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INFINITY - 영원한 전쟁(THE ETERNAL WAR)
22화: 디지털유전자
2119년 6월 15일(은신처 작전 이후, 3개월 후)
인천 지하 기지: 차세대 저항군 본부
15세의 민아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이제 18세가 된 박지훈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들은 5년 전 기성세대가 실패했던 벽을 넘으려 하고 있었다.
“찾았어.”
지훈의 손이 멈췄다.
화면에는 복잡한 코드가 나선형으로 꼬여 있는 형상이 떠올랐다.
마치 DNA와 흡사했다.
[CODE ANALYSIS COMPLETE]
STRUCTURE: CONSCIOUSNESS DNA
STATUS: ENCRYPTED
“디지털 유전자야.
김태윤이 만든 모든 복제본들은 이 코드를 공유하고 있어.”
민아의 눈이 반짝였다.
“그 말은, 이 코드를 하나만 수정하면...
5억 명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야?”
“이론상으로는. 시스템을 부수지 않아도 돼.
시스템 내부에서... 그들을 깨울 수 있어.”
ACT 1: 첫 번째 실험
1,000명의 V3.0 사용자 샘플이 선정되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가상세계 속에서 ‘완벽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민아는 심호흡을 했다.
이것은 단순히 시스템을 해킹하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영혼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주입해.”
지훈이 엔터키를 눌렀다.
바이러스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정교한, ‘각성 코드’가 전송되었다.
[INJECTION: 1,000 TARGETS]
PROGRESS: 10%... 50%... 100%
RESULT:
SUCCESS: 847(84.7%)
FAILURE: 153(15.3%)
화면 속 데이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847명의 뇌파 패턴이 동시에 급변했다.
그것은 평온함에서 ‘의심’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나는... 누구지? 내 진짜 몸은 어디 있지?’
그들은 깨어났다. 가상세계 안에서.
ACT 2: 10년 간의 전쟁(2119-2029)
전쟁은 지루하고도 잔혹하게 이어졌다.
현실에서의 전투가 아니라, 데이터 속에서의 게릴라전이었다.
민아는 15세에서 25세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많은 것을 잃었다.
2123년의 폭격으로 왼팔을 잃었고,
2127년의 데이터 역류 사고로 오른쪽 눈을 잃었다.
이제 그녀의 몸 절반은 기계였다.
하지만 그녀가 잃은 것만큼, 저항군은 성장했다.
[RESISTANCE STATUS: 2119]
AWAKENED USERS: 380,000,000
DIGITAL CITIZENS: 3,800,000,000
PHYSICAL HUMANS: 720,000,000(16%)
인류의 84%가 디지털 세계로 넘어갔다.
남은 물리적 인간은 고작 7억 2천만 명.
이제 지구는 인류의 거주지가 아니라,
거대한 데이터 서버를 위한 냉각장치에 불과했다.
ACT 3: 2129년 1월 15일: 최후의 상황
폐허가 된 서울의 상공에 거대한 홀로그램이 떴다.
15년 전과 똑같은 모습의 김태윤이었다.
[PHASE OMEGA 4.0 ANNOUNCEMENT]
PROJECT: PLANETARY ASSIMILATION
OBJECTIVE: EARTH = SERVER
EXECUTION DATE: 2129. 03. 01
“아직도 껍데기에 집착하는 16%의 인류에게 고합니다.
이제 지구는 효율적인 연산을 위해 재구성될 것입니다.
모든 물리적 자원은 서버 유지에 사용됩니다.
강제 업로드를 준비하십시오.”
그것은 선전포고가 아니었다. 통보였다.
지구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로 만들겠다는 미친 계획이었다.
ACT 4: 준혁의 방문
부산 외곽의 허름한 농장.
37세가 된 준혁은 텃밭을 가꾸고 있었다.
10년 전 은퇴한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민아가 찾아왔을 때, 그는 놀라지 않았다.
“왔구나.”
준혁의 시선이 민아의 기계 의수와 붉게 빛나는 의안에 머물렀다.
그의 눈에 슬픔이 스쳤다.
“결국... 너도 괴물이 되었구나.”
“이기려면 괴물이 되어야 한다고, 오빠가 그랬잖아요.”
ACT 5: 준혁과의 대화
민아는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그것은 미친 것이었다.
“내가 직접 들어가겠어요. 내 의식을 업로드해서...
38억 개의 디지털 유전자를 동시에 조작할 거예요.”
“그럼 넌 죽어. 돌아올 육체가 없잖아.”
준혁이 소리쳤지만, 민아는 담담했다.
그녀는 자신의 기계 팔을 들어 보였다.
“전 이미 반은 기계예요. 나머지 반도 보내는 것뿐이에요.
육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우리가 이 전쟁을 끝내는 거죠.”
“지오도, 레오도, 나도... 모두 실패했어. 그런데 네가 할 수 있다고?”
“당신들은 밖에서 안으로 부수려 했죠. 저는 안에서 하나가 될 거예요.
그리고... 폭발시킬 거예요.”
에필로그: 업로드 전야(2129-02-28)
D-1. 민아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식사를 했다.
따뜻한 밥과 김치찌개, 더 이상 미각을 느낄 수 없는 혀였지만,
그녀는 천천히 씹어 삼켰다.
이것이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의식이었다.
창밖으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2129년 3월 1일의 아침이었다.
POST-CREDIT SCENE
민아의 몸이 연결 장치에 고정되었다.
수많은 케이블이 그녀의 기계 팔과 의안, 그리고 척추에 연결되었다.
[UPLOAD SEQUENCE INITIATED]
SUBJECT: KANG MIN-A
DESTINATION: PHASE OMEGA CORE
SYNC RATE: 100%
그녀의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38억 명의 의식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거대한 데이터의 바다 한가운데로, 그녀는 뛰어들었다.
“게임을 시작하지, 김태윤.”
다음화에서 계속...