전각 등을 두루 살펴보고 공양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갔다.
짝꿍이 사진도 찍어주고 사찰 관련 이야기도 많이 했다.
절에서 제공되는 비빔밥을 공양하고 다시 두 번째 사찰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짝꿍은 아직 초급반 얘기가 끝나질 않았는지, 계속 그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초급반에서 사귄 몇몇 도반과 함께 남해 보리암 밤하늘을 보며 하루를 꼬박 새웠죠."
"아름다운 남해바다, 밤하늘 찬란한 별들과~ 무척 즐거운 나날을 보냈군요."
"정년 퇴임한 경찰 공무원분이 모임을 주도했는데, 그분은 지금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아, 계속 모임을 하지 않았나~ 그런가 봐요."
"그렇죠, 뭐든지 초반이 좋은 것 아니겠어요?"
"초심은 변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요, 초발심시변정각이라고~ 처음 발심할 때가 곧 정각이라..........."
"그건, 의상조사 법성게에 나오는 게송이 아녀요?"
"의상조사법성게를 잘 아시네요."
"지금 배우고 있잖아요."
"우등생인가 봐요......"
"아니, 경전반 대부분 알고 있을 걸요."
"확실히 경전반이 수준이 높네요."
"어쨌든 처음이 중요하죠, 처음이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기 때문이지요."
"초급반에 있었던 재미있는 얘기가 많아요, 재미난 얘기 많이 해줄게요."
정공은 짝꿍이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고 하니, 심심하지는 않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버스는 두 번째 절에 다가왔는지, 총무가 안내 방송을 한다.
시간이 촉박하니, 탐방 후 버스 탑승시간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짝꿍과 제법 대화가 길어졌다.
순식간에 친해졌는지 스스럼없이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초급반일 때는 궁금한 것도 많았고, 삼삼오오 끝나고 식사하면서 더 친근해졌다고 했다.
초급반일 때 재미가 넘쳤다고 하면서 지금은 그러한 점이 별로 없다고 그런다.
지금 경전반은 심오한 공부로 인해 재미가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 경전반 스님이 강의하면서, 신경을 많이 쓴다고 그러네요."
"왜죠?"
"경전반이 수준이 많이 높다고 그러네요."
"어떤 수준이 높다는 거죠?"
"웬만한 경전은 다 패스하고~ 마음공부가 어려운데, 화엄경을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인가......."
"마음은 고요함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해서 종잡을 수가 없으니, 어떻게 쉽게 공부가 되겠어요?"
"그렇죠! 스님은 마치 콩나물에 물을 주는 거와 같이, 화엄경을 강의한다고 했어요."
"물은 스님 법문이고 콩나물은 우리들 같은데, 잘 크고 못 크는 것도 각자의 몫이죠."
"마음공부란 인생을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요."
"그렇죠, 또한 불교적 가치관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도 필수겠어요."
"그런데, 따님이 의사라고 하지 않았나요?"
"코치를 하면서 주치의일도 하는데, 주로 선수들 운동전후로 근육 및 뼈에 대해 부상예방과 치료를 해요."
"지금도 하고 있나요?"
"네~에, 그래서 제가 근골격계 분야를 많이 알죠."
"그렇군요, 어떤 것이 있나요?"
"제가 직접 하는 것은 발과 관련이 있는 것이죠."
"발? 제가 학교에 근무할 때, 맨발로 운동장을 걷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물론 맨발로 걷는 것도 건강에 좋지만, 바른 자세와 바로 걷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짝꿍은 그에 대하여 일사천리로 설명하며 이해를 도왔다.
의료보조기구도 소개하고 자신의 사무실에도 같이 가자고 권했다.
그러는 사이에 사찰순방 종료시간이 다되었다.
모든 사람이 빠짐없이 버스에 탑승하고 버스는 종착지로 달렸다.
정공은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에게 그동안 겪었던 이야기를 널어놓았다.
"당신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청 재미가 있었는가 봐."
"그럼, 재미가 있었지."
"재미가 있었다니, 다행이군."
"그런데, 짝꿍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의사야."
정공은 짝꿍 이야기를 하면서 사무실에 한 번 가볼 것이라고 했다.
"조심해, 요즘 사기꾼들이 많아."
"절에 같이 다니는 도반인데, 사기는 무슨......."
정공은 짝꿍의 말을 전했다. 모든 병과 고통은 바르지 못한 자세에서 온다.
근골격계 의사답게 바른 척추, 바른 자세를 강조하며 일일이 맞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요즘은 종교도 장사 속이 많아, 밑천이 별로 안 드는 큰 사업이지."
"설마, 내가 다니는 절까지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
"당신은 어리숙하고 어질어 남들이 마냥, 속이기가 쉽지."
"그래도 불자이고 같은 경 전반인데, 설마........"
"설마가 사람 잡아~ 부처님 공부한다고 전부 다 부처가 되는 건 아니야."
"당신은 이상보다 아주 현실주의자라는 것은 잘 아는데, 내가 알아서 할게."
"그 짝꿍인가 뭔가 하는 사람도 한 번쯤은 의심해 봐,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신경 쓰는지......."
"불도를 배우는 게 아니고, 장사 속이다~ 이 말인가?"
"잘~ 아시네......."
"사람 나름이야, 짝꿍도 초급반에서 장사꾼보다 더 나쁜 사람도 있다고 그랬어."
"그러니깐, 내가 조심조심하라는 거야."
"사람 속은 알 수 없지만, 내 짝꿍은 그런 사람이 아닐 것 같아."
정공은 짝꿍이 초급단일 때, 있었던 재미났다고 하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초급반 수업이 끝나고 삼삼오오로 식사하면서 서로 통성명을 하곤 했다고 그랬다.
그런 와중에 소모임도 결성되고 회장 및 총무도 선임이 되어 친목을 도모했다.
문제의 발단은 소모임 회장이란 사람이었다.
중소기업사장으로 제법 돈을 많이 벌어 위세를 부렸다.
보험설계사인 총무에게 거래처가 많으니, 보험가입자를 엄청 많이 소개해주겠다며 은근히 추태를 부렸다.
한 번은 저녁 먹고 2차 노래방 가서 총무를 끌어안고 입맞춤까지 했다고 한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 총무에게 모텔 가면 300만 원 주겠다며 5만 원권 지폐다발을 흔들며 객기를 부렸다.
물론, 그 회장 추한 행동이 스님께 보고되어 초급반에서 쫓겨났다고 했다.
정공은 경전반 수업이 있는 날, 수업을 마치고 짝꿍 사무실에 같이 갔다.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근처 추어탕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고 커피도 한잔했다.
"어때요? 사무실이 좀 좁아서........"
"발과 관련된 책이 많네요, 그리고 이건 의료보조기구 같네요."
"그래요, 대부분 발에 착용하는 의료보조기구이고 약이고 그래요."
짝꿍은 각종 발과 관련된 책자와 기구 등을 소개하며 정공의 발까지 점검을 했다.
"발이 건강하지 못하군요."
"부끄럽습니다, 내발이 워낙 못생겨서........"
"일단 발가락 교정 보조기구를 착용하세요."
워낙 달변에다 전문 용어를 사용하며 발에 관해서는 도사 같았다.
정신없이 듣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 의료기구를 사버렸다.
그리고 종종 들러 발건강 체크를 하자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집에 오자말자, 정공은 아내에게 자랑을 했다.
"여보! 내가 당신을 위해 좀 투자를 했지."
아내는 순간, 뭔가 큰일을 쳤구나 하는 긴장감 어린 표정을 짓고 다가왔다.
"뭔~데?"
"아~아, 당신이 몸이 약해 항상 위태위태해서 내가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의료기구를 사 왔어."
"짝꿍이라는 사람한테서?"
"응, 일단 사용해 보고 효과 보면 좋잖아."
"필요 없어!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아~ 이런 쓸데없는 것들이 무슨 소용이야."
"당신을 위해서야~ 정말로, 진짜로........"
"다시 갖다 줘버려! 나는 사용하지 않을 거야."
정공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 몰라했다.
"집사람이 워낙 반대가 심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와이프가 주관이 강한 사람이군요."
"어떻게 잘~ 알지요?"
"주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지요."
"어쨌든 좀 상황을 두고 봐야겠어요."
"그렇게 하세요, 본인부터 효과를 보면서 권해보도록 하면 될 것 같아요."
"그건 그렇고, 전에 남해간 일행들과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네요."
정공은 어릴 적, 밤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을 감상하면서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다.
"정말 낭만적이었겠어요."
"그렇죠, 다들 마음이 통했는지라 말이 필요가 없었죠."
"난, 아직도 밤하늘에 별들을 보면 가슴이 뛸 정도로 너무 벅차고 신비롭고 우주를 가고 싶었어요."
"문학적 감성이 무척 깊네요, 마치 시인 같아요."
"모든 사람이 세상을 시인처럼 살아간다면 좋겠어요."
"한때 유명했던 S작가가 최근 들어 방송에 나왔죠, 팔순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 시인을 존경하고 좋아해요, 그런데 뭐라고 하셨나요?"
"팔순을 살다 보니~ 내 것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정작, 시간만이 내 것이라고 그랬지요."
"깨달음이죠."
"깨달음이 너무 늦었네요."
"깨달음이란 아는 것, 즉 지식과는 다르죠."
"..............."
"어린 나이에도 깨달음은 일어나죠, 그래서 스님들도 어린 나이에 출가를 많이 하지요."
"정말~시간이 없어요! 치매, 요양병원에 가는 시간을 미리 당겨 대처를 해야죠."
"건강을 강조하시는 말씀 같은데, 건강이 최우선 과제이지요."
정공은 짝꿍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했다.
아내가 뭐라고 하든, 지금 노인을 향해 가는 우리 나이의 사람들은 대표적 화두가 건강이다.
이러한 건강에 대해, 서로 챙겨 주고 바로 알게 하며 바로 잡아 주는 짝꿍이란 사람이 다가온 것이다.
물론 아내의 말처럼 장사 속이라고 하겠지만, 어차피 짝꿍이 되었고 물건을 판다면 사줄 수도 있는 일이다.
서로서로 모르는 사람이 만나는 것이 인연이다. 짝꿍으로 오는 인연을 더욱 좋게 발전시키는 것도 덕목이다.
불도의 진정한 도는 원리원칙을 자신에게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고, 남에게는 물처럼 유연하게 대하는 게 상호 복덕으로 가는 길이다. 즉, 자리이타(自利利他)와 같은 말이다.
의상조사 <법성게>에도 이와 비슷한 설이 있었다. 중도는 곧 부처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중도는 이것과 저것, 선과 악, 더러움과 깨끗함, 부자와 가난한 자, 부처와 중생, 남자와 여자, 귀족과 천민 등의 상대적인 모든 양변에 집착 없는 도를 말한다.
욕심이 없으면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고 더 똑똑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설한다.
양변을 떠난 사람은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부자이면 부자인대로 사는 것이다.
마음에 가난과 부귀에 대한 가치를 버렸기 때문에 가난해도 가난을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난에 안주하지도 않는다. 단지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최선을 다하여 부지런히 살아가면서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스님이 <세주묘엄품>을 강의하면서 강조한 말이 있다.
"기초를 무시하고 많은 지식습득을 얻고자 하면 그것은 마치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라고 하면서
집금강신 신중신, 족행신, 도량신 등 네 부류의 신중을 근본신중으로 분류했다.
심체의 견고성, 심상의 다양성, 심용의 변화성을 사람신체 기초적 구조에 비유를 하였다.
족행 중생을 의지하고 수호하는 까닭으로 "족행신이 보배 연꽃으로 비구의 발을 받들었다."라고 했다.
발이 걸어가는 곳, 즉 도로신을 비유하면서 부처님이 행하신 바의 바라밀 수행을 밟아 가는 것이라 하며~
그래야만 도량신이 비로소 갖추어지게 된다고 한다.
사람의 발도 신체구조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에 속한다.
짝꿍은 그런 족행신으로 다가온 것이다.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인생에서 가장 큰 인연은 선지식이라고 했다.
선지식에게서 배우는 자신이나 짝꿍은 그 인연에서 만난 것이다.
은사스님이 <화엄경> 입법계품을 설하며, 선지식을 찬탄하는 게송을 읊었다.
그 법문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히 전해온다.
선남자여, 선지식은
인자하신 어머니와 같으니 부처님의 종자를 내는 연고며,
좋은 의사와 같으니 번뇌의 병을 치료하는 연고며,
강을 건네주는 사람과 같으니 생사의 빠른 물에서 벗어 나오게 하는 연고며,
뱃사공과 같으니 지혜의 보배 섬에 이르게 하는 연고며,
응당 큰 땅과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무거운 짐을 지어도 고달프지 않은 연고며,
응당 시중드는 사람과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시키는 일을 모두 순종하는 연고며,
응당 머슴살이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시키는 일을 어기지 않는 연고며,
응당 익은 곡식과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고개를 숙이는 연고며,
응당 길든 코끼리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항상 복종하는 연고며,
응당 좋은 개와 같은 마음을 내야 하나니 주인을 해치지 않는 연고며,
선남자여, 그대는 응당 이와 같은 마음과 이와 같은 뜻으로 선지식을 친근해야 할지니
왜냐하면 이와 같은 마음으로 선지식을 친근하면 그 뜻과 원이 영원히 청정함을 얻을 것이니라.
정공은 스님에게 배우는 경전을 자신에게 어떻게 하면 제대로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불교 공부를 올바르게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을까는 것도 함께 고심해 보았다.
<법화경>에 부처님은 중생들의 근기와 성품에 따라 설법을 하여 어려운 점을 쉽게 풀어 설했다.
스님도 이해하기 쉽도록 자신이 때론 가수가 되기도 하였고, 때론 시인이 되기도 했다.
불교 공부는 마음을 바로잡기 위한 공부가 되어야 한다고 하며 지식을 쌓는 공부가 아니라 하였다.
가수는 마음을 노래하고 시인은 노래하는 마음을 쓴다.
마찬가지로 불자는 올바른 불교를 이해하기 위하여 바른 마음을 잡아가는 것이다.
어떻게 바른 마음을 잡아가야 할 것인가.
스님은 그 해답이 <화엄경> [정행품]에 있다고 한다.
스님은 해설하며 비유하는 것들 중에 동물, 식물이 많이 등장한다.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할 때, 코끼리와 같이 건너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스개 비유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우화 속에 큰 뜻이 담겨 있음을 알았다.
그렇다. 지금 이 시점에, 여태 살아온 것을 돌아볼 여유가 없고, 앞으로 살아갈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오로지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만이 나 만의 <화엄경>을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그 외나무다리를 건널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 정행품이라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