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꿈
이사
창원 사원아파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만덕에 분양을 받았기 때문이다. 집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삶의 터전을 가꾸어 나갔지만, 그보다는 40여 년 앞서 연립주택의 처갓집이었고, 재개발이 되어 분양권을 받아 입주를 하였다. 그 당시 장인 등 동네 어른들 모임인 8통 계모임을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하고 있다. 나도 뒤늦게 가입을 해서 동네 사람들과 친분을 쌓아가고 있다. 물론 돌아가신 사람들로 인해 몇 명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만덕은 변두리지만, 공기 좋고 물가도 싸서 살기가 수월했다. 단지, 직장에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게 힘들었다.
아내는 이사 후 바로 만덕 배드민턴 클럽에 가입하여 현재까지 민턴을 즐기고 있다. 나도 따라서 가입하였으나, 지금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워낙 몸치라, 나와 파트너를 하자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나이가 든 사람은 나를 잘 잡아 주었다.
반면에 아내는 순발력이 있고, 성격이 좋아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고 달라진 환경에 잘 적응해 갔다.
부부가 같이 배드민턴을 즐기며 만덕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수대 모임으로 규정과 룰에 얽매인 클럽을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며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며 끝나고 맛집도 다니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의 스포츠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수대 모임에 참여하는 인원은 주로 만덕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축을 이뤄 다양한 사람들과도 친교를 서슴없이 발휘한다.
게임이 없는 날은 신만덕 디지털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배고프면 시장에 들어가 단골집인 국수 박사 집에 주로 간다.
신만덕 시장 안 국수 박사 집 사장님은 국수를 엄청 많이 줘 배가 너무 부르다 어떤 사람은 적게 줘서 온다는 말에 사장님은 고객 취향에 맞추어 준다며 그냥 웃는다.
저녁 무렵에 집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저녁을 먹고 일상적인 하루를 마감한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이렇게 멋지며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좋은 곳을 절감한다. 비단, 금정산 자락 상계봉뿐만이 아니라 맞은편 백양산도 눈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것을 보면서 감탄한다. 이사를 잘 왔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 그래서 명당이 있고 풍수지리가 있는가 보다.
가화만사성
이사 후, 어른들은 그런대로 운동도 즐기면서 나름대로 생활의 활력을 찾았지만, 아이들은 낯선 환경에 여려 형태로 부작용이 나타났다.
큰 아이 학교 성적이 최하위로, 학교에서 부모가 신경을 써라는 통지문이 왔다. 물론 이해가 되었지만 난감했다. 아빠는 직장이 멀어 말 그대로 출퇴근에 모든 것을 걸었다시피 했고, 엄마는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한다고 일자리 찾아 돈 벌러 나가 힘들게 일하고 귀가하면, 녹초가 되어 아이들 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어쨌든 가정통신문을 보고 난 뒤, 우리 부부는 고심했다. 그래서 나부터 아이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아내는 지금 하는 일들이 너무 힘들었기에, 나부터 변하기로 해야만 집안일이 제대로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 딸아이가 만덕중학교 다닐 때 아빠와 학습 날에 참관을 했었다.
그날은 엄마가 일하러 갔고 아빠는 월차휴가라 학교에 가서 담임 선생님과 학부형 들과 같이 상담을 받고 했는데, 어떤 학부형이 선생님께 양아치 같은 한 아이를 반에서 퇴출시켜 달라고 건의를 했다. 담임 송 선생은 그럴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하면서 애가 불우한 환경에서도 출석을 잘하고 특히, 송 선생이 특별관리를 한다고 했다.
“선생님은 맑은 물, 흙탕물, 더러운 물 등 어떤 물도 받아들이는 바다와 같아야 된다” 고 하셨다. 그 송선생님과 바다가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먹고살기 바쁘다고 아이들 교육은 뒷전이고, 선생님은 훌륭했다.
우리 부부는 선생님의 뜻을 헤아려,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에 전념하기로 했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부터 성적이 올라갔고, 둘째도 상위권이고 막둥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아이들이 스스로 잘 알아서 하고, 우리 부부도 민턴 클럽에 자주 갔다. 집안일이 편하고 걱정이 없으니,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부부가 가정을 이루고 가족 모두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가정이 편한 해야 한다는 보편적 진리를 새삼 느꼈다.
운동과 산책
요즘 일상은 아파트 앞 올레길에서 아침 운동을 하는 데 오랜만에 보는 반려견 희망이다. 그동안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작년 이맘때와는 달리 대조적이다. 작년에는 운동 나가면 제일 먼저 초아(치와와)가 반기고 그다음으로 희망이(시츄), 찹쌀떡(푸들), 만수(프렌치 믹스) 순으로 내게 온다.
아이들이 더위를 많이 타서 그런지, 견주께서 운동을 안 나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즘은 뜸하다. 아이들 보며 서로 인사하고 운동하는 것이 즐겁다.
봄에는 만덕 군항제라 불릴 정도로 벚꽃이 눈 내리듯 온천지를 뒤덮는다. 여름은 소나무 그늘 아래 솔솔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벤치에 앉으면 졸린다. 가을에는 걸으며, 시 한 수를 읊는다. 그리고 나무 위에 청명한 하늘을 보면서 명상과 추억이 교차되며 글감이 떠오른다. 먼저, 춤추는 오솔길이라는 시를 만들어 보았다.
오솔길에서
언제부터였을까
정다운 오솔길을
사람들은 즐거움을 가지고
걸음걸음 가다 보니
이런 길이 생겼나 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새들이 노래하며
길가에 꽃들도 미소 짓고
모두가 다 반가운 듯이
다정한 인사를 나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며
노래가 시가 되어 가고
하늘하늘 새털처럼
날아오르는 이 기분은
상쾌하니
새가 되어 창공을 나른다
꿈을 안고 춤을 추고
사랑도 행복도 춤을 추는데
매일같이 오솔길에서
오늘도 춤을 춘다.
독서 가족
퇴직을 1년 앞둔 공로연수 기간 중일 때였다. 평소에도 독서를 좋아해서 시간 나는 대로 책을 봤는데, 시간이 무진장 많아져서 자연히 독서에 집중하게 되었다.
장남과 막둥이가 다니는 디지털도서관에 함께 가서, 마음대로 좋아하는 책을 골라 종일토록 읽고, 또 빌려오곤 했다. 이런 생활이 지금까지 계속되면서 책 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발전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장남은 학원에 가질 않고, 독학해서 공무원 합격했고, 막둥이 역시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모두가 독서의 힘이고, 도서관에 다닌 덕이었다. 나는 무진장 독서를 하게 되어, 임계점이란 것도 맛보았다. 책을 통해 지식뿐만 아니라, 두뇌의 진화, 지혜와 문학의 진수 등 한없는 영역을 마음대로 누비고 다니는 의식의 자유를 얻었다. 이제는 가족들 모두 독서를 통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다.
도서관 다니며 우리 아이들과 아빠가 정도 많이 쌓았다. 아마도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대화했고, 점심도 같이 먹는 기회가 많았다.
독서토론, 끝없는 의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일상의 문화도 정착되었다.
최근에는 아빠 글쓰기에 대한 비평과 조언까지 모두 참여하며 아빠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이제는 아빠가 홀로서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이들 도움이 없었으면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지금도 직장 다니기 바쁜 아이들에게 가끔 코치를 받는다.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며, 글쓰기에 관해서는 적극적이다.
장남은 주로 브런치 작가의 글을 많이 보라고 권하고, 둘째 딸이 작가는 인간을 고찰(考察)하는 힘든 직업이라며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막둥이는 말 그대로 막판에 최종 점검을 돕는다.
로또와 작가
나보다 2살 위인 형이 있는데, 형은 고교 시절부터 주택복권을 사기 시작해 지금의 로또까지, 거의 50년을 복권 당첨을 꿈꾸어 왔다. 그러나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었다. 나는 소년 시절에서부터 가난에 시달려도 복권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복권 당첨된 사람 치고 영원히 행복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오로지 내 노력으로, 피와 땀만이 진실이라는 것을 일찍 알았다.
무엇보다도 착하게 살아온 내 인생과 참된 인생을 위해서, 난 작가가 되기를 원한 것 같다.
대박보다는 행복과 감동의 깊은 의미를 더하고, 매력적인 가치관이 더욱 작가라는 직업에 어울린다고 평소 그렇게 생각을 해왔다.
가난에 벗어나기 위해 모두 나름대로 부자의 꿈을 꾸어 왔지만, 난 물질적인 부자보다는 정신적인 부자가 되기를 원했다. 물질은 결국 사라지고 남들이 탐내기도 하지만, 정신적 부는 사후에도 대를 이어 보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복권 당첨 확률보다 작가가 되기가 확률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복권 당첨보다 더 찬란한, 꿀 같은 달콤함을 맛보았다.
인생 60이 넘어서, 또 하나의 제2의 인생이 새롭게 시작된 것이다.
전에 느끼지 못한, 싱싱한 정신세계로 출발이라고 감히 말하겠다. 이것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진리와 진실의 세계이기에 더욱 감개무량하다.
춘하추동(春夏秋冬) 세월은 흐르고 변하며, 인간도 자연의 일부, 태어나 젊고 싱싱하다가 늙어 병들고 죽는다. 육체는 탄력을 잃고 주름이 늘어나며 영혼도 차츰 쇠퇴하는데, 무엇이 영원하고 남을 것인가를 반문하게 된다. 이러할진대, 나는 작가로의 삶이 그래도 좀 낫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작가는 두뇌를 계속 움직이니, 정신이 그런대로 싱싱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